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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간밤에 서설(瑞雪) 내리고 – 왕방산,해룡산,칠봉산
1. 관모봉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 왼쪽은 국망봉, 그 앞은 관음산
푸른 동햇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 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불사신(不死身)이다.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증언(證言)하리라.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正義)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가슴에 손 얹고 비는 말씀, 내 겨레 잘 살게 하옵소서.
―― 노산 이은상, 「피어리 육백 리」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12월 15일(일), 맑음
▶ 산행코스 : 왕산사,관모봉,왕방산,장기바위(674m),오지재,해룡산,장림고개,칠봉산,석봉,깃대봉,321m봉,
동두천제생병원,173m봉,지행동 동양앤파트,지행역
▶ 산행거리 : 도상 17.8km
▶ 산행시간 : 7시간 18분(08 : 00 ~ 15 : 18)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포천으로 가서, 택시 타고 왕산사로 감
▶ 올 때 : 동두천 지행역에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동서울터미널
07 : 41 - 포천
08 : 00 – 왕산사, 산행시작
08 : 26 – 관모봉(504.1m)
09 : 09 – 왕방산(王方山, △736.4m)
09 : 28 – 666m봉, 장기바위, 데크전망대
10 : 00 – 580.4m봉, 데크전망대
10 : 21 – 오지재고개
11 : 13 – 해룡산(海龍山, 661.2m), 휴식( ~ 11 : 25)
11 : 55 – 임도, 안부
12 : 15 – Y자 천보산 갈림길
12 : 20 – 장림고개 직전 헬기장, 점심( ~ 12 : 40)
12 : 43 – 장림고개
13 : 06 – 500m봉
13 : 19 – 칠봉산(七峰山, 506.9m)
13 : 35 – 석봉(石峰, 492m)
13 : 55 – 390m봉, 헬기장
14 : 25 – 320.9m봉
14 : 55 – 동두천 지행동(紙杏洞), 동양앤파트
15 : 18 – 지행역, 산행종료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포천 1/25,000)
▶ 왕방산(王方山, △736.4m)
동서울터미널에서 포천을 06시 첫 버스로 갈까, 아니면 그 다음 07시 버스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왕방산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포천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첫 버스로 가면 포천에 06시 40분쯤에 도착
하는데 그 시간에 택시가 다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택시를 탈 수 있다면 왕산사까지 3.7km이니 넉넉잡아
15분 정도는 걸릴 것이다. 그러면 왕산사에 06시 55분, 아니 07시에 도착한다고 보면 거기서 왕방산 정상까지
2.1km를 아무리 줄달음하여 오른다고 해도 1시간 남짓 걸린다. 08시이다.
오늘 일출시각은 07시 40분이다. 일출시각에 대기에는 늦는다. 마음을 고쳐 잡는다. 07시 버스를 탄다. 어두운 서울
을 조용히 빠져나간다. 차창은 밖의 날씨가 추워서 성에가 잔뜩 끼었다. 이래저래 어둡다. 깜빡 졸았는지 금방 포천
이다. 포천은 이른 아침이다.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택시 승강장은 비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는다. 이런 때 카카오택시를 불러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카카오택시가 10분후에 도착한다고 하고, 그
이전에 다른 택시가 온다면 어찌할까? 카카오택시를 부르는 게 잘못 아닐까 해서다.
택시승강장 기둥에 적혀 있는 콜택시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535-5088. 경기지역번호(031)가 얼른 생각나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다. 여자안내원이 전화를 받아 택시기사님과 곧바로 연결시켜 준다.
왕산사 가는 길. 구불구불한 산속 길에는 눈이 살짝 내렸다. 서설(瑞雪)이다. 간밤에 내렸다. 아마 어제 저녁나절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환호와 함성에 하늘이 감응하였음이리라.
주변을 둘러보면 정조(正祖)의 상림십경(上林十景) 중 ‘능허모설(凌虛暮雪)’을 생각나게 한다.
해가 쌓이고 쌓여 저물어 가는 하늘에
소소히 내리는 가벼운 눈이 가련도 하여라
잠깐 사이에 산하를 두루 뿌리고 가니
옥 같은 나무와 꽃이 앞뒤에 그득하구나
歲色崢嶸欲暮天
騷騷輕雪也堪憐
須臾遍灑山河去
瓊樹琪花擁後前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8
오늘은 왕산사 절집을 들르지 않는다. 대적(大寂)을 건들고 싶지 않아서다. 임도를 간다. 아침 첫 햇살은 온 산을
황금색으로 물들인다. 먼발치로 바라보는 왕산사 뒤편 소나무 숲 앞에 서 있는 미륵불이 황금불이다. 산책 나온
사람과 마주친다. 왕방산 정상을 벌써 다녀오시는지 묻자, 이 근처 임도를 산책 나왔다고 한다. 산모롱이 돌고 가파
르게 한 피치 오르면 임도 종점이자 ┫자 왕방산 갈림길이다. 왼쪽은 관모봉을 경유하고 직진은 곧장 왕방산으로
간다.
왼쪽 길로 간다. 목교 건너고 데크계단으로 언덕배기 올라 설사면 약간 돌면 ┣자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은 선광사
를 오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관모봉으로 간다. 관모봉 오르는 눈길은 내가 첫발자국을 낸다. 수북한 낙엽은 덮은 눈
이니 제법 깊다. 가파른 오르막은 미끄럽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멀리 산 첩첩 조망이 눈부시다. 해는
반공에 솟았고 하늘은 아주 맑다. 발아래 포천시는 열은 운해가 가렸다. 어서 가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능선에 올라서고 억새 숲을 지나 바윗길이 나온다. 뒤돌아보면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그 절정은 암봉인 관모봉 정
상이다. 시야가 거침없다. 국망봉,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 철마산, 천마산, 청계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 이때는 귓불 시린 줄 모르고 바라본다. 색조가 시시각각 변한다. 보고 또 본다. 눈이 시원하다. 관모봉
을 지나면 왕방산까지는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잰걸음 한다.
가파른 오르막 두 군데는 긴 데크계단을 설치했다. 포천시에서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왕방산 등산로 정비사
업’으로 총사업비 234백만원을 들였다고 한다. MZ세대일 듯한 앳된 세 명의 여자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벌써 왕방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중이다. 일출이 어떻더냐고 묻자, 마치 그런 물음을 하여주기 기다렸다는 듯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고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자랑한다. 그 뒤로 묵직한 배낭을 짊어진 부부등산객이 내려온다.
왕방산 정상에서 야영하고 내려온다고 한다. 그들의 얼굴도 환하다.
나는 텅 빈 팔각정과 텅 빈 잔디광장에 오른다. 왕방산에서 선광사를 오가는 남동능선이 민둥하여 조망 살피러 그리
로 좀 더 내려가 본다.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어제의 빛나는 역사와 오버랩 되는 노산의 시구다. 후련하다. 역시
텅 빈 왕방산 정상에 오른다. 왕방산 정상 표지석 옆에 있는 삼각점은 2등이다. 포천 23, 1982 재설. 왕방산 등산로
안내도도 들여다본다.
“왕방산(737.2m)은 포천동 서쪽에 솟은 산으로 광주산맥 서쪽의 지맥인 천보산맥 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왕방산은
많은 전설과 유래가 전하는 명산이다. 신라시대인 872년(헌강왕 3)에 도선국사가 정업을 닦을 때 국왕이 친히 행차
하여 격려하였다 하여 왕방산이라 불렀고, 조선 태조가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에 있다가 환궁하는 도중 형제의 난을
접하고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산에 있는 사찰을 방문해 체류하였다 하여 왕방산이라 하고 절 이름을 왕방사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3.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오른쪽은 명지산
4. 멀리 왼쪽은 연인산, 그 앞 오른쪽은 운악산
5. 멀리 왼쪽은 명지산, 그 오른쪽은 연인산, 그 앞 오른쪽은 운악산
6. 멀리 왼쪽은 수락산, 그 앞은 천보산맥, 맨 오른쪽은 도봉산과 북한산
7. 멀리 가운데는 철마산과 천마산
8. 멀리 가운데는 불암산, 그 오른쪽은 수락산, 왼쪽은 수리봉과 용암산
9. 멀리 오른쪽은 국망봉, 그 앞은 관음산
10. 멀리 왼쪽부터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그 앞 오른쪽은 운악산
11. 멀리 왼쪽은 운악산
12. 왼쪽은 불암산, 수락산, 맨 오른쪽은 도봉산과 북한산, 그 앞은 천보산맥
13. 멀리 가운데는 연인산, 맨 앞은 청성산(285m)
▶ 해룡산(海龍山, 661.2m)
해룡산을 향한다. 남서쪽 부드러운 능선이다. 능선에는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발끝에 차이는 낙엽은 방향 없이
흩날린다. 고개 푹 수그리고 손은 호주머니에 넣어 핫팩 만지작하며 내린다. 긴 내리막은 687m봉에서 주춤하여
잠시 숨을 돌리고 내린다. 이 다음 666m봉은 암릉 암봉이다. 장기바위라고도 한다. 암릉에 전에 없던 데크로드와
데크전망대를 설치하였다.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노송 아래는 야영하기 명당이다. 젊은이들이 텐트를
걷고 있다.
666m봉을 뒤돌아 나와 오른쪽 암릉 밑을 돌아간다. 기암기송(奇岩奇松)을 본다. 등로 약간 벗어난 오른쪽 사면의
덩그런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나보라는 듯이 뿌리내렸다. 그 소나무를 가까이 보게 하려고 관송대(觀松臺)도
만들어 놓았다. 잔봉우리들을 부단히 오르내린다. 그 끄트머리 580m봉에는 커다란 돌탑이 있다. 그 아래는 데크전
망대다. 용암산, 수리봉, 불암산과 수락산이 한층 가깝다. 580m봉을 내리자마자 오지재고개는 오른쪽 사면으로
직각 방향 튼다.
잘난 등로는 급전직하 한 피치를 내리쏟다가 약간 살 붙은 엷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쭉쭉 내린다. 낙엽송 숲길을
지난다. 어느 해 가을날 여기를 오를 때 낙엽송의 낙엽이 황금 비늘인양 온 산에 뿌려졌던 광경이 생각난다. 오지재
고개. 이미 재인데 굳이 고개를 덧붙여 오지재고개라고 한다. 차도와 임도가 교차한다. 고갯마루 고가다리는 생태이
동통로이기도 하다. 지체 없이 해룡산 품에 든다. 우선은 구불구불한 임도를 오른다. 국제MTB코스라고 한다.
오룩스 맵에 해룡산을 오르는 왕방지맥은 고가다리 밑의 엷은 능선을 가리키는데 예전에 그랬는지 지금은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오지재고개에서 0.6km 정도 오르면 임도는 오른쪽 사면을 돌아가고 왼쪽 능선에 색 바랜
산행표지기 두 장이 흐릿한 인적을 안내한다. 왕방지맥 길이다. 스틱 고쳐 잡고 그리로 간다. 혹시 덕순이를 만날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해룡산을 어렵게 오르는 길이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가파른 오르막을 숨
가쁘게 두 차례 올려 치고 좀 느슨해지는가 했더니 참호가 나오고 군사시설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을 잇달아
세웠다.
그래도 씩씩대며 오른다. 이런, 해룡산 정상을 불과 수 미터 앞에 두고 엄중한 철조망 울타리에 막힌다. 왼쪽 사면을
돈다. 화악산 남쪽 사면의 철조망 울타리를 도는 기시감이 든다. 비탈 내려 잔돌 깔린 골짜기를 지나고 다시 비탈을
오르고, 0.3km를 돈다. 어렵사리 해룡산 오르는 등로에 올라선다. 이정표가 반갑다. 장림고개(칠봉산 입구) 3.4km,
해룡산 정상 0.3km. 이번에도 왼쪽 사면을 돈다. 해룡산은 왕방산과는 다르게 옅은 눈길에 아직 아무도 오가지 않
았다.
두 차례 지능선 넘고 계단 길 한 피치 오르면 해룡산 정상이다. 사방에 키 큰 나무 두른 숲속이라 조망은 없다. 2000
년 전 큰 홍수로 인하여 산에 살던 이무기가 그 물로 용이 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음은 두드림
동두천에서 세운 해룡산 정상 안내도에 쓰인 글이다.
“해룡산(661m)은 회암령인 천보산을 따라 산계를 형성하고 동북으로 뻗어 탑동, 왕방마을, 오지재고개에서 끝나며
왕방산과 접한다. 탑골(일명 장림)마을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상에는 ‘천호’(또는 ‘감지’라고 하는 연못으로
비를 빌면 효험이 있으며 사람이나 말이 연못가를 밟으면 비가 오거나 흐리기도 하였다고 하나 지금은 그 자리를
알 수 없음)가 있었다고 <동국여지승람>에는 적고 있다. 또한 ‘어수정’이라는 우물이 있어 이곳을 찾은 왕이 이 우물
물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시인, 서예가인 봉래 양사언이 이 산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동주 이민구(東州 李敏求, 1589~1670)도 이 산을 찾은 듯하다. 다음은 그의 시 「해룡산에서(海
龍山)」이다.
높디높은 해룡산
나를 반가운 얼굴로 보는 듯
당년의 얼굴 괴이하게 여기지 마라
새로 귀밑머리에 흰 털 아롱졌네
嵯峨海龍山
見我如歡顏
莫怪當年面
新添兩鬢斑
ⓒ 충남대학교 한자문화연구소 | 강원모 김문갑 오승준 정만호 (공역) | 2015
14. 멀리 가운데는 명지산, 그 앞 왼쪽은 귀목봉, 그 앞은 청계산
15. 운악산
16. 멀리 가운데는 서울 청계산, 그 앞은 불암산, 왼쪽에 롯데월드타워가 바늘처럼 보인다.
17. 가운데는 철마산, 그 뒤는 천마산
18. 맨 왼쪽은 운악산, 그 뒤는 깃대봉, 대금산 연릉
19. 왕방산 정자
20. 왕방산 정상
21. 왼쪽부터 감악산, 마차산, 소요산
22. 멀리 가운데는 연인산, 맨 앞은 청성산
23. 국사봉
24. 관송대(觀松臺)에서 바라본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 칠봉산(七峰山, 506.9m)
예전에 올 때도 느꼈지만 해룡산이 참 멋없는 산이다. 오지재고개에서 장림고개까지 이르는 4.5km에 기암괴석도
없고, 암릉도 없고, 조망도 없고, 덕순이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하늘 가린 한갓진 숲속 길이다. 장림고개 가는 길.
1km 정도 완만하던 등로는 550m봉 ┣자 갈림길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 틀어 가파르게 떨어진다. 안부는 임도
와 잠깐 만나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다시 동네길 임도 건너 천보산맥 오르막이다.
지도를 보면 오른쪽 생사면을 질러 곧장 장림고개로 가고 싶지만 성질 다독이고 그저 잘난 등로 따른다. 천보산
주릉을 몇 미터 앞두고 Y자 갈림길과 만난다. 냉큼 오른쪽 사면을 돌아 장림고개를 향한다. 쭈욱 내리다 등로 약간
비킨 오른쪽에 햇볕 가득한 너른 헬기장이 보인다. 거기서 해룡산을 바라보며 휴식할 겸사로 점심밥을 먹는다. 오늘
도 김밥이다. 손이 곱아 어설픈 젓가락질에 김밥 옆구리가 터진다. 밥알이 차디찬 모래알이다.
장림고개. 이곳도 고갯마루에 고가다리를 설치했다. 다리 아래는 동네다. 칠봉산 긴 오르막 1.1km를 간다. 멀리서
볼 때는 골짜기를 가운데 두고 왼쪽의 암릉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미리 손맛을 다셨는데 오른쪽 숲속 길을 오른다.
널찍한 MTB 길이기도 하다. 칠봉산 정상을 0.3km 남겨둔 500m봉 아래 암반이 일대 경점이다. 수락산, 천보산맥,
불곡산, 도봉산과 북한산이 가깝다. 실은 이 경치를 보려고 칠봉산을 왔다. 이제 큰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다. 고만
고만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솔리봉(수리봉) 지나고 칠봉산(돌봉) 정상이다. 절벽 위에 밧줄난간 두른 암봉이다. 조망이 아주 좋다. 김형수의 『韓
國400山行記』 ‘칠봉산’ 개관에 따르면, “옛날에는 만산홍엽의 단풍이 한 폭의 비단병풍에 비유되어 금병산(錦屛山)
이라 불러지기도 하고, 전설에 의하면 세조(世祖)가 말년에 과거를 후회하고 산수를 벗 삼아 수렵을 즐길 때 이 산에
올랐다 하여 어등산(御登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칠봉산이라 부르게 된 유래는 7봉의 봉명인 발치봉
(發雉峰), 응봉(鷹峰), 깃대봉(旗臺峰), 투구봉(鬪具峰), 솔치봉(率雉峰), 돌봉(突峰), 석봉(石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불과 수십 미터 내외인 봉봉마다 이름을 붙여놓았다. 솔리봉은 임금이 군사를 거느리고 떠날 준비를 하는 곳, 돌봉
은 임금이 떠나며 돌이 많으니 뜻하지 않는 일에 조심하라고 당부한 곳, 투구봉은 임금께서 쉬시니 군사가 갑옷 투
구를 풀어놓았다는 봉우리, 깃대봉은 임금께서 수렵하러 나가 수렵을 시작한다는 표시의 깃발을 꽂았다 하여 붙여
진 봉우리, 석봉은 임금께서 이곳을 떠나며 이 곳에 돌아 많다고 하시어 붙여진 이름 등.
칠봉산 아래 회암사가 있었다. 그 회암사가 폐사된 사연이 기이하다. 귤산 이유원(橘山 李裕元, 1814~1888)은 임하
필기 춘명일사(春明逸史)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양주(楊州)의 칠봉산(七峯山)에 회암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기내(畿內)의 큰 사찰이었다. 문정왕비(文定王妃) 때
에 수륙재(水陸齋)를 지내 중들을 먹인 일이 있는데 거의 1천 섬이나 되는 쌀로 밥을 지었다. 그런데 밥이 익자 색이
붉어졌고, 얼마 안 가 국휼(國恤)이 있었으며, 그 뒤에 전갈이 많다는 이유로 폐사(廢寺)되었다.”(ⓒ 한국고전번역원
| 김동현 (역) | 1999)
그래서인지 근년에 소호당 김택영(韶濩堂 金澤榮, 1850~1927)이 회암사 터를 지나며 읊은 시가 쓸쓸하다. 다음은
그의 시 「칠봉산 회암사 터를 지나며, 회암사는 고려 스님 나옹이 주석하던 곳이다(七鳳山檜巖寺墟 寺爲高麗僧懶
翁所住處)」이다.
七鳳何矯矯 칠봉산은 어찌 그리 우뚝한지
奔飛下漢陽 내달려 한양에서 내려오다가
中途勢一息 중도에 기세가 한 차례 멈춰
兩翮森開張 양 날개 삼엄하게 활짝 폈다오
中峯像鷄幘 중봉은 닭 벼슬 모양이고
下爲大道場 아래에 큰 도량 만들었다오
雖則大道場 비록 큰 도량이었지만
廢棄已茫茫 버려진 지 이미 아득하다오/
磊落廣殿墟 활짝 터진 널따란 대웅전 터
明滅金毫光 명멸하는 금빛 호광
筧斷泉自流 대통 끊겨 샘은 저 혼자 흐르고
砌高級半亡 섬돌 높은데 계단은 반이나 없네
蕭條寒葉落 사각사각 차가운 나뭇잎 지고
躑躅怪禽翔 머뭇머뭇 기이한 새가 난다오
(…)
ⓒ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 정석태 (역) | 2016
칠봉정이 있는 깃대봉(457m)은 ┫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매봉(313m)과 아차산(302m), 독수리봉(253m), 노구봉
(151m)을 넘지만, 직진하는 제생병원 쪽 능선보다 짧다. 또한 소요산과 마차산, 감악산을 가까이서 보고 싶고, 산행
을 마치고 서울을 가려면 지행역으로 가야하는데 제생병원 쪽이 더 낫다. 아무렴 직진한다. 비록 이름은 없지만
봉봉을 넘는다. 321m봉 넘고 제생병원 뒤쪽의 ┫자 갈림길이 있는 공터다. 철조망 울타리 따라 왼쪽으로 간다.
수시로 등로 비켜 수렴 걷어 소요산과 마차산, 감악산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고가다리 지나고 173m봉 넘고 동네
사이로 뻗은 산줄기를 꼭 붙든다. 이윽고 대추밭 지나 지행동 동양앤파트 앞이다. 지행역을 찾아가는 동네 길이 뭇
산 찾아가는 산길보다 더 어렵다. 동네사람들에게 묻자 해도 그들을 볼 수가 없다. 오룩스 맵에 눈 박고 간다.
25. 왼쪽은 용암산과 수리봉, 그 뒤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26. 해룡산 정상 가는 길 북사면
27. 해룡산 정상
28. 앞은 불곡산, 그 뒤 오른쪽은 앵무봉
29.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0. 수락산
31. 칠봉산 정상
32. 가운데는 국사봉
33. 멀리 오른쪽은 용암산과 수리봉, 그 앞은 천보산맥
34. 수위봉과 국사봉(가운데)
35. 마차산
36. 감악산, 앞 동네는 동두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