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507)... ‘오존’과 대기오염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오존(Ozone)의 두 얼굴
지난달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았던 ‘고등어’를 해양수산부는 미세먼지 논란으로 소비가 위축된 측면이 있어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할인행사를 마련했다. 즉 수협(水協)중앙회가 중심이 돼 7월 6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롯데마트 120개 매장과 수협 판매장에서 고등어를 30% 싸게 판매했다. 정부는 이 기간 ‘고등어구이’ 무료 시식과 판촉을 위해 2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病주고 藥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난 1987년부터 제시해왔으며, 2013년에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선 박사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산불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남쪽으로 3000km를 이동해 한반도에 유입되는 것을 입증했다”고 지난 6월 21일 밝혔다.
이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반도 서쪽의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앞으로는 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초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2016년 환경성과지수(EPIㆍ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에서 우리나라의 공기 질(air quality)은 100점 만점에 45.51점으로 전체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173위, 그리고 초미세먼지 노출정도(Average Exposure to PM 2.5)는 174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9일 발표한 ‘대기 오염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s of outdoor air pollution)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는 한국의 100만명당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359명으로 일본(468명)이나 EU 주요 4개국(412명)보다 낮았지만 2060년에는 상황이 역전된다고 한다.
즉 2060년 한국인 100만명당 대기오염(大氣汚染)으로 인한 조기(早期) 사망자 수가 OECD 회권국 중 최다인 1109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국(307명),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4개국(340명) 등 다른 모든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전망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초미세 먼지(PM 2.5)와 지표면의 오존(ozone) 농도 증가 때문이다. 즉 현재는 조기 사망이 대부분 초미세 먼지에 의한 것이지만, 2060년에는 오존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비율이 7-1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오존(O₃)은 산소 분자(O₂)와 산소 원자(O)가 결합한 산소의 동소체(同素體)로서 상온에서는 약간 푸른색을 띠는 기체(氣體)이다.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 때문에 ‘냄새를 맡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ozein을 따서 명명되었다. 공기 속에 0.0002부피%만 존재해도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자극적인 냄새는 강한 산화력(酸化力) 때문이며, 이 같은 산화력은 살균, 악취제거 등에 사용된다.
오존은 상온 대기압에서는 푸른빛의 기체이지만, 영하 112도 이하에서는 검푸른 액체, 그리고 영하 193도 이하로 내려가면 고체가 된다. 오존은 불안정하여 이원자의 산소로 분해 되려는 경향이 있으며, 온도가 올라갈수록 또는 압력이 낮아질수록 강해진다.
오존은 사람에게 유익함과 해로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두 얼굴을 가진 기체이다. 지상에서 11-50km 위에 있는 20km 두께로 비교적 농도가 높은 온존이 분포하는데 이것을 ‘오존층’이라고 한다. 즉 성층권(成層圈)에 존재하는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해로운 자외선(紫外線)을 대부분 흡수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호막 역할을 하므로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이다.
지구를 둘러싼 기체층을 통틀어 대기권(大氣圈)이라고 한다. 대기권은 지표면으로부터 높이 11km까지를 대류권(對流圈), 그리고 성층권(成層圈, 11-50km), 중간권(中間圈, 50-80km), 열권(熱圈, 80km에서 대기가 끝나는 지점까지)으로 나뉘며, 성층권에 오존층을 이루고 있다. 만약 오존층이 없다면 피부암, 백내장 등에 잘 걸리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오존층이 서서히 파괴되고 있어 그 대책으로 국제사회가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議定書)를 체결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CFCㆍ염화불화탄소) 등의 화학물질 배출을 규제했다. 남극 상공의 오존층 파괴현상은 1985년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알려졌으며, 수전 솔로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986년 CFC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임을 밝혀냈다.
솔로몬 교수 연구팀이 위성사진과 기상관측기구 등을 활용해 2000-2015년 성층권 오존량을 측정한 결과 “2015년 9월 현재 남극 상공 오존층 구멍 크기가 2000년에 비해 400만㎢ 정도 축소됐다”고 6월 30일 밝혔다. 즉 15년새 인도(India) 면적만큼 줄어 남극 오존층이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기에 방출된 CFC가 자연 소멸하는 2050-60년쯤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표(地表)면에서 생성되는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존재이며, 흡입했을 경우 맥박과 혈압이 감소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도가 심하면 폐(肺) 손상을 유발하며, 눈에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고 한다. 만약 반복해서 오존 농도가 높은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관지염, 심장병, 폐기종, 천식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오존에 장시간 노출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심하면 천식과 호흡기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991년부터 97년까지 8년 동안 전국 7대 도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오존 농도가 10ppm 높아질 때마다 사망률도 0.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존 농도가 심하면 일기예보를 할 때 ‘오존 주의보’를 발령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 오존도 증가한다. 오존을 만드는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태양광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한 태양광선이 지표까지 내려오는 여름철에 오존도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지표면 오존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화력발전소 가스 등에서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二酸化窒素, nitrogen dioxide)증가로 인하여 이산화질소(NO₂)가 가진 산소원자 2개와 공기 중의 산소가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산화질소는 질소산화물 중에 대기오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물질이다.
고농도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눈과 호흡기 등에 자극을 주어 기침, 두통, 현기증, 구토를 유발하고 심하면 폐렴, 폐출혈, 혈압상승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한편 일산화탄소(一酸化炭素, carbon monoxide)는 무색, 무취의 맹독성 기체로 주로 연료의 불완전 연소로 많이 발생한다. 체내 산소 운반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카르복실-헤모글로빈(COHb)으로 변성시켜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저하시킨다. 또한 뇌조직 및 신경계통에 피해를 주어 운동신경, 근육마비, 사고능력 저하 등이 피해를 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의 주요 배출원은 자동차이므로 맑은 공기를 위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여야 한다.
오존 농도가 올라갈 것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제도가 ‘오존 주의보’이다. 즉 오존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발령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는 오존 경보제를 우리나라는 1995년에 도입했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도입된 오존주의보(注意報) 발령 단계는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5-9월 기준치에 따라 ‘오존 주의보’, ‘오존 경보’, ‘오존 중대경보’ 등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공기 전체를 100만으로 놓았을 때 오존 비율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체적비 단위를 사용하며, 0.1ppm/h를 넘어가면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
가장 잦은 단계인 ‘오존 주의보’는 대기 중 오존농도가 0.12ppm/h일 때 발령되고, 눈과 코 자극, 불안, 두통, 호흡수 증가 등이 나타난다. 평균 오존 농도가 0.3ppm/h일 때 ‘오존 경보’가 발령이 나며, 호흡기 자극, 가슴압박, 시력 감소 등이 나타난다. 가장 높은 ‘오존 중대경보’는 오존 농도가 0.5ppm/h일 때 발령되며, 기관지 자극과 폐 기능 저하 등이 생긴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천식 등 호흡기 질환자는 물론, 어린이와 노약자 등은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오후 2-5시 사이는 한낮 기온 상승과 함께 오존의 농도로 증가하므로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의 활동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존은 호흡기 외에도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므로 수시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하여야 한다.
오존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하여 정부는 공기 중의 오존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즉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매연 통제, 화석연료 대신에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을 실천해야 한다. 자연 상태의 오존은 지구 생태계에 적합하도록 알맞은 양만 생성됐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이에 우리는 오존의 농도를 원래의 자연적 상태로 존재했던 수준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오존은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다. 즉 식물은 태양빛이 내리쬐는 시간에 이산화탄소와 물을 재료로 산소, 포도당 등을 만들어내는 광합성(光合成)을 한다. 이때 이산화탄소 대신 오존이 식물체 안으로 들어오면 식물 세포의 세포벽을 허물게 된다. 세포벽이 파괴되면 식물 세포는 형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핵, 미토콘드리아 등 내용물이 흘러나와 잎에 회백색 또는 갈색 반점이 생긴다. 이처럼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인간도 식물로 병이 생긴다.
성인은 하루 평균 약 1만 리터(ℓ)의 공기를 마시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성장기 어린이들은 더 많은 공기를 호흡하므로 오존 같은 오염물질에 더 민감하다. 오존은 가스 형태의 기체이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황사마스크를 사용해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고 가능한 한 실내에서 머무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507). 2016.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