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미술상 수상, 골든 글러브 시상식 - 남우주연상(잭 니콜슨 - 코미디/뮤지컬 부문) 노미네이트.
1989년 개봉한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 기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한 첫 번째 배트맨 영화.
팀 버튼 감독의 색이 많이 반영된 영화로, 어두운 고담을 배경으로 우울한 히어로 배트맨과 유쾌한 악당 조커가 대결하면서도 아찔할 정도로 기괴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영화 자체로 평가하면 굉장히 훌륭한 플롯을 지닌 명작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배트맨)과 적대자(조커)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창조한 관계로 완벽하게 대립구도를 이루는 플롯은 영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것이라는 평가. 각종 미술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빠질 것이 없어서 배트맨 실사영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배트맨 역은 마이클 키튼이 맡았다. 코미디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스캐스팅이라는 반발이 거셌으나 실제 영화에서는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후로도 여러 배우들이 배트맨을 맡았지만, 여전히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이 최고라고 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잭 니콜슨의 조커 연기는 평범한 악당은 비교조차 불허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하지만, 배트맨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특히 60년대 TV판은 코미디에 가까웠던지라 그쪽에 익숙한 일부 미국인들은 "차라리 《배트맨 포에버》 같은 게 만화 보는 맛으로라도 더 낫다."는 평을 달기도 한다. 무엇보다 버튼만의 색도 상당히 가미된 데다 조커가 배트맨 부모를 죽였다는 설정때문에 감독 마음대로 설정을 비틀어 버린 구석도 있어 원작 팬들 중에서도 싫어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 하지만 정작 1966년판 배트맨 영화가 흥행에 망하면서 23년이나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기대를 모은 배트맨 팬도 많았고 결국 흥행 대박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선 온갖 신기록을 세우며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하여 배트맨 인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배우들을 두고 반발도 컸거니와, 잭 니콜슨이 거액의 출연료를 요구하여 워너브라더스 간부들은 걱정이 엄청났다. 결국 팀 버튼도 미안해서인지 일절 소식 없이 잠적했고 몇몇 간부들은 사표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1989년 그해 2억 5천만 달러 이상(제작비는 4천만 달러)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을 비롯한 경쟁작들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봉 전 상당한 화제가 됐음에도 흥행이 부진했다. 서울관객 21만으로 1989년 당시에는 성공은 했으나 해외 화제성에 비해서는 부족했다.
어린 시절 갱단 잭 네이피어에게 부모를 살해당한 브루스 웨인은 이후 배트맨이 되어 악당들을 처단하기 시작한다.
한편 마피아의 고위간부인 잭 네이피어는 자신을 질투한 동료들의 배신과 보스의 와이프와의 불륜이 들통나 함정에 빠지고, 그자리에 나타난 배트맨의 활약 때문에 화학약품통에 떨어져서 중대한 부상을 입고, 돌팔이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지지만 부작용으로 '웃는 얼굴' 밖에 지을 수 없는 조커가 된다.완전히 미쳐서 광기에 휩싸인 조커는 각종 기괴한 수단으로 배트맨과 대결을 벌인다. 한편, 조커가 짝사랑하는 여기자 비키 베일은 배트맨의 정체를 쫓는다. 브루스 웨인은 비키에게 정체를 밝힐지에 대해 갈등하고, 조커는 방송을 통해 도시에 공포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조커는 예상과 달리 퍼레이드를 열어 막대한 돈을 시민들에게 뿌리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조커 베놈을 거대 풍선으로 살포하여 많은 희생자를 내지만 배트맨이 배트윙으로 조커의 계략을 저지한다.
열받은 조커는 비키 베일을 납치하여 배트맨을 유인하고, 배트맨은 조커와 결투를 벌인다. 배트맨은 조커의 말을 통해 그가 부모의 원수라는 것과 서로가 서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커는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치려 하지만, 배트맨이 로프건으로 석상을 조커의 다리에 매달았기 때문에 무게를 못이기고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시체가 되어서도 조커의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고, 그 정체는 조커가 품속에 지니고 있던 녹음기였다.
이후 경찰은 다시한번 도시에 악이 활보할때 배트 시그널을 켜서 배트맨을 부르기로했다. 비키 베일은 알프레드의 차를 타고 배트맨 곁을 떠났으며 배트맨이 건물 옥상 위에서 멀리서 켜진 배트 시그널을 바라보면서 끝난다.
여기서 등장하는 배트맨은 부모님이 살해당했다는 트라우마에 연신 시달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불면증에 강박증 환자에 가깝다. 말하자면 "박쥐 옷 입은 정신병자". 또한 이 배트맨은, 배트맨 하면 대개 떠오르는 불살을 굳이 지키지 않으며, 애초에 불살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물론 되도록이면 악당을 죽이진 않고, 무력화만시키는 편이긴 하며 초반에 화학약품 통 속에 떨어지는 조커 손을 잡아주려다가 떨어트리게 되고, 이후로도 몇몇 악당들을 죽이진 않고 손만 봐준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조커가 시민들을 학살할려고 하자 배트맨도 필요하다면 악당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아예 배트윙으로 조커의 부하들을 대놓고 쏴죽이는 장면도 나올정도. 초벌 대본에서는 조커에게 "다시 한번 손맛을 보여주마"라는 식의 대사를 하기도 할 정도로 여러 모로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또한 비키 베일(킴 베이싱어 분)에게 정체를 밝히려 할 때는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자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묘사도 있다.
여기서의 브루스 웨인은 저택도 있고 당시(1989년) 기술을 뛰어넘은 첨단 기술들을 선보이긴 하지만, '대부호'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오래된 귀족' 같은 인상이다.
배트 슈트는 근육의 모양을 베이스로 하여, 원작의 회색과 파란색이 섞인 쫄쫄이를 갑옷과 같은 모습으로 재해석했다. 고개를 돌리는 기본적인 동작도 할 수 없어서 방향을 틀 때마다 각잡고 몸을 돌리는 배트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리를 듣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서, DVD 커멘터리에서 팀 버튼 감독은 의상 덕분에 마이클 키튼이 복잡한 내면 연기를 하기 쉬웠을 거라는 농담을 했다.
일설에 의하면 원래 팀 버튼은 《유령수업》에서 뛰어난 미치광이 연기를 선보인 마이클 키튼에게 조커 역할을 맡길 예정이었고 키튼도 조커 역에 관심을 보였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되자 아예 배트맨 역으로 집어넣었다고. 어쨌든 홧김에 저지른 캐스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다.
악당인 조커 역은 잭 니콜슨이 맡았는데 감독과 제작진들을 개고생시켰다. 영화는 대부분 영국에서 촬영됐는데 니콜슨은 영화 촬영조건으로 항상 7시까지 촬영을 마쳐야 하며 촬영 후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제작진은 간섭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니콜슨은 7시가 끝나면 칼같이 퇴근해서 자신이 묵고 있는 최고급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영국 여행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조커 분장이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작업이라서 조커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3시간 이내에 촬영됐다고 한다. 촬영시 니콜슨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에 일어나 10시간 동안 조커 분장을 하고 몇 시간 연기를 하고 분장 풀고 7시에 퇴근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그렇다고 배우를 바꾸자니 상대가 대배우 잭 니콜슨이고… 영화지 로드쇼 기사에 의하면 당시 워너 브러더스 간부들이 촬영 일화를 듣곤 짜증내면서 "그 조커란 놈은 현실에서도 짜증을 내게 하는군!"라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물론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행실에 등장 시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그 와중에 희대의 명연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잭 니콜슨이 얼마나 실력파 배우인지 알 수 있다.
조커 일당이 미술관(겸 레스토랑)으로 난입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중 하나이다. 독가스로 비키를 제외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후 프린스 노래를 틀어대면서 들이닥쳐서 칼과 페인트로 미술품들을 마구 박살내는 전위예술(?)을 선보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드가, 렘브란트, 르누아르 같은 유명한 화가 그림들이 학살당한다.이 그림 실제 값어치로 따지자면 이거 제작비는 쌈싸먹는다 다만 딱 하나, 부하가 칼로 찢으려고 한 기괴한 그림을 조커가 막으면서 "이 그림은 마음에 드니까 놔둬." 이러는데 이 영화를 만들 당시 이 그림을 그린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화가)(1909~1992)은 살아 있었다. 이걸 두고 영화지 로드쇼에선 감독의 이전 예술에 대한 비아냥인가? 아니면 그냥 넣은 걸까? 분석한 바 있다. 작중에서 조커는 일종의 전위예술가로서 화장(화장품에 의한 케미컬 스트레스부터 눈가리고 아웅하는 사회적 악에 대하여 광범위하게)에 대한 비판을 범죄라는 행위로 수행하기 때문에 피부를 벗기고 맨 살을 드러내는 베이컨의 미술과 상통하는 의미가 있어서 마음에 들어 그림을 냅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묘하게도, 여기서 조커를 맡아 이런 그림과 예술품들을 신나게 부숴버리고 찢고 낙서하던 걸 즐기던 모습을 잘 보여준 배우 잭 니콜슨은 그림 수집에 굉장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디파티드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프랭크 코스텔로의 아파트에 진열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들은 잭 니콜슨이 실제로 개인소장하고 있는 진품들이다. 그밖에도 폴 고갱,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의 작품들도 여러 점 소유하고 있는 수집가이다.
배트맨 모던에이지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이긴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배트맨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로 등장하며, 오히려 영화는 빌런인 조커의 탄생과 최후를 중점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에선 잭 네이피어가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살해하는 것 외에는 브루스 웨인의 과거에 대해선 다루지 않으며, 어떤 계기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었는지도 다루지 않는다.
사족으로 영화내 고위 마피아들은 마치 금주법 시대에 입을법한 정장과 페도라를 입고다닌다. 그런데도 고담의 분위기가 워낙 고풍스럽고 판타지 스러운지라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게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