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7,토요만필漫筆/ 착한 거짓말은 없다 /김용원
한살이 인생 꾸려가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치성을 띠지 않을 수 없고, 정치성을 띠다 보면 거래가 이루어지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태에서는 거짓이 때로는 필수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윗층에 사는 젊은 아낙을 만났다고 하자. 아낙이 말한다.
“우리 아이들 때문에 힘들 때가 많으시죠?”
자, 그쪽에서 말을 꺼냈으니 아니 대답할 수 없다. 그 진정한 대답은 이거다.
“말하면 무엇해요. 밤에 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는 올라가 욕이라도 해대고 싶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그렇게 하면 체신머리 없다 할 것 아니겠어요. 내 자신이 젊은이와 불편한 관계를 갖고 싶지 않아 괴롭지만 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접고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덕분에 아이 노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나름 기를 받는걸요.”
거짓말이다. 거짓말 중에서도 어느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관계속에서 사는 사회적 일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금도에 맞는 거짓말이니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 해두자는 게 상식 있는 시민의 일반성이라고 암암리에 규정돼 있다.
그렇다. 길을 가는데 길가에서 어떤 노파가 비름나물을 판다. 그런 나물을 어렸을 때나 먹어봐 추억 삼아 사기로 한다. 아니, 다 팔아야 몇 푼이나 된다고 뙤약볕에 앉아 저걸 팔고 있단 말인가 안쓰러워서 버릴 셈 대고 산다. 노파 말에 따르면 잘 다듬어져 있고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이 싼 가격이며 가장 맛있을 시기란다. 집에 와 비닐봉지에 든 비름나물을 내놓자 아내가 기겁을 한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다시 다듬어야 하고 이미 철이 지나 맛이 없을 것이며 내버려야 할 그것을 비싸게 샀다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당신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늘 엉성하니까!”
그 노파가 꽤 괘씸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상식선에서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막걸리 한 병 대접했다고 여기면 되니까. 법에서도 상식을 크게 뛰어넘는 거짓이 아니면 위법행위로 간주되지 않으니까.
상식을 뛰어넘어 웃어넘길 수 없게 만드는 거짓말 제조자들은 따로 존재한다. 일부 정치가들이다. 그들은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고 있으며 그 짜증은 정치혐오감으로 이어진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그 짜증은 국정농단사건이 압권이지 싶다. 정치가, 또는 정치 법꾸라지는 그를 만난 적도 없고 더더구나 이름 자체를 들은 적마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거짓말임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5천만 국민을 농락한 거짓말이다. 웃어넘길 수 있겠는가.
그런 대국민 거짓말, 사기극이 지금도 현재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된말로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 입벌거 또는 입만 벌리면 구라치는 입벌구들은 일단 법망에 걸리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딱 잡아떼기부터 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 거짓말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고 만다. 그러면 그들은 법꾸라지 잔머리를 동원하여 그런 거짓말을 발설한 자를 비밀누설이니 공무집행방해니 따위로 뒤집어씌워 운신하지 못하도록 제압해 버린다. 그 뻔뻔함! 그 악마성!
거짓말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토가 자리잡았으면 한다. 특히 범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반성하면서 솔직하게 죄과를 털어놓는 경우는 정상 참작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거짓말로 기만하려는 자는 용서 없이 최고형을 적용시킴으로서 법의 준엄성과 존엄성, 사회 진실성이 자리잡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앞서의 경우, 비록 이웃간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은 용인될 수도 있다는 전제는 위험하다. 왜냐하면 내 자신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 사실을 윗집 아낙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네, 가끔 지나치다 싶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까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을 것이고 이후로 상식선을 뛰어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배려심에 공감하면서 불상사로 번지는 단계가 생략될 것이다. 또한 빌음나물을 속여 판 노파와의 관계에서도 노파니까, 소외계층이니까 이해하고 용서해야 품이 넓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지 않겠는가라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 그 빌음나물을 가지고 가서 제대로 다듬어서 팔라고 넌지시 항의해야 한다. 돈을 물러주면 받든가 받지 않는가는 개인적 소향이다. 다만 노파의 입장을 참작하여 가능하면 은밀하게, 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항의하는 예의를 갖추면 그것으로 족하다.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 착한 거짓말은 없다.
/어슬렁어슬렁
첫댓글 저도 손자 손자 들 데리고 매일 너 정말 예쁘다 . 정말 잘한다. . 어쩜 최고네. 너없이 남 못살아. 생각 같아선 큰소리로 나무라고 싶지만 칭찬으로 대신하면서 애써 감정을 누르고 사는것도 .. 년말이라 약속이 많다며 늧은귀가에도 걱정 했어요 .. 라고 마음을 누르고 하는말
그 거짓말이 일상인 나날 입니다. ^^
하지만, 선한 거짓말 뒤에 간단한 지적질이 있는 게 좋더군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 이성적으로 깨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생각입니다.
인정으로 노점에서 사주다보면
그런경우를 당하기도 해요
모두가 정직해야할 때는
정직했으면 좋겠어요
ㅣ회용 같은 만남일 뿐입니다
그땐 깨닫도록 속엣말을 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할머니, 조금 깨끗하게 다듬어서 팔았으면 해요." 관광지에서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전 전화번호 등을 알아내 꼭 항의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올바른 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적 태도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