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칼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개혁이 아니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는 선관위가 꺼내 들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불거졌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 - 6개로 나누어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다. 국민경선제는 새정민주연합의 전략적 후보 공식제도다. 여기엔 문재인의 속셈이 있다. 말은 지역감정 해소라고 하지만 속을 들어다 보면 실효성이 없다. 비례대표제는 현재 54명이다.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을 쉽게하여 사회적 약자가 제도권 내에서 의미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보다 더 민주적인 사회문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인물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학력, 인품 또는 국가관이 결여 되어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례대표 국회의원(특히 야당) 중에는 반국가적 언행이나 막말 등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물의를 빚기도 한다.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명의 정치인 즉 1등만 뽑는 제도인 소선거구제에서는 2, 3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사는 무시되었고 1위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선거전략과 계산이 성행했던 이유다. 혹여 유권자들이 선호해도 질 것 같은 정당, 혹은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았고, 최선보다는 최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몇몇 정당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지를 받고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국민의 의사가 공정하게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았던 기존 선거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비례대표제다.
청년비례대표가 생겨난 이유는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명의 정치인을 뽑는 선거제도는 지역구의 주민으로써 이익을 제도권에 반영시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지역구의 주민인 동시에 직장인, 혹은 청년이기하다. 여성문제, 실업문제, 복지문제, 등록금 문제 등 지역범위를 넘어선 문제들이 많다. 문제는 학력이나 자질 또는 국가관 등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회에 입성하면 상대 정당에 대한 지나친 비방이나 반국가적인 언행 또는 국민 앞에 제왕으로 군림하고자 하는 등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비례대표에도 자질을 강화하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장치도 없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일 권역별로 하면 의원수도 대폭 늘려야 한다. 제대로 일도 안하면서 국회의원 수만 늘린다는 것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가장 빈번하게 개혁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정치다. 여기서 정치란 국회와 정당을 말한다. 국민의 의식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개혁의 요구는 그 어느 때 보다 강열하지만 국회에 대한 실망감, 특히 당내 갈등과 정부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감에 빠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는 무엇이 국가를 위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의회의 권한이 막강한 미국조차도 정당 내부의 권력구조를 분산시키는 정치개혁을 통하여 의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입법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서 현재의 의회정치를 실천한 정치개혁을 달성했다. 1900년대 초에 소장 의원들의 주도로 하원의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상임위원회 기능을 강화한 것인데 의회개혁의 핵심은 하원의장이 독점하던 상임위원장 임명권을 빼앗고, 대신에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 중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게 하는 선임제(seniority rule)를 채택했다. 하원의장이 위원장 임명 권한을 통해 상임위원회를 장악해 실질적으로 의회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시대를 종료시킨 것이다.
이러한 개혁이 달성된 이유는 당시 미국을 휩쓸던 혁신주의운동의 영향이었다. 부패정치에 대한 고발과 비판으로 시작한 혁신주의운동은 국민적인 지지를 대폭 얻었고, 의회개혁뿐 아니라 독점 대기업 타파, 여성참정권 허용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정치인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개혁이 아니다. 지역감정해소라면 야당은 여당 텃밭 부산에서 후보를 많이 내면 되는데 당선될 자신이 없으니 비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표의 권력별 비례대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