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나가기만 하면 기존 기록을 깨고야 마는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 '신기록 행진을 언제 멈출까' 라는 게 여자 피겨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또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를 바꿔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밀라 발리예바는 13일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90점대를 깨며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그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90.38점을 얻으면서 처음으로 90점대를 기록했지만,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발리예바, 유럽선수권대회서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으로 선두/얀덱스 캡처
그러나 이번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그녀는 러시아 국내서 세운 기록보다 0.07점을 더 얻는 90.45점을 받았다. 이전 공식 기록은 그녀가 지난해 11월 소치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얻은 87.42점이다. 단번에 세계기록을 3.03점이나 높여 놓은 것이다.
그녀의 여자 싱글 부문 기록 경신은 너무도 빨라 어지러울 정도다. 2020년 12월 주니어 신분으로 출전한 러시아컵 5차 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86.20점을 얻어 '러시아 여성 피겨 3인방'에 속하는 알료나 코스트로나야의 세계기록(85.45점)을 간단히 넘어섰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 국내 심판이 국제 심판들보다 점수가 후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시니어 무대 데뷔 2번째 경기였던 ISU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국내점수보다 1.22점이나 높은 점수로 세계 신기록(87.42점)을 세우며 국제 심판들의 눈을 번쩍 띄게 만들었다.
발리예바/사진출처:@카밀라발리예바 인스타그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도 그녀의 적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1.73점 예술점수(PCS) 38.72점을 합친 90.45점으로, 2위(로에나 헨드릭스·벨기에·76.25점)를 14.2점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1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이변만 없다면 우승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녀의 금메달 수상이 유력하다.
경기장 밖에서 늘 깜찍한 모습으로 인기를 끄는 그녀는 이날 은반 위에서는 최고의 연기로 주목을 끌었다.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멋지게 처리한 뒤 트리플 플립,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완벽하게 뛰는 점프 기술을 보여줬다. 또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 스텝시퀀스, 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백 스핀 등도 최고의 연기로 레벨4의 높은 점수를 챙겼다.
발리예바의 경기 모습/사진출처:@카밀라발리예바 인스타그램
그녀의 적수로 꼽히는 '여자 피겨 3인방' 중 알렉산드르 트루소바는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면 75.13점으로 3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안나 셰르바코바는 트리플 루프와 결합해야 하는 트리플 러츠에서 떨어지는 실수 등을 저지르며 4위에 그쳤다.
두 선수가 실수는 하는 바람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5위에 오른 헨드릭스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이 끝나면 그 순위는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트루소바와 셰르바코바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녹슬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