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시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소시지를 먹어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소시지가 엄청 맛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다분히, 제가 언급했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까지는 어디서 그 흔한 순대도 구경하지 못했고, 소시지는 책이나 방송에서나 봤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소시지에 관한 아주 짧은 글을 읽고는 보지도 못하고 먹어보지도 못한 ‘소시지’에 관한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것입니다.
책의 내용에, 과거에 영화감독을 했던 사람이 강제수용소에 같이 수용이 되어 있는데 이 사람은 부자여서 집으로부터 늘 많은 사식(私食)이 배달이 되는데 어느 날 그 배달된 것의 포장을 풀기 위해서 주인공에게 칼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이 칼은 공사장에서 주워 몰래 숨겨둔 것으로 이것이 발각되면 ‘영창 4일’이 확실할 거라고 해서 칼의 이름이 ‘영창 4일’인데 이 칼을 빌려 준 대가로 소시지 한 조각과 담배 ‘몇 까치’를 받습니다.
대가로 받은 그 소시지를 입안에 넣으면서 ‘이 향긋한 고기 내음,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라는 독백이 나옵니다. 저는 그때부터 ‘소시지의 그 향긋한 고기 내음’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시지(영어: sausage, 문화어: 고기순대, 양순대, 쏘세지 등)는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 다진 고기에 소금과 허브, 돼지기름 따위의 조미료와 향신료를 첨가하고 외피(동물의 창자 또는 인공케이싱(casing)에 싸서 하루 동안 쟁여두었다가 끓는 물에 삶아 먹거나 불에 구워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영어 소시지(sausage)의 어원은 프랑스어 '소시스'(saucisse)이며 이것은 '소금에 절인다'는 라틴어 '살수스'(salsus)에서 비롯되었다. 문화어의 "꼴바싸"는 러시아어인 '깔바싸'(колбаса)에서 키릴 문자 표기 그대로 발음한 것이며, 러시아어를 그대로 반영해 “칼파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시지 제조는 매우 오래된 음식 보존 기술로 과거 도축업자들이 내장과 머릿고기, 고기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 등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과거 고기를 거의 제대로 먹기 힘들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대용으로 먹었던 음식이었다.
오늘날에는 지방과 내장 등의 부산물을 거의 쓰지 않고 살점 부위 위주로 가공하고 있다. 내장 위주의 소시지로는 피를 굳혀 만든 블랙 푸딩이 있다. 완전히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었음에도 재료를 돼지고기로 하면 소시지이지만 생선으로 할 경우 어묵이 된다.
소시지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는데 소시지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기원전 9세기에 썼다고 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병사들이 피와 섞은 고기반죽을 만들어 창자에 채운 것을 큰 불 앞에서 돌리고 먹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5세기에서도 키프로스 섬 내의 도시인 살라미스(Salamis)에서 소시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이탈리아의 건조 소시지인 살라미가 이 도시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이후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유럽 남부 전역에 고루 퍼지게 되었으며 이 시대의 문학 작품에서도 소시지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4세기에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일반 서민이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사치이므로 소시지를 먹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동안은 유럽 남부에 머물렀으나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된 것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이 보석, 직물과 함께 소시지를 가지고 돌아오면서부터였다. 이후 신항로 개척 시기에 유럽에서 많은 종류의 향신료가 들어오면서 이것이 소시지를 비롯한 육류에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소시지 요리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소시지와 유사한 식품인 순대가 있다. 돼지 창자에 내용물을 담는다는 점이 소시지와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피가 들어간 소시지인 블랙 푸딩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서구식 소시지가 알려지기도 하였는데, 경제가 좋지 못하였던 시절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어육소시지에서 밀가루를 중심으로 각종 육류 및 어육과 첨가물을 혼합한 저급 소시지인 혼합소시지가 한국 내 소시지의 주류를 이끌었다. 가격이 저렴한 이점도 있어서 80년대까지 학생 도시락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소시지하면 이 혼합소시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후 돼지고기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인 소시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직접 케이싱에 고기를 주입한 전통방식의 수제 소지지들도 대형 마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정통 소시지들은 DLG(독일농업협회)품평회에서도 수상을 받을 만큼 품질이 좋다.
한국에서 알려진 수제 소지지로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의 성 베네딕토회 왜관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독일식 수제 소시지가 있다. 이 소시지는 독일 베네딕토회에서 파견 나온 수사들이 한국 내 현지에서 소시지를 만들어 먹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이것을 인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작은 공장으로 확대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베네딕토를 음차하여 '분도소시지'라고도 부른다.>「위키백과」에서
하지만 제가 소시지를 먹어보니 전혀 그 ‘향긋한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오니까 무슨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니 뭐니 하면서 티비 광고가 나오던데 그 소시지를 먹어보니 정말 고기 맛이 아니고 무슨 밀가루 뭉친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혹 독일소시지가 유명하다니 독일소시지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위안을 애써 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그것도 별루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대부분 독일소시지가 아니고 독일식 소시지인 것 같아, 정말 독일소시지는 다른 맛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소시지도 제 입맛에 맞는 ‘향긋한 고기’맛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고르바쵸프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솔제니친이 생각이 났고 그러면서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떠올랐습니다.
소시지는 소시지일 뿐인데 아직도 제가 제대로 된 소시지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생각과 정말 제대로 된 소시지는 그 ‘향긋한 고기 내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거나 맛을 보고 느낀 것보다 책에서 읽은 것이, 혹은 화면으로 본 것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병천순대, 아바이순대 등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어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 머릿속에 그게 오래 각인되는 이유는 맛을 보고서 느낀 것이 아니라 먼저 머릿속에 저장이 돼서 그럴 거라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