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에서도, 학교에서도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 그러나 정작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밭을 묵묵히 일구는 곳, 바로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보육교사교육원(교육원장 자용 스님, 이하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이다.
지난 2월 23일(토) 오전 11시, 이곳에서는 아주 작은 졸업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아마 어느 동네의 유치원 졸업식이라도 이보다는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어린이 포교가 중요하다’, ‘불교의 미래를 어린이 불자 양성에 있다’는 등의 한국불교계가 걸핏하면 쏟아내는 번지르르한 수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며, 공허한 외침인지는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 졸업식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장 자용 스님이 수료식에서 졸업생에게 보육교사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승가대총장상을 수여하고 있는 총장대행 미산스님.
이곳에서 배출된 보육교사들이 누군가. ‘어린이집’, ‘방과후 학교’ 등에서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을 부처님 정신에 맞춰 교육할 지도자들이 아닌가. 그러나 이들에게 불교계는, 종단집행부는, 중앙종회와 포교원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언론에 보도될 전시효과성 행사만이 중요할 뿐이다. 포교원장을 비롯해 포교원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제정신이라면 제백사하고 이런 곳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말과 행동이 비로소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국 70여개 보육교사교육원의 상당수가 이웃종교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불교계에서는 이곳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이 유일한 보육교사교육기관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이런 곳이 있는지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아무리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랴.
이날 이곳을 찾은 내빈은 중앙승가대 총장대행 미산 스님, 인근 절인 개운사 주지 범해 스님과 지척에 위치한 장애아동시설 승가원의 원장 동준 스님 등 서너 명이 전부였다.
보육교사교육원장 자용스님이 수료식사를 하고 있다.
불교의 미래, 어린이불자들을 가르칠 국가자격을 취득한 자랑스런 새내기 보육교사들이 수료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했다. 이 순간이 그들에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시쳇말로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곳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은 지난 1991년 12월 3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보육교사 교육시설 위탁3호로 지정받은 이래 22기 졸업식까지 무려 1900여 명의 보육교사를 배출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교의 문을 닫지 않고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순전히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 식구들의 희생과 열정 덕이다.
이날 졸업생들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수여하는 보육교사 교사자격증과 함께 국제종이접기협회가 인정하는 ‘종이접기지도자’ 자격증,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에서 인정하는 ‘레크리에이션 2급 지도자’ 자격증, 사단법인 한국가베지도협회에서 인정하는 ‘가베교육지도사 2급’ 자격증, 숙덕유아보육연구회에서 인정하는 ‘패널시어터 강사(엑스퍼트)’ 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을 수여받았다. 교육원장 자용 스님의 다양한 이력과 국제적 인맥에 힘입어 다른 보육교사교육원에서는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들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만의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한 덕에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언제나 100%에 달한다.
졸업식에서는 또 졸업생 중 우수한 성적과 타의 모범이 된 졸업생에게 다양한 상이 주어졌다. 우수상에 신진선, 전영선, 임오숙 보육교사, 특별상인 중앙승가대총장상에 신영의 이현서 보육교사, 사단법인 한국보육교사교육연합회 서울지부장상에 민연숙 보육교사, 한국보육교사교육원 대학협의회장상에 김영희 보육교사, 사단법인 한국보육교사교육연합회장상에 김경희 보육교사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날 졸업식에 내빈 및 시상자로 참석한 중앙승가대총장대행 미산 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오늘 졸업생들이 단순히 보육교사 자격증을 수여받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자격을 획득하는 자리인 줄 몰랐다”며 “승가대부설 보육교사교육원만이 가진 경쟁력을 직접 목격하니 뿌듯하고 기쁘다. 교육원장 자용스님을 비롯해 교수, 학생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밝혔다. 미산 스님은 이어 “이제 교육현장으로 가서 어린이들을 지도하게 될 여러분은 늘 유연한 자세로 교육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연함으로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고, 현장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실천해달라”는 총장대행스님의 당부에 졸업생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이윽고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장 자용 스님은 수료식사 순서. 졸업생들은 졸업의 자리인데도 평소 엄격하고 쓴 소리를 잘하는 호랑이 교육원장 스님이 연단에 등단하자 잠시 긴장하는 표정들이었다.
자용 스님은 “졸업식 자리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나를 느끼는 자리이며, 국가자격증 받은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예외 없이 경책의 말로 수료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든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자리인지라 호랑이 원장 스님도 말투는 이내 부드럽게 변했다.
“여러분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다. 자격증 취득하느라 애 많이 썼다. 여기 중앙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에서 공부한 교사들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니 현장에 나아가서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조촐했지만, 다른 어떤 졸업식보다도 감동적이고 뜻깊은 승가대보육교사교육원의 제22기 수료식은 이렇게 끝났다. 미산 스님은 수료식이 끝난 후 교육원장 자용 스님에게 "보육교사교육원이 승가대 부설기관인데도 그동안 학교에서 소홀했던 것 같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자리를 마련해 보육교사교육원 지원 및 발전방안을 학교차원에서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졸업생을 떠나보내는 자리인지라 내내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교육원장 자용 스님의 얼굴에 비로소 환한 미소가 연꽃처럼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