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47&8 산행동우회 소식지 (제61호)
2009년 12월 30일 발행
제목 제71차 산행 (과천 청계산)
庚寅年 새해에는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 금년 역시 참으로 많은 난관과 크고 작은 사건들로 점철된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유사 이래 늘 그러했겠지만 생존을 위한 투쟁이랄까, 다사다난한 장애와 맞서 싸우며 때로는 성취의 쾌감을 맛보고 때로는 좌절도 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인류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해의 마감을 하루 앞두고 어제를 돌아보니 연초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평이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말로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 김수환 추기경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종교와 신분, 계층과 이념을 뛰어넘어 늘 낮은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빛과 소금이 되어 주었고 정치적 격변기에는 약자의 편에 서서 민주와 정의를 지키는데 큰 힘을 보탠 분이었습니다.
이어서 3개월 사이의 간격을 두고 진보정권의 10년을 이끌어온 두 전직 대통령도 유명을 달리하는 큰 사건이 있었지요. 한 분은 청문회 스타로 정치 일선에 알려진 후 최단시일에 일약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을 일구었으나 진보와 보수의 극심한 대립 속에 지도자로서의 언행에선 일말의 불안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많은 화제를 뿌리던 끝에 결국에는 당신이 자신하던 도덕적 순수함까지 타격을 입고 자살이라는 막다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불행한 일이 있었지요.
다른 한 분은 몇 차례의 죽음의 고비와 수년에 이르는 옥고를 치르는가 하면 10여년의 망명생활이라는 그야말로 숱한 역경과 가시밭길을 헤쳐가는 인고의 삶 속에서도 끝내는 최고지도자의 꿈을 이룬 분이었습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상으로는 국민 각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살아온 가시밭길 자체가 이 나라의 민주화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지요.
이제 역사의 한 장을 접고 새로운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우리에겐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새해는 한일병탄 100년을 맞는 해이고 일제로부터의 해방65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전쟁 60주년에 4.19혁명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어찌 보면 꽤나 긴 세월, 그 사이에 우리는 역사의 격랑을 헤쳐내면서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어 살만한 나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지요. 허나 다른 한편으로는 10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도 우리는 여전히 대립과 갈등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타협과 양보를, 화해와 용서를 할 줄 모르는 정신적으로 미성숙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사회 각처에서 이익집단간의 대립은 첨예하게 맞서고 정치권에 이르러서는 그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 1년 365일이 흡사 전투장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 하나만의 편견일까요.
얼마 전 정진석 추기경은 한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족부터 서로 인정합시다. 인정합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타인의 장점과 고마움을 인정합시다. 인정하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협력할 수 있습니다. 조그만 걸 인정하지 않아 싸움이 되는 겁니다.”
이 말을 되새기며 나 자신 지난 일년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때론 아내와 또는 아이들과 의견충돌이 벌어지고 그럴 땐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큰 소리가 오가고 내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힘을 행사하진 않았던가. 과연 내 아내를 또는 아이들을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던가 하고…… .
그런가 봅니다. 가까운 가족 구성원간에도 각기 한 인간으로 상대를 나와 똑 같은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 의견을 존중한다면 서로 이해하게 되고 사랑으로 감싸는 관계로 이어지겠지요. 가족이, 지역공동체가, 각 이익 집단이, 서로 다른 정치집단이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분명 협력이 이루어질 텐데 조그만 걸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싸움이 되고 전쟁이 되는가 봅니다.
해마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지식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의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는 군요. 사전적 의미로는 샛길과 굽은 길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바른 길을 좇아서 정도를 걷지 않고 원칙보다 편법이 횡행한 한 해로 규정한 것이죠.
아마도 지난해부터 논란에 휩싸인 4대강사업을 비롯한 미디어법, 세종시법 수정 등 일년 내내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대형 이슈에서 끝까지 대화와 설득을 통해 정당하고 순탄하게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수단으로라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권층을 비유하는 것인가 봅니다.
10의 파이를 놓고 다투는 인생게임에서 어느 한쪽의 완승과 완패가 아니라 5대5 또는 6대4 정도에 만족하며 끝까지 대화와 타협으로 일관한다면 분명 백 퍼센트 만족은 아니라 해도 아쉬우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은 가능할 것으로 믿어집니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은 물론이요, 크고 작은 집단간, 상이한 정치집단 간에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는 것 자체가 사랑이 되고 갈등이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매우 반가운 고향소식 한가지를 전해야겠네요. 이미 미디어를 통해 많은 이에게 알려졌지만 전교생이 62명으로 줄어든 미니학교 교동고교에서 금년에 3학년 재학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4년제대 15명, 전문대 10명)했다는 기적과도 같은 최대경사의 소식입니다. 그야말로 장하고 대견한 일을 성취한 학생은 물론 물심 양면으로 노력한 학교장 이하 모든 관계자에게 우리 동우들 모두 성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겠지요.
1월에는 신정이 겹치는 관계로 산행날짜를 조정하여 두 번째 주 토요일에 청계산을 오를까 합니다. 겨울산행이고 날씨에 따라 많은 눈이 쌓일 수도 있으니 평탄한 청계산이 산행하는데 적당해 보이기에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서너 시간 산행을 즐기면서 신년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70차 산행 참석자 <김영석, 나순연, 박용배, 이광섭, 이영구, 이형구, 정서현, 최상옥, 한기백, 한영록, 한영분, 한영옥, 황교갑, 황교섭, 황순호, 황영숙, 황인환 외 2명>
.회비 지출 내역
첫댓글 예식장에 가야함에 또 참석하지 못하겠네요 즐거운 산행하길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