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소품이 열일하는 공연이다ㅋ
20대의 어느날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선물받았다
읽으면서 온갖 욕을 다했는데
서점에서 <정신분석학>을 선 채로 읽다 다리가 쥐 난 이후...
프로이트와 칼 융의 저서 두어권을 더 읽었었다
그 후 나는 프로이드의 저서보다 '그' 라는 존재를 무척 좋아했다
꿈을 분석해서 무의식이라는 존재를 밝혀냈으면서도 무의식의 지배를 받지않으려는듯 센 진통제를 거부했으며,
리비도(이거 진짜 개소리라고 생각한다ㅋ)를 주장하면서 본인은 금욕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예술을 겁나 사랑해
뭐 이런 아이러니한 캐릭이 있느냐는 말이다!
루이스(나니아연대기 작가)는 하나도 모르지만
즐거운 논쟁구경을 놓칠수는 없지않는가??
이런 마음으로 한달반전에 예매한 <last session>
일단, 볼만하다!
프로이드를 개뿔 모르고
루이스에 대해 쥐뿔도 몰라도
언어능력의 이해도만 있으면 즐길수 있다
(물론 심리학적 단어 몇개가 설명없이 등장하지만 문맥을 이해하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큰 칭찬 하나 하자면
(희곡을 안봐서 원작자의 능력인지 연출자의 능력인지는 모르겠다)
쉽지만 가볍지않게 표현했다는것에 별 하나 바치고 시작하고 싶다
ㅡ개인적으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쉬운단어로 누구나 알아들을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ㅡ
"무신론자였던 루이스 자네가 왜 유신론자가 되었는가?"
라는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의 질문으로
그들의 논쟁은 물고를 틀며,
인간의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질문들을 쏟아낸다
신은 존재하는가?
신이 있다면 고통과 불행은 왜 생기는것인가?
보편적 도덕률이란 존재하는가?
사랑이 무엇인가?
신에서 시작된 논쟁은 인간을 향하고
섹스,전쟁,죽음,사랑등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토해낸다.
두 지성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화,모세,찰스 다윈,조지 웰스,갈릴레이,아퀴나스,실낙원등등을 소환해된다
이 소환물들 중간중간의 유머러스한것들이
프로이드의 철학을 베이스로 한걸 보니
원제< FRUID' LAST SESSION >이 이해가 됐다ㅋ
신구선생님의 프로이드는 다소 감정적이며 나이들어 노쇄하며 완고한 프로이드였다
파도같이 밀려드는 대사발에 발음이 좀 씹혔지만...프로이드자체가 구강암으로 보철물을 착용중이라니 캐릭터성으로 넘어가질만하다
(오영수선생님의 프로이트는 냉소적이고 시니컬할듯해 비교해서 보고싶어졌다)
루이스는....대사치기 버거워 1차원적 연기가 된 느낌이다ㅡㅡ;;
모범생같이 단정하게 연기하니 대비성은 괜찮지만 루이스캐릭터 자체가 밀리게 보인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는 루이스
삶의 고통을 겪는 프로이트
이들의 공통분모는 전쟁이다
그 전쟁(2차 세계대전)을 그들이 만나 논쟁하는 한복판으로 가져온 원작자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지만 약점을 가진 인간일 뿐인 이들...
서로의 약점을 인신공격하지 않으며 인정하는
훌륭한 인격적 존재들이지만...
그 논쟁으로 그들은
결론하나 도출할수 없다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수 있다
아무 논거없이 믿음이 생길수도 있으며
수많은 논거가 합당해도 바뀌지않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은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사람하나 살릴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논쟁이 무의미한가??
절대 아니다
이들을 통해
연극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답은 내리지 않는다
그 답은 각자의 인생에서 내리길 바란다
(원래 후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하려던건 아니였다
프로그램에서 연출자의 글을 보고 바뀌었다)
역대급으로 쓰기 힘든 후기였다...
(전에는 에쿠우스가 가장 쓰기 힘든 후기였는데
연극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내니 내 생각 정리하기도 버거웠다...)
첫댓글 보고싶은 욕구가 샘솟는 후기글입니다
한번쯤은 스쳐간 책 ~ 지그문트프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