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 초등학생이 영재교육원에서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천안교육청과 아산교육청은 4일부터 2010학년도 영재교육원 전형을 시작한다. [중앙포토] |
|
| 영재교육원 신입생 모집 시즌이 돌아왔다. 천안교육청과 아산교육청은 4일부터 전형을 시작한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이미 지난달부터 전형에 들어갔다. 영재교육원은 학과 성취가 뛰어난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으로 만족도가 높고 교육 대상도 확대되는 추세다.
신진호 기자
1 천안에 사는 신지환(11)군은 여섯 살이 되고서야 한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숫자는 겨우 스물까지 셌다. 그러나 이해력이 뛰어나고 붙임성이 좋아 가족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따르는 친구들도 많아 학교에서는 늘 대장 노릇을 한다. 학문적인 지능은 부족해도 사회적인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것이다.
2 아산에 사는 이병섭(14)군은 네 살 때 한글을 깨쳤고 초등학교 입학 전엔 영어로 대화도 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지만 남들과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데는 조금 약한 편이다.
‘영재’라고 하면 보통 지능이 높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지능에는 학문적 분야 이상의 다양한 지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 분야의 능력이 더 인정을 받는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지환군이 영재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병섭군이 뛰어난 영재로 불리기 쉽다. 흔히 영재란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뛰어난 성취에는 지능뿐만 아니라 과제에 대한 집중력과 창의력이 겸비돼야 한다. 이 때문에 각자의 특성과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조기에 키워주고 길러주는 곳 중 하나가 영재교육원이다. 영재교육원은 각 시·도 및 시·군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로 운영된다. 최근엔 국제중이나 과학고 입시에서 영재교육원 수료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입시에서 교과목 지필고사보다 영재성 검사, 수학·과학 능력 가중치 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원 입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천안·아산교육청도 6~7년 전부터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해서는 선행이 필수다. 평균 2~3년의 선행학습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일찍부터 아이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영재교육이 필요한가를 심사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평생학습을 염두에 둔다면 부모의 판단보다 아이의 태도와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교육청 영재교육원
2010학년도에는 초등 5학년과 중학 1학년을 대상으로 각각 80명을 선발한다. 초등학생은 수학 2개 반 40명, 과학 2개 반 40명 등 80명이다. 중학생 역시 수학과 과학 2개 반에 40명씩이다. 이들은 연간(매주 토요일) 120시간을 수업 받고 여름방학인 7월에는 3일간 집중교육을 받는다. 초등영재교육은 천안봉서초(수학)와 천안월봉초(과학)에서 진행되고 중등영재교육은 천안백석중(수학·과학)에서 열린다. 수업은 현직교사 28명과 대학교수 1명이 참여하고 있다.
천안교육청영재교육원은 내년으로 8년째를 맞는다. 2003년 영재교육원 인가를 받아 초등학교 20명(과학), 중학교 20명(과학) 등 40명으로 처음 시작됐다. 2004년부터는 수학과목이 추가됐고 인원도 80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2006년에는 총원이 160명으로 증원되면서 본격적인 영재교육원의 체계를 갖췄다. 이후 매년 160명을 선발하고 있다. 4~7일 각 학교에서 지원서를 접수 받은 뒤 8일 교육청에 제출하게 된다. 12일 1차 전형(영재성검사), 26일 2차 전형(학문적성검사)을 거쳐 내년 1월 5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1·2차 전형 모두 KEDI(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한 도구를 활용해 검사를 한다. 전형기준은 영재성검사 20%, 학문적성검사 80%다.
교육은 학기 중에는 주말을 이용해 이뤄지고 방학 중에는 집중수업이 진행된다. 리더십을 키우고 정서함양을 위해 체험활동·봉사활동 등 특별활동도 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천안교육청 관계자는 “단편적 지식보다는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게 된다”며 “전형 당일 수험표나 필기도구를 빠뜨리지 말고 편안하게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의= 천안교육청 영재교육원
041-529-0612
아산교육청 영재교육원(장영실영재교육원)
4일부터 2010학년도 대상자를 선발한다. 과학과 수학, 영어 등 3개 분야다. 과학은 초등 5·6학년과 중등 1·2학년, 수학은 초등 5·학년과 중등 1·2학년, 영어는 초등 6학년과 중등 1학년이 대상이다. 각 과목·학년 별로 20명 정원이다. 원서교부는 각 학교에서 하고 학교에서 일괄 접수한 뒤 교육청에 제출한다. 개인접수는 안 된다. 대상자 모두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각 과목별 수상경력이나 재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학교 별로 재학생 총 수의 5% 이내에서 추천한다. 전형은 1차(영재성검사), 2차(학문적성검사), 3차(심층면접)로 나눠 진행된다. 2009학년도 영재교육원·영재학급 재학생의 경우 1차 영재적성검사가 면제된다. 2차 전형은 전국 공동으로 시행된다. 전형별 배점기준은 영재성 검사 100%, 학문적성 검사 80%, 심층면접 20% 등 200% 만점이다. 전형일정은 11일 1차 전형, 26일 2차 전형 및 심층면접, 2010년 1월 최종 합격자 발표 순이다. 1~3차 전형 모두 동신초등학교에서 진행된다. 내년 3월부터 진행되는 교육은 매주 토요일 온양신정중학교에서 열린다.
아산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영재교육원과 이중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며 “합격 뒤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갈 예정인 학생은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의=아산교육청 장영실영재교육원
041-539-2264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지난달 말 이미 전형을 시작했다. 공주교대 영재교육원은 창의과정과 기초과정으로 나눠 운영되며 창의과정은 초등 3학년, 기초과정은 초등 4학년으로 각각 30명씩을 선발한다. 공주대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은 초등(5학년), 중등(초등 6학년)에서 모두 160명을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충남·대전 소재 초등학교의 5~6학년 재학생으로 수학·과학·정보 분야의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고 인정돼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이다. 합격자는 9일(초등), 14일(중등) 발표된다. 공주대 영재교육원은 지난해 8월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S등급을 받아 ‘최우수 과학영재교육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영재교육원을 수료한 학생들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등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대학에서 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다. 수료생은 과학고나 한국영재학교 등에 진학하고 있다.
2010학년도 영재교육원 출제경향
창의력문제해결력·사고력 꾸준히 키운 학생 유리
천안시교육청 영재교육원과 아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장영실영재교육원의 경우, 시험 절차와 문제는 두 곳 모두 KEDI(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개발한 것을 사용한다. 단 장영실영재교육원이 20% 정도의 비중으로 심층면접을 자체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1차 영재성 검사와 2차 학문적성 검사 두 가지의 내용으로 준비 내용과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자. 영재성검사는 지식과 개념보다는 잠재력을 평가한다. 창의성, 수리·공간, 언어 영역으로 구분돼 있으며 논리사고력을 검사하는 것으로 기본 지식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한다. 2008·2009년의 영재성검사 기출문제를 분석해 2010년도 출제경향을 가늠해 본다.
창의성:문항 수 줄었지만 변별력은 강화
2008·2009년의 영재성검사를 비교하면 외형상 창의성 영역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변별력은 높아져 고난도의 사고력이 필요했다. 2009년 영재성검사의 창의성 영역 문제를 살펴보면 주어진 도형을 이용해 화성에서 필요한 발명품을 만들어 보는 것과 같은 독창성·융통성을 검사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관련 개념을 많이 생각해내는 유창성을 검사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2008년은 6개의 도형요소를 결합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한 반면 2009년에는 9개의 도형요소를 결합하는 그림을 그리는 문제가 출제되는 등 난이도를 높였다. 그밖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포함됐다.
수리·공간지각력: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
2009년 수리·공간지각력 영역은 2008년도와 형식이나 난이도가 비슷했지만 문항은 4개에서 5~6개로 늘어났다. ‘쌓기 나무를 여러 방향으로 봤을 때 볼 수 없는 모양을 선택하라’와 같은 공간지각력을 평가하는 문제와 여러 가지 규칙이 제시된 상태에서 각 규칙의 관계를 파악해 순서를 짓는 문제와 같은 논리적 추론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수리·공간지각 영역의 문제는 수감각, 연산감각, 공감각 능력을 기본으로 측정하지만 일반적인 수학문제와는 달리 새롭고 낯선 문제를 접했을 때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
|
|
|
1.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나무 젓가락으로 만든 고무줄 총으로 종이컵을 조준하고 있다. 2. 영재교육원 초등과학반 학생들이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소형 자동차를 만든 뒤 실험을 하고 있다. 3. 아산교육청 장영실영재교육원 초등과학반 학생들이 F-16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로 날리고 있다. [아산교육청 제공] |
| 언어력:생소한 유형에 대처하는 창의력 요구
언어 영역은 학생들의 어휘력·독해력·연상력, 논리력을 측정하는데 이 영역의 문제들은 학생들의 지능검사 수준보다 높은 창의력을 요구한다. 2009년 언어영역 검사는 2008년도에 출제된 단순한 언어 유창성을 검사하는 문항은 사라지고 규칙을 찾아 다음에 나올 단어를 유추하는 문항을 선보였다. 예시 문장에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다른 형식, 짧은 글이나 그림으로 새롭게 표현하는 문항이나 언어적 논리성을 평가하는 문항은 두 해 모두 나왔다. 그러나 시조와 같은 갈래의 글 작성을 요구하는 문제 등 학생들에게 생소한 유형의 문제도 등장했다.
이러한 경향 분석을 토대로 평소 준비해야 하는 각 영역의 내용을 보면 언어영역에서는 꾸준한 책 읽기 습관이 필요하다. 다양하고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창의성 영역에서는 단순하고 책임성 없는 상상력은 금물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과 그 생각들을 다양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수리 공간영역은 일반적 연산능력이 아닌 사고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학적 능력과 공간지각력에서도 다양한 도형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다.
학문적성 검사엔 사고력 키우기로
학문적성 검사는 자신의 학년에 맞는 지식수준을 확인하는 검사로 이론적 내용을 단순하게 외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지식을 종·횡으로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내용을 선행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학년에 맞는 지식의 내용을 심화하는 것과 반복된 복습으로 문제와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온 아이들보다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실험수업이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꾸준히 풀어온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학문적성 검사(창의적 문제해결력)는 단순히 영재교육원의 전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물론이고 수능에서도 많은 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영재의 중요한 요건인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과제 집착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려는 영재교육원의 의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재교육원 입학도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찬(와이즈만영재교육 천안쌍용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