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는 사람 몫
글을 쓰는 데는 밤낮이 따로 없다. 계절도 따로 없다. 그냥 쓰고 싶으면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된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혼자도 좋고 모여도 좋다. 각자 수준에 맞으면 된다. 누구든 언제든 쓰고 싶을 때 쓰고 읽고 싶을 때 읽으면 된다. 조금이라도 괜찮다. 책을 가져가도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그냥 읽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읽기만 해서 소용없다. 글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한 번에 안 되면 거듭 읽어서라도 알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읽는다고 그 책에 있는 내용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으며, 그 책에 내용이 줄어들거나 소비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고 그 양이 다르다. 똑같이 읽었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고 없고 다르다. 그 내용은 읽는 사람마다 마음껏 아무리 퍼가도 줄어들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다. 그냥 둔다고 넘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 그대로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아끼거나 애써 남길 것 없이 챙길 것은 전부 챙겨도 괜찮다.
책을 읽으면서 글에 좋은 내용을 미리 허락받고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몰래 가져가는 것이 아니므로 마음 편히 챙기고 훗날 되돌려줄 것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책의 내용은 읽는 사람의 몫이다. 그 글 속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으며 그중에 일부를 읽는 것이다. 때로는 아무것도 몰라 읽으나 마나 하다. 글 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의중을 알아보기도 한다. 읽을수록 단순한가 하면 이것저것 뒤엉키면서 복잡해져 정리한다.
책을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알 수 있다. 모처럼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으면서 보람을 느끼며 가슴 부듯해진다. 무슨 내용에 관심을 두게 되느냐에 따라 얻어지는 것도 달라진다. 직접적인 것에 간접적인 것도 있고, 이것저것 함께 생각해야 할 것도 있고, 아주 다양하다. 아직은 막막한 것도 있다. 그래서 글 속에 길이 있고 그 길을 못 찾으면 헤매다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다. 소위 허탕 치고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그래서 책 한 권을 혼자 읽어도 좋고 열이 읽어도 좋다. 많은 것을 얻어 가도 책의 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마치 각자 알아서 하라고 묵묵히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내용을 많은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책은 순수하다. 누가 보든지 그대로다. 그러나 읽고 나면 다른 소리를 한다.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나는 못 보았다고 한다. 한눈팔면서 본 것도 아니다. 책은 읽어가며 많은 내용 중에 필요한 것만 챙기면 된다.
이 책 저 책의 내용이 은연중에 뒤섞여져 같은 것 같고 다른 것 같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면 내 생각을 보태고 빼기도 한다. 문학책이면 더 그렇다. 그 작품에 내 생각을 슬쩍 얹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기도 하고 단 몇 줄이 가슴에 확 꽂히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리송하고 밋밋하다. 무슨 내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 헤맨다.
책을 겉핥기식으로 읽으면 간단은 하지만 그다지 얻어지는 것이 없다. 수준을 높여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요 구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며 읽기도 한다. 책의 글 속에 담겼어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숨겨져 있어 열심히 찾아내면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부지런히 노트에 적기도 하고 알 듯 모를 듯 대충 흘려보내기도 한다. 바람직한 것은 내 수준에 걸맞은 책을 선택해야 부담을 줄이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너무 수준이 높으면 소화 시키지 못해 그대로 배설한다. 아직은 나에게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으면 흥미가 떨어지고 싱거워 마지못해 읽을 수 있다. 어쨌거나 책을 읽어 도움 되는 것이 있어야 읽은 가치가 있다. 한마디로 읽은 것과 안 읽은 것은 달라야 한다. 비록 한 줄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책은 건성건성 읽으면 좋다고 할 수 없다. 가능하면 대충대충 통독보다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정독해야 한다.
책은 글자에 의한 하나의 기록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글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은 한정되어 있지 않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겉에 살짝 비치는 것은 어지간하면 알아도 깊이 들어가면 그 해석이 분분해진다. 작가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세세히 알기도 하고 미처 무슨 내용인지 찾아낼 수 없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수준에 적합한 책을 선택하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내용을 잘 받아들여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