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를 피해 2월 17일 상하의 나라 태국으로 날아갔다. 방콕에서 1시간 거리인 프라임과 아티타야 골프장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섭씨 27도를 넘나들어 조금은 덥게 느껴지지만 나무 그늘에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온갖 꽃들로 뒤덮인 나무들과 파란 필드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것은 천국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추운 날씨에 감기로 고생을 하다가 어느덧 말끔히 사라져 버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느끼게 된다. 이런 천국이 우리의 미래를 보낼 휴양지가 될 것이다. 노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미 상당수의 나이든 이들이 겨울철이면 2~3개월씩 태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보내고 있다. 동남아가 우리의 겨울철 피난 휴양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프라임만 하더라도 대규모 천국프로그램으로 고급 호텔을 지어 회원권을 분양하고 있다. 약간의 투자로 안락한 겨울철 휴양이나 철에 관계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1세대 시작은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니 이제는 제대로 자리 잡을 때가 되었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천국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동남아는 싼 물가와 풍부한 과일 및 음식, 천혜의 따뜻한 날씨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서인지 어느 지역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반기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곳이 바로 이들 동남아 지역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지역 보다 덜 신경 써도 되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에서 보내는 것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텔을 이용하면서 마음껏 골프를 즐겨도 하루 10만원이면 가능한 곳이다. 이런 매력으로 앞으로 이용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나라는 상하의 나라답게 열대과일이 풍부하다. 내가 좋아하는 망고를 비롯, 망고스틱, 두리안, 파파야, 파인에플, 바나나, 수박 등 겨울철 한국에서는 좀처럼 대하기 힘든 과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값도 싸니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입맛을 당기는 여러 가지 음식까지 값싸게 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휴대폰과 컴퓨터에 피로해진 눈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따뜻한 햇빛을 받아 비타민D가 충전되어서 그런지 피부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현지인들이 항상 머금은 미소에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주변에 양 몇 마리만 있으면 천국의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생하는 관절염이나 겨울철 낙상사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자나 깨나 남을 의식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매일 싸움질이나 하고 상식을 벗어난 정치행태도 안 봐도 된다. 그래도 관심 있으면 위성 중계되는 YTN을 보면 된다. 스마트폰으로도 실시간 검색도 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이런 것들과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열심히 운동하거나 여행하는 것도 좋다. 그냥 편히 쉬는 것도 좋다. 이런 이유로 태국 곳곳에는 유럽인들이 1백~1백50채씩 방갈로를 지어 집단촌락을 이뤄 사는 곳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 촌, 네덜란드 촌, 독일 촌 등이 이미 많이 활성화 되어 있다. 한국은 이미 늦은 셈이다. 가장 살기 좋은 천국이 옆에 있는데도 그동안 무시하고 덜 관심을 가져 온 게 사실이다. 실버이민비자제도로 오래 머물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나는 20년 전부터 이들 지역을 드나들면서 앞으로 한국의 노후를 책임질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 왔다. 마당이 있는 텃밭에 채소를 키우고 가마솥을 걸어 놓아 한국식 음식을 즐기며 편안히 겨울철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껴왔다. 후배를 통해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체 운영도 시도했다. 그러나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은 안된다’는 비싼 교훈만 얻고 실패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스스로 눈을 돌려 터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 멋지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의 발달로 시.공간의 문제도 안 된다. 이웃집처럼 드나 들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은가. 자신이 있는 곳이 지루하고 지옥이라고 느껴질 때 훌훌 털고 날아갈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한 달 살이, 두 달 살이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싶다. 나만 좋은 삶이 아닌 더불어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같이 동참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