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동그라미는
동그르르 구르기가 매력입니다
모나거나 날카로움을 멀리 합니다
물방울, 비눗방울처럼
다가가 만지고 싶어집니다
올바른 답을 쓰면
동그라미를 쳐줍니다
근사한 생각에는
엄지 검지 동그랗게 오므려
미소로 답해줍니다
동그라미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또르르 굴러가 금세 안깁니다
동그란 입의 사근사근 말투
부드러운 입술의 자근자근 말투
맛이 일품입니다
하늘의 동그라미 해와 달을 보세요
지구를 보세요
데구르르 구르기 좋아하는
동글동글 우리 마음을 보세요.
지구본 택배
지구본을 꺼내다가
상자에 박힌 글귀를 꼼꼼히 읽었다
-조심히 다루어 주세요
74억 명이 이 안에 숨 쉬고 있으니까요
-직사광선, 화기 등에 가까이 놓지 마세요
극지방이 녹아 해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바닥에 살살 놓아주세요
자칫 지진 소동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정밀한 공법으로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지구별은 오래오래 지속되어야 하니까요
-동쪽 푸른 바다를 큼직하게 ‘동해’로 표기하였습니다
지구본은 진실이 생명이니까요.
수평선 한 개
수평선 한 개가 몰래 빠져나왔지
쏜살같이 직선으로 날았지
산을 향해 날았지
돌멩이처럼 아찔하게 날았지
숲속 나뭇가지에 걸린 수평선은
넝쿨을 헤치고
산등성이에 올라가
부드러운 곡선이 되었지
그러다가 물소리에 끌려
계곡으로 미끄러져 내려왔지
도란도란 물방울에 섞여
금세 친구가 되었지
꼬불꼬불 물결선을 그으며
까불까불 콧노래하며 흘러갔지.
카페 게시글
윤삼현의 시
[동시] 동그라미/지구본 백배/수평선 한 개
겨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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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7 10:3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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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구하고도 관계맺기를 좋아하는, 밖의 사물과 금세 융화하고 호흡나누기에 거리낌 없는 동심을
동그라미의 이미지를 적용하여 쓴 동시다. 원융무애 정신이야말로 세상을 평화롭게 이끌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