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씨에서 생겨났고 수박 속에는 씨가 있다.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 물어 보면 가장 잘 안다.
내가 가슴을 치며 아파 울면서 그것을 잘 모른다고 할 텐가?
우리 살림살이와 생활에서 알아야지
‘이뭐꼬?’를 노래하듯 왼다고 해서 알아지는 게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참 나와 이 운전하는 마음과 육신이
삼각으로 계합된 것이므로 나의 정체를 알려 하면 안으로 밝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배신하고 무모하게 남의 것이나 찾아다니고
남의 나무에 과일 익은 것이나 쫓아다니면서
공부가 된다 하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밖으로 세우거나 짓거나 보태어서 진실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짓된 것을 되돌려 내면으로 돌아가 보면
거기에 진실이 넘실거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밖으로 찾아서도 절대 안 되고 밖으로 돌아서도 절대 안 된다.
오로지 성품을 스승으로 삼고, 또 성품으로써의 만법이 돌아가는
이치를 꿰어 든 마음의 기둥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밖으로 찾는 것은 마치 허공중에 방귀 뀌는 것과 같다.
밖으로 흩어져서 그뿐이니 진실 되게 내면으로 향해야 한다.
한마음 주인공을 찾는 것도 이름이 아니라, 뜻으로 새겨야 하는데
사무치는 마음으로 ‘당신만이, 당신밖에는 할 수 없다!’할 때
주인공은 임도 되고 부도 된다. 밖에서 찾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 보아도 찾아지지 않는다.
그것은 열매 속의 씨와 같아서
마음 내기 이전의 과거 씨이자 현재의 씨요
미래의 씨이니 지식으로나 학식으로 알아지지 않으며
절대로 밖에서 찾아지지도 않는다.
밖으로 찾는다면 아무런 공덕도 이익도 없다.
공부를 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안간힘을 써가며
참나의 모습을 언제나 보나, 언제나 듣나하며 지낸다.
그러나 설사 보고 들어도 그것은 관념 속의 상상일 뿐이다.
그것을 찾는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밖으로 찾는다면
그것은 소용이 없다.
나부터 깨끗이 하고, 나 자신부터 밝히고,
나 자신부터 경배하고, 나 자신부터 잘 섬겨라.
수박씨는 바로 수박 속에 들어 있다.
현재의 수박 속에 들어 있는 수박씨는 과거의 씨이자
미래에 또 먹을 씨이다.
봄이 오면 수박씨를 심어 내내 먹고,
내년에 또 심어서 먹고 그렇게 하기를 거듭하니
현재의 씨가 과거의 씨이자 미래의 씨인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현재·미래를 말할 것 없이
현재의 수박 안에 들어 있는 수박씨를 찾아야 한다.
수박은 씨에서 생겨났고 수박 속에는 씨가 있듯이
나는 과거로부터 왔으나 내 속에 미래가 있다.
그러므로 과거미래를 문제 삼을 게 없다.
지금 여기, 내 속에 모든 것이 살아있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우리가 그것을 모르면 세균에 끄달리고 영계에 끄달리고,
육체에 끄달리고, 유령에 끄달리고, 유전성에 끄달리고,
인과 업에 끄달리고, 윤회에 끄달리고, 생사에 끄달리고,
그야말로 만방에 끄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자성을 찾으라 하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시인이 봄을 찾아 산과 들로 헤매다가 끝내 찾지를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앞뜰에 복숭아 꽃이 만발해 있었다고 한다.
저 산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미루어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직 마음이다. 믿음도 마음, 삶도 마음, 죽음도 마음,
시간도 공간도 마음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 마음 안에서 찾을 일이다.
마음 안에다 예경하고 마음 안에다가 놓을 일이다.
심안이 열리지 않아 사물을 육안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한번 내면으로 굴려서 보게 되면 아무 뜻 없이 그냥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묘리가 있다.
안으로 돌이키면 돌아가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며
밖으로 뻗으면 번뇌를 키우는 것이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