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복면가왕'은 올 초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MBC는 봄 개편을 맞아 아예 '복면가왕'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시켰습니다. 그것도 지상파 방송 3사의 치열한 예능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일요일 황금 오후 시간대에 말입니다. 방송 당시의 열띤 호응과 화제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대단한 모험이자 승부수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MBC의 도박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수준높고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복면 속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지 상상하는 또 다른 매력까지 더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방송된 4대 '복면가왕' 편은 특히 압권이었습니다. 참가자들 중 끝까지 살아남아 4대 '복면가왕'에 오른 클레오파트라의 무대는 소름이 돋을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는 무대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고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 냈습니다.
'복면가왕'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복면 속의 인물을 확인할 길이 (출연자가 탈락하지 않는 한)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변주시키며 경지에 이른 공력을 선보인 클레오파트라가 누구인지 시청자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누구일거야'라고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죠. 화제만발의 주인공인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합니다. 복면이 벗겨지지 않는 한 누구도 복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것이 거부할 수 없는 '복면가왕'의 치명적 마력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폭팔적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복면'이라는 장치에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복면으로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경연에 몰입합니다. 은폐와 위장을 통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죠. 이 궁금증은 출연자들의 얼굴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물론 가수 특유의 창법과 제스쳐 등으로 복면 속의 인물을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복면이 벗겨지기 전까지는 그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묘령의 주인공일 뿐입니다.
현실 정치에서도 '복면가왕'의 포맷과 유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정치인들과 고위직들의 부정 비리 의혹(추측)이 난무하는 데에도 그들의 범죄사실(복면)은 좀처럼 증명(공개)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보기에는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목소리나 제스쳐)들이 넘치는 데도 실체를 밝히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출연자들이 복면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듯이 현실정치에서도 위장과 은폐, 기만과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생각해 볼수록 '복면가왕'과 현실정치는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복면가왕'의 복면은 언젠가는 벗겨지게 되어 있지만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과, '복면가왕'에서는 복면이 벗겨질수록 시청자들의 웃음과 감탄이 잇따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국민들을 한숨과 짜증만 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국정원과 다수의 국가기관이 불법개입한 '2012년 대통령 선거,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성완종 게이트'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의 실체가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우스운 것은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의 배후와 실체를 수사기관들만 모른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사기관이 사건의 핵심을 비켜가는 사이 애?은 깃털과 꼬리만 무수히 잘려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이같은 무도함은 정의와 양심을 '복면' 속에 철저히 감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성완종 게이트'만 하더라도 수사팀이 꾸려진 지가 한참인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과 전혀 없습니다. '성완종 게이트'의 핵심이라 할 박근혜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관해서는 손도 대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호기있게 내던진 출사표에는 자욱하게 먼지만 쌓여갑니다. 그러는 사이 의혹의 당사자들은 관련자들을 회유하고 말을 맞추고 증거를 은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몇 겹의 복면을 덧쓰려 애쓰고 있는데도 대한민국 검찰의 대응은 참으로 한가하고 무성의해 보입니다.
태연자약한 검찰의 모습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수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수사' 등 정부와 집권여당에 유리한 정치적 사안들에 전광석화와 같이 발빠르게 움직였던 그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해야 하는 수사에 검찰이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검찰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복면가왕'에 열광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검찰에게 따라 붙는 치욕스런 오명들은 괜시리 생긴 것들이 아닙니다. 하늘과 땅차이만큼이나 극명한 이 대비는 우리에게 검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이럴 것이라면 굳이 검찰이 필요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FTA로 인해 국가간 무역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마당에 이럴 바엔 공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을 수입해 쓰는 편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복면가왕'은 회가 거듭될수록 빛이 나는 반면 대한민국 검찰은 해가 갈수록 추해져만 갑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하루 빨리 '복면가왕' 제작진에게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결국 퇴출될 수 밖에 없듯이 권력의 주구로 전락한 검찰 역시 도태될 운명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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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뚜... 복면가왕이야 안밝혀져도 궁금함 그만이지만....
범죄자들은 죽었다깨어나도 밝혀야하는건디..... 이 빌어먹을 나라는 잡아야할놈들이 눈앞에 깔려있어도 안잡으니....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