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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톨릭평화방송) 김선균기자 = “이제 사람대접 받는 기분입니다.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천주교광주대교구장이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고문과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생존자와 그 가족들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하며 감사와 위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는 26일 UN이 지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을 앞두고 김 대주교가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인권평화재단과 광주트라우마센터는 24일 오후 1시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식당에서 5.18민주유공자와 유가족, 호남지역 민족민주열사 유가족,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던 민주인사 등 80여명을 초청해 ‘치유와 위로의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식사에 앞서 인사말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느끼고 있듯이 고문은 자유와 의지와 양심, 그리고 인간을 동물적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있어서는 안 될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폭력은 대부분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이어, “과거 참여정부에서 고문으로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치유를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아직도 고통은 생생히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당했던 고문 피해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80년 5월과 87년 6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거나 고문을 당했던, 또 심각하게 가정이 파괴되고 인권이 유린됐던 사정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천주교가 박해를 받았던 역사를 예로 들며 “조선시대에 천주교 순교자들은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고문을 당했던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그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그런 고문을 직접적으로 당했고, 그로 인해 그 가족들이 받았던 상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또, 자신의 월남전 참전 경험을 회고하며 “뜻하지 않게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지금도 헬기가 공중에 떠서 굉음을 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데, 30,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트라우마를 생생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아직도 여러 좋지 않은 여건에 놓여 있는 다른 나라들의 고문피해자들과 국제적인 연대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당했던 상처를 치유하는 동병상련의 그런 과정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며 고문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김 대주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문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기회가 된다면 정부 당국에도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도록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수성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유엔이 지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을 맞아 생존자분들과 가족들에게 존경의 말을 드리며, 앞으로도 상처를 치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센터장은 “특히 고문이 없고 국가폭력이 없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도 광주인권평화재단에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성대한 만찬을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거듭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80년 5.18민중항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82년 광주교도소에서 숨진 故기종도 열사의 부인 박유덕(73세)씨는 “천주교광주대교구와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자신들을 잊지 않고 초대해줘 너무 감사드린다”며 “특히 사람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에 감격스런 시간이었다”며 흐느꼈습니다.
오늘 열린 ‘위로와 치유의 점심 초대’에는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소년합창단이 깜짝 출연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다 고문과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화음을 선사했습니다.
한편 광주트라우마센터는 25일 광주 송정야시장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센터 직원과 자원활동가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문 방지 및 재활의 권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입니다.
‘UN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은 지난 1997년 12월 유엔총회에서 고문방지협약이 발효된 6월26일을 기념해 제정됐으며, 이날 고문과 국가폭력을 당한 희생자와 그 가족, 생존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