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치료제나 진단키트의 개발·수출 발표만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바이오·제약사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진단시약 및 의료기기 전문기업 녹십자엠에스(MS)가 러시아의 '유지모리플로트'에 공급하기로 했던 3천400만 달러(374억원) 규모의 코로나 진단키트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9일 공시했다.
녹십자엠에스는 당초 2020년 12월 러시아 '도브로플로트'(DOBROFLOT)에 3천400만 달러 규모의 이동식 코로나19 진단시스템 'Lab on a Wheel' 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도브로플로트 관계사인 유지모리플로트에 계약이 승계됐다. 지금까지 계약 이행 실적은 총 계약 금액의 0.5%에 불과한 2억 원이라고 한다.
회사 측은 "계약 상대방이 러시아 현지 제품허가 지연과 전쟁 상황으로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계약기간 2년이 만료돼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계약이 해지된 'Lab on a Wheel' 시스템은 약 3분 내 검진실을 소독할 수 있도록 자동 세척 시스템을 갖춘 이동식 검진 시설로, 2020년 6월부터 녹십자엠에스가 특수차량 전문 제조기업과 함께 공동 개발해 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녹십자엠에스와의 계약 체결 발표 당시, 도브로플로트 홈페이지/캡처
그러나 계약 발표 당시부터 러시아 수입업체인 '도브로플로트'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연해주에 있는 어업·수산업·수산가공식품 관련 업체였기 때문이다. 본지(바이러시아 www.buyrussia21.com)는 2020년 12월 13일자에서 러시아 포탈 '얀덱스' 검색을 바탕으로 '도브로플로트'의 진단시설 수입 계약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그 계약은 '시간이 지나 저절로 철회된'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지 않았다면, 그 계약이 제대로 진행됐을까?
안타깝게도,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회사 3곳은 이미 지난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일양약품' 주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바이오·제약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회사 3곳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기업 임원 2명이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바이오· 제약업계에서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신속 진단키트 개발 열풍이 불었고, 정체가 불분명한 러시아 업체에게 수백만, 수천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가 나오곤 했다.
한국코러스가 스푸트니크V 백신 시제품을 러시아로 운송하는 장면/사진출처:한국코러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위탁 생산 시설로 소개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공장/사진출처: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게다가 주식 투자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CMO)설도 씁스름한 뒷맛을 남겼다. 후발 주자인 '휴온스 컨소시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지난 11월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22 세계제약바이오전시회(Convention on Phamaceutical Ingredients Worldwide)에서 계약 과정의 '진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팜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김진우 그룹 부회장은 프랑크푸르트 기자간담회에서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의) 계약 당사자를 러시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계약자는 인도 스텔리스바이오파마(Stelis Biophama)라는 기업"이라고 털어놨다. 본지는 휴온스 컨소시엄의 결성 당시와 이후 생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스푸트니크V'의 해외 생산및 판매를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왜 휴온스 컨소시엄 측과의 위탁 계약 사실을 발표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 의문이 이제사 풀린 것이다.
휴온스 글로벌 콘소시엄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발표 보도자료. RDIF란 단어가 제목에서부터 보인다/캡처
'스푸트니크V' 투자 열풍을 일으킨 한국코러스(컨소시엄)은 러시아 RDIF와 직접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RDIF가 그 과정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공개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러시아 백신 생산이 무산된 것은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계약금으로 1,330만달러(193억원)을 받았고, 계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되더라도 최소 물량인 64배치에 해당하는 1억3,600만달러(1930억원)은 받을 수 있어 금전적 손해는 1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올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스텔리스 측에 1억3,600만달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때 왜 계약 당사자가 RDIF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을까?
첫댓글 아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