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에 팔린 주소가 살인에 악용된다

[정명진]

#이석준(25)에게 50만원을 받고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 A씨(30대)가 지난 16일 구속됐다. 이석준의 의뢰를 받고 피해자 B씨의 집 주소를 알려준 혐의다. B씨는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으나 주소지가 노출되면서 가족들이 범죄의 피해를 입게 됐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거래돼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가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주소지를 옮겨도 적게는 수십만원이면 다시 파악이 가능하다. 불법적인 정보 제공자에 대한 엄벌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이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오전 이석준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살인미수, 살인예비, 재물손괴, 감금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석준은 지난 8일 B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정확한 주소지를 찾지 못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흥신소를 통해 새로운 주소지를 알아낸 뒤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4일 이석준에게 B씨의 주소지를 알려준 A씨를 경기도 모처에서 검거했다. A씨는 이석준 외에도 다른 이들에게 수십만원을 받고 최소 50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범행에 대해 공범 여부와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개인의 신상정보를 불법으로 거래해 처벌받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1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C씨는 '연인 관계에 있던 사람의 새로운 주소지를 찾아달라'는 D씨의 의뢰를 받고 수수료 4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C씨는 2019년 6월10일 인천 부평구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며 지인을 통해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의뢰인에게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의뢰인 D씨는 C씨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전 연인을 납치·감금하는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E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면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몰래 조회해 제공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도 불법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는 범죄에 악용됐다. E씨는 2019년 3월부터 F씨가 올린 인터넷 광고를 보고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1명당 15만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3개월간 107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조회해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E씨의 범행은 정보 유출로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 불법거래,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엄벌과 예방 교육 필요"

개인정보 불법거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인정보 불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 유출이 또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예방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불법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예전부터 곳곳에 '떼인 돈 받아준다'는 전단지가 있었는데 (같은 선상에서) 불법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일이 횡행한다는 건 처벌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집행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사법당국에서 개인정보 불법거래의 심각성을 강조해서 확실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엄중한 범죄 행위임을 고지시켜야 잠재적 동기를 억제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처벌의 엄중성을 계속 강조하다보면 결국은 엄벌주의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런 규제 중심의 사회가 범죄 감소에 기여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개선하는 예방교육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수현, 홍효진 기자

출처 : '50만원'에 팔린 주소가 살인에 악용된다 - 머니투데이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