겨울철에 들어서면 물에서 하는 카약도 잠시 추춤해지기 마련이다. 강과 호수는 얼어붙어 바다로만 나갈 수있는 길이 열리는데, 매서운 북서풍이 몰아치는 그곳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추운 동계에는 장비나 의류 등 준비할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투자되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동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더 세심해져야하고 완벽해져야되고 강한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레저활동도 마찬가지지만 겨울철 혹한을 뚫고 이겨내는 희열이 있어야 그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백패킹에서 겨울철 눈밭을 찾아다니는 것에서 보다 큰 보람을 느끼듯이 카약에서도 동계 투어링은 그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이번 투어는 원래 불루문님의 기획 아래 서해 끝인 울도를 목표로 하였으나, 먼바다 기상악화로 절반 거리인 공경도로 변경되었다. 나로서는 동계 카약이 처음이라 부담을 던 셈이다.
동계야영이나 이런 것은 이골이 나도록 해와서 별 문제가 안되지만 카약킹시 바다에 빠졌을 때 다음 조치 요령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하는지 감이 잘 안와 애로를 겪었다. 어떤상황에서건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대책은 세워둬야 할 것 같았다.
이 글은 나와 같이 동계 씨카약이 처음인 분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나름대로의 경험을 살려 적어 보고자 한다. 육지에서 활동하는 일반적인 준비는 생략하고 주로 카약킹에 필요한 장비 위주가 될 것이다.
* gps로그 : (1일차) 영흥도 진두선착장 - 창서 - 상공경도 (24.2km, 녹색선) (2일차) 상공경도 - 창서 - 영흥도 진두선착장 (23.8km, 보라색선)
십리포 주변에 있는 와시님 저택에서 하룻밤을 같이하고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 론칭 준비를 합니다. 투어 주관하신 불루문님, 와시님 그리고 산유화 이렇게 셋이서 출발합니다.
바다상황은 한반도 삼면이 모두 풍랑주의보가 예보된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덕적군도 인근만 잔잔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언제 바뀔지 몰라 수시로 확인을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침온도는 영하 6~7도 정도.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 아무리 추워도 바라클라바와 안면마스크만 있으면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습니다. 특히 안면마스크는 소프트쉘로 된 등산용인데 보온도 되고, 입주위에 구멍을 내면 호흡할 때 습기가 남지 않고 원할한 호흡이 가능해 매우 유용합니다. 귀를 걸수 있어야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축구용 고글을 쓰면 뒤에 밴드로 묶어주기에 완벽한 겨울철 복장이 됩니다. 저는 달리기 할 때나 산행시 또는 자전거를 탈 때도 겨울철에 이렇게 착용하면 추위가 무섭지 않습니다.
물론 드라이슈트와 패들미트, 긴 부츠는 필수입니다.
식수통 두개는 모두 방한용 외피를 입혀둡니다. 하나는 미니 보온통으로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빨간 방수주머니는 바다에 입수할 때를 대비한 비상물품들입니다. 바라클라바(털모자), 안면마스크, 수건, 장갑 등이 여분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발과 몸은 드라이슈트가 있으니 별 문제가 없겠고.. 머리와 손만 젖은 것을 갈아주면 됩니다. 특히 이렇게 콕핏에서 바로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해주어야 저체온증에 걸리거나 동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투어 주관하신 불루문님. 투어 주관자는 언제나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안전요건을 감안하며 어려운 동계 씨카약을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패기와 열정의 사나이 와시님.
오전 8시30분에 출항합니다.
순조류를 타고 천천히 가도 8km/h. 조금 저어주면 9km.. 집중하면 10km 까지 나오는 리드믹컬한 진행..
<동영상- photo by 불루문>
출발 13km 지점인 창서섬.
잠시 모여 물을 마시고..
다시 그대로 공경도를 향하여 출발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부도를 지나고.. 부도 주변은 항상 조류가 심해 왼쪽으로 멀찌기 빠져 나갑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공경도가 시야에 들어오고..
상공경도 해변에 랜딩합니다. 지난 여름에도 한번 다녀간 곳이라 정겹고 익숙한 풍경입니다.
12시경 상공경도 도착. 왼편에 사승봉도와 오른편에 승봉도, 이작도 등이 보입니다.
상공경도에서..
쉘터텐트는 겨울철 야영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을 제공합니다. 옷도 갈아입고, 몸도 말리고.. 바람만 막아주어도 아늑하고 따뜻합니다.
점심부터 배불리 잘 먹어두고..^^
(photo by 와시님)
시간이 많아 상공경도 트레킹에 나섭니다. 바위엔 굴이 지천으로 붙어있어 깨먹어보니 신선한 바다내음과 함께 싱싱함이 전해져 옵니다.
상공경도.
앗! 와시님 바위까졍..ㅎ
마치 영화 '빠삐용'에서 탈출 장면을 하듯 몸을 던지시려는 와시님.. ㅎ
이름모를 열매를 먹다가 죽을 것 같아 먹는 척만 하는 와시님..ㅋ
상공경도 능선에 억새.
드디어 삼각점이 있는 고지에 올라..
다시 우리들의 숙박지로..
오후들어 바람이 거세지면서 텐트 주위도 만반의 준비를 해둡니다.
서서히 황혼이 깃들어가는 바닷가에..
해무 하나 없이 또렷한 태양이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으려 합니다.
이런 또렷한 석양은 일생에 처음 맞을 장관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이유, 아니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되지 않을까..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붉게 물든 겨울 저녁 노을을 바라본다 사랑도 저만큼은 열렬해야해 소리쳐본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끝까지 욕망을 다 분출하는 그 열정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사랑하는 이 마음껏 껴안고 싶어 온 몸에 열꽃이 핀다 겨울 저녁 노을이 너무도 아름답다 갈대들의 아쉬운 몸부림 속에 마음껏 타 오를 수 있음이 아름답다 숨 질 때까지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저녁 노을이 되고 싶다 <겨울 노을 - 용혜원>
불루문님이 준비하신 닭갈비와 와시님이 준비하신 순대를 안주삼아 무인도에서 그야말로 럭셔리한 밤을 맞이합니다. 1.8리터짜리 댓병과 650m리터 짜리를 와시님과 거의 둘이서 마셨는데도 전혀 취하는 기색이 들지 않았습니다. 마트가 가까웠다면 어찌 되었을지.. ㅎ
바다에서 무인도에서 마시는 술은 역시 술이 아닌듯.. (photo by 와시님)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이곳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술에 취한 바다 중에서.. - 이생진>
낮과는 달리 바닷바람이 만만치 않게 불어옵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photo by 와시님)
양밀을 통째로 구우시는 와시님. 감자와 양파도 구워먹고..
다음날 출발에 대한 부담이 없어 느지막히 8시에 일어나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하얀 포말을 토해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가 시간조차 잊은 듯 억겁의 세월을 채워갑니다. 이런 바다의 단조로움이야말로 복잡한 카오스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없는 명약이 될 터.. 복잡하고 어수선할수록 단순함과 단조로움이 치유의 약이 되겠지요..
아침을 맞는 캠프사이트. 많은 술을 마셨음에도 숙취가 남지 않은 기이한 현상으로 맑고 깨끗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어제보다는 날씨가 풀려 영하 3도 정도. 해변가는 내륙보다는 기온이 올라가지만 바람에 영향으로 체감온도는 내려가는 현상이 있습니다.
오전내내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철수를 완료하고..
오후 1시 다시 출발지인 영흥도를 향해서 론칭합니다.
바다는 어제보다 더욱 안정되 기분좋게 저어갑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중간 랜딩없이 간간히 모여 쉬었다가 이내 출발합니다.
드디어 오후 4시40분경 영흥도 진두선착장에 들어섭니다.
무사히 안착해 한 컷..
이번 겨울 투어는 그야말로 완벽한 투어였다고 자평합니다. 동계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했고.. 동해나 남해바다와는 달리 이쪽 기상도 좋았고.. 바다 경험 중 가장 안정되고 럭셔리한 투어를 한 것 같습니다. 멋진 투어를 준비해주신 불루문님과 함께한 와시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겨울바다는 이 정도 거리에서 움직이며 남는 시간으로 섬 트레킹을 할 예정이고.. 모험도 때와 장소가 필요하듯 너무 먼 바다는 겨울을 피해 날씨 좋을 때 가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다음에 있을 대이작도 투어가 벌써 기다려지네요..^^
* 다음은 카약카페에 댓글을 옮겨 왔습니다.
상남자 삼인방 이번에도 멋진 투어하셨습니다 짝짝짝!!!
좋은글 잘기억하고 앞으로의 나의 카약 생활에
의지와 열정!!!!!
산유화님 또 멋진 여행을 거든히 하셨네요...
바다는 늘 어머니 품처럼 포근합니다.
상공경도가 맞네요~~~~ 잘못된 정보 죄송합니다. 담부터는 꼭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요~~~ ㅎㅎ
산유화님 글에는 교훈과 낭만이 가득합니다.
멋지고 안정된 투어 하셨네요....
산유화님 못뵌지 꽤 된것 같아요.. 아쉽게 합류하지 못했지만 산유화님 후기를 보니 다녀온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투어입니다 ...
읽다가 중간에 감동받아 울?했습니다... ㅜ..ㅜ (절대로 먹는 사진 때문에 울컥한거 아뉩니다~ㅋ)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멋있습니다, 간접체험 이라도 신나네요
저는 진두 슬로프에서 출발하신 줄 알았는데, 옆의 모래턱에서 출발 하셨네여...
날씨도 세분의 열성을 못 이겨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
출처: 산유화 원문보기 글쓴이: 산유화
첫댓글 그 어렵다는 오메가샷을 성공하셨네요 축하합니다.
그 석양이 오메가군요~ ㅋ 이런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