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물고기·곤충 가득, 이 가을 생태 천국에 가볼까
발간일 2022.10.26 (수) 15:54
장수천 따라 걸어서 소래포구까지
장수천은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관모산에서 발원해 서창 부근에서 만수천과 합류해 하류에는 소래포구와 만나는 하천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을 타고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려 장수천공원으로 가면 바로 옆이 장수천이다. 지방 2급 하천으로 길이 6.9km이다. 산책로와 자전거길로 잘 연결되어 있고 하천 쪽으로 걸으면 다양한 식물, 곤충, 물고기를 볼 수 있어 자연 학습하기에 아주 좋다. 하천 주변에는 고마리와 까마중, 쇠무릎, 나팔꽃, 유홍초 등이 자라고 있다.
물은 그리 맑아 보이지 않지만 냄새가 나쁘지 않다. 유유히 흘러가는 물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금쟁이 여러 마리가 보이고 커다란 잉어도 떼 지어 살고 있다. 새들은 하천을 놀이터처럼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한다. 하천 길은 물기를 머금어서인지 육지 플라나리아도 보인다.
▲ 장수천공원
▲ 고마리
지나가다 마침 큰 수캐와 작은 암캐의 교미 시도에 발걸음을 멈췄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는지 눈치를 보고 줄행랑을 쳐서 민망한 꼴을 보지 않아 다행이다. 장수천은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 산책로와 자전거길
▲ 고마리에 줄점팔랑나비
보랏빛 석잠풀속이 피어있는 주변에는 큰주홍부전나비와 줄점팔랑나비가 사뿐히 앉아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즐긴다. 잠자리도 억새밭에 몸을 맡기고 편안한 쉼의 시간을 누린다. 오늘 날씨는 호랑이가 장가가고 여우가 시집을 가는 날처럼 쨍하고 햇볕이 났다 비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을 몸소 체험한다.
해당화는 이미 져서 열매를 가득 달고 어쩌다 한두 송이 늦게 핀 꽃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으려 갖은 요염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 위에는 무당거미가 줄을 쳐서 먹잇감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린다. 잠자리는 이미 거미의 밥이 되었는지 몸통은 사라지고 날개와 곁눈만 남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애석하게 하고 있다.
▲ 큰주홍부전나비
▲ 하천과 청둥오리
멀리 중대백로와 왜가리, 청둥오리가 먹이 사냥을 그만두고 느긋한 몸놀림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청둥오리의 새끼들은 갯골 사이로 잽싸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수천 하류로 가까이 갈수록 갈매기가 보인다.
낚시하는 김정남(80) 할아버지를 만나 대화해 보니 중학교 때부터 민물낚시를 다녔다고 한다. 여섯 물일 때 많게는 40kg의 망둥이를 잡아 내장을 꺼내 옥상에 말려서 노가리처럼 구워 먹었다고 자랑한다. 원래 신포 시장 근처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지금은 간석동에 산다며 인천에는 민물낚시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 주로 물왕이나 신갈저수지로 간다고 설명한다.
가끔 강화의 내가 저수지에 가기도 하고 바다낚시로는 영종이나 무의도로 간다. 소래포구 쪽이나 서창에서는 주로 망둥이를 잡는데 평소 7kg 정도를 잡는다. 어쩌다 운수 좋은 날은 장어를 잡기도 한다며 웃는다.
▲ 김정남(80) 씨
▲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수차
소래습지생태공원에는 칠면초가 빨갛게 수를 놓아 아름다운 습지에 그림을 진하게 그려놓았다. 멀리 무지개도 보인다. 수차가 전시되어있는 야외 교실을 지나 도착한 곳은 소래포구다. 일렬로 정박한 배를 구경하고 어시장으로 들어가니 많은사람들로 활기가 팍팍 느껴진다. 팔딱팔딱 뛰는 새우와 꽃게, 은빛 몸을 부지런히 흔드는 전어가 어서 사가라고 유혹한다.
장수천이 그나마 깨끗하게 보존되어 여러 식물이나 곤충, 동물이 모여 살아가고 있어 좋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깨끗한 자연을 즐기면 좋겠는데 군데군데 쓰레기가 보여 안타까웠다. 그 어느 때보다 자연을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 강물~ 큰 강물 모여서 바닷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동요를 불러본다. 장수천의 물이 모여서 소래포구로 흘러 바닷물이 되는 경로를 따라 걸어보니 물의 흐름을 알겠다. 우리가 하천을 잘 보호해야 하류인 바다에서 얻는 질 좋은 먹거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칠면초
▲ 소래습지생태공원 근처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