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김남조, ‘겨울바다’ 중에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20여분 달리면 항구에 도착합니다.
밤이 되기 전 해질 무렵이지만 그 바다는 아직 소란합니다.
불빛은 환하고, 사람들은 웅성거립니다.
특히 여름 한 철은 소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내게도 고요한 밤 바다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래 전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잔업시간, 건조중인 배위에 앉아서 내려다본 바다는 고요했습니다.
바람은 차가웠고, 이곳까지 흘러오게 해버린 내 자신을 미워했습니다.
암흑같은 바다, 불빛에 잠시 비추며 출렁이던 물길이
마음에 위로를 한껏 남기고 아침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몸은 어른이었지만, 하루 하루 지나고 나면 또 어른이 되어가던 시간,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후회보다는
덤덤이 내려놓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던 시간,
그 비치던 찰랑거림의 바다를 잊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린 고요한 밤바다를 좋아했지
소란한 맘을 감춰줬으니
낮게 부서지는 잔잔한 노래에
가끔 한숨을 잊기도 했지
내게 불어온 바람은 퍽 차가웠지
이미 많은 걸 놓쳐 버렸지
지친 나무 틈에 몸을 숨기기엔
너무 커버린 내가 미웠지
문득 돌아보면 그날에 네 마음이
내겐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나도 몰랐었던 그날의 내 마음에
너는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
쉬어가도 좋아
내가 너를 사랑할게
다시 아침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내게 기대도 돼
지친 맘이 닿는 곳에
내가 너의 그 밤이 되어줄게
고마웠어 내 어린 밤들아
- '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