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 Yun
그러니까...
니들이 바라는 게 그거 아냐?
의사니까,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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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 생각 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라도 제까닥 나와서 환자 진료하고, 수술하고,
비번일 때도 콜 다 받고,
몇 시건 간에 잠자지 말고 나와서 일하고,
수술은 몇 천, 몇 만 개를 하든 단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고,
환자는 당연히 후유증 하나 없이 다 잘 나아서
제 발로 퇴원하도록 만들어야 되고,
아무리 피곤해도 철인처럼 일 해야 되고,
그 와중에 환자와 보호자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해야 되고,
설명은 친절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줘야 되고,
보호자가 궁금해 하면 언제라도 시간 내서 설명해야 되고,
혹시라도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잘못한 일이 있든 없든 다 책임지고 인정해야 되고,
그에 합당한 정도보다 몇 배 많은 배상을 돈으로 해야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면허취소 당하고 깜빵에서 썩을 각오를 하고,
가족이 있든 없든,
처, 자식새끼가 있든 말든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 환자만을 위해 자신의 몸을 갈아 넣는,
착하고,
깨끗하고,
청렴하고,
친절하고,
책임감 있는,
강철체력의,
그러나 자기 가족에겐 비정한 남편, 아빠가 되는,
그러면서도 돈은 못 벌어 가난한,
호구 의사가 되라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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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비약하지 말라고?
그럼...
저 위에 있는 말 중에
하나라도 뺄 수 있는 것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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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만을 생각하는 낭만닥터?
니들이 다 죽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