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길게 머무는 것과 짧게 방문한다는 것은 제주도를 즐기는 것 자체의 본질을 달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길게 머물 수 있으면 제주도 구석구석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변방의 자연도 다 들여다볼 수 있지만, 짧게 방문하는 경우 아무래도 제주도를 대표하는 그런 장소만 훑어보게 됩니다.
3박4일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친구를 위해 오늘 계획한 장소는 억새가 근사한 산굼부리와 핑크뮬리가 아직 하늘거리는 카페 글렌코입니다. 여기 두 곳은 한 노선에 놓여있어 효율적으로 돌아보기도 좋습니다.
산굼부리 억새가 유명하다고 글에서 보았지만 직접 가보니 눈이 환해질 정도의 장관급 억새풍경이 근사합니다. 평일인데도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들로 북적이고 마지막 가을풍경을 담아가려 다들 사진찍기에 열성입니다. 동창 덕분에 처음으로 태균이랑 둘이 있는 사진, 우리 4명이 같이 있는 사진도 만들어졌습니다.
산굼부리를 최대한 긴 노선으로 돌아서 걸음수를 늘려보니 산굼부리도 괜찮은 산책로가 됩니다. 자주 옆길로 새거나 오던 길을 되돌아 돌발적으로 뛰어가는 완이때문에 목소리가 몇 번 높아지니 태균이가 시무룩해지고 평화롭지 않은 상황에 슬퍼하기까지 합니다. 평화롭지 않은 상황을 태균이 가장 싫어하니, 완이의 충동성이 어서 좀 가라앉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코스는 카페 글렌코. 핑크뮬리는 거의 제 빛깔을 잃고 형상만 남아있지만 동백나무 꽃들이 어찌나 만개했는지 벌써 동백나무 꽃잔치해도 될 듯 합니다. 붉은 동백꽃만 늘 생각했는데 분홍색 동백도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식물을 대규모로 가꾸어놓는 장관급 풍경은 여기말고도 제주도에 몇 군데 더 있습니다. 오늘밤에는 야간풍경이 근사하다고 하는 허브동산도 한번 가볼까 합니다.
우리가 늘 즐겨하는 동쪽 드라이브길을 따라 달리며 오늘의 코스를 마무리해봅니다. 옥색의 맑은 바다는 오늘도 제자리에서 그 푸르름을 빛내며 큰 파도없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겨울로 가기위한 길목에서 이제 바다는 범접하기 쉽지않은 차가움으로 한동안 눈을 시리게 할 듯 합니다. 오늘이 올해 마지막 20도를 넘긴 기온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가고싶은 곳은 수두룩하나 해는 점점 더 짧아지고, 내일의 기온급강하로 바람도 세차지기 시작하니 겨울은 역시 활동에 있어 아쉬움의 계절입니다. 토요일까지는 손님용 코스로 우리도 즐거운 시간을 가져볼 듯 합니다.
첫댓글 제주도에서 제주를 만끽 못하고 사진으로 감탄하는 제가 딱하기도 하지만 한편 멋진 풍경을 눈으로 볼 수 있음을 감사 드립니다.
억새 가득 저 멀리 태균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일품입니다. 판넬 작업후 벽에 걸어도 좋겠습니다.
🙏🍒‼️
조으네요.ㅎㅎ 카페 글렌코는 대표님 추천으로 접때 다녀왔는데. 봉봉이도 신나게 달려다녔죠.ㅎㅎ 지인분과 남은 시간도 더없이 행복하게 보내시길. 저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들은 봐도봐도 부럽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