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캔 쑥으로
삼월 중순 수요일이다. 전날은 동선을 멀게 잡아 기장 대변항을 다녀왔다. 아침 식탁에 쑥국이 나와 ‘손수 캔 쑥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이른 봄 저잣거리 눈에 띈 여러 채소 / 텃밭에 기르거나 저절로 자랐거나 / 소시민 식탁 오르면 가족 건강 지킨다 // 날 풀려 발품 팔아 내 손에 손수 캔 쑥 / 맛국물 우려내어 된장에 들깻가루 / 향긋한 쑥국을 뜨니 봄내음을 맡는다”
어제 귀로엔 대변 포구에서 아낙이 파던 물미역과 곰피를 사 왔더랬다. 이 해초를 데치면 식탁에서 향긋함에서 봄내를 맡지 싶다. 자고 난 아침은 근교 산기슭을 찾아가 봄이 온 기운을 받을 셈이다. 아침 식후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 이웃 동 꽃대감 꽃밭을 둘러봤다. 수선화가 꽃봉오리를 밀어 올리고 명자꽃도 망울이 점차 부풀어갔다. 돌단풍도 하루가 다르게 움이 솟는다.
꽃밭에 부푸는 꽃망울과 꽃송이를 앵글에 담아 지기들에게 아침 안부로 전했다. 전날은 다양한 교통편으로 생활권에서 멀리 떠났으나 이번은 근교로 나갈 동선이라 서둘지 않아도 되었다. 반송 숲으로 들어 운동 기구에 매달려 한동안 몸을 단련했다. 여남은 개 되는 헬스 기구에 늙수레한 이들이 모여 각자 취향에 맞는 운동을 했다. 그중에 자전거 타기 기구가 인기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공원에서 나와 창이대로에서 동읍 무점마을로 가는 34번 버스를 탔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남산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남해고속도로가 국도에 십자로 걸쳐진 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용전마을로 향하니 햇살이 퍼지는 구룡산으로 미세먼지로 대기는 그리 쾌청하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서 감계 신도시와 넘나드는 민자로 건설된 구룡산터널 요금소 근처로 올라갔다.
지난주 거기서 캔 쑥이 아침이 맛본 쑥국이다. 새로이 쑥을 더 캐려고 터널 출구 남산리 교차로에서 산비탈 절개지로 향했다. 토목공사로 산자락이 깎여진 비탈은 빗물이 흘러갈 수로와 함께 토사를 막아둔 언덕 볕이 바른 곳이다. 검불 속에서 지난번 못다 캔 쑥을 찾아내니 그새 파릇하게 더 자라 있었다. 배낭에 넣어간 문구용 칼을 꺼내 여린 쑥을 조심스럽게 캐 봉지에 채웠다.
쑥을 캐다 보니 머위도 움이 터 잎사귀를 펼쳐 자라 같이 캐 모았다. 자리를 옮겨 더 위로 올라가 쑥을 캐 보탰는데 가릴 틈이 없어 검불이 붙은 채로 봉지에 넣었다. 언덕에서 내려와 용전마을에서 뒷골로 불리는 곳으로 갔다. 요금소가 생기면서 산자락이 깎여지고 낮은 곳은 메워 지형지물이 예전과 달라졌다. 거기서도 볕이 발라 쑥이 자라는데 아까 만난 머위가 자생하는 데다.
배수로 근처로 가니 머위가 움터 자라 칼로 밑동을 잘라 캐 모았다. 볕이 바른 양지여서 다른 곳보다 머위 순이 먼저 나와 자랐다. 인적이 없는 언덕에서 머위를 캐 배낭에 채워 나왔다. 농로를 따라 걸으니 양봉업자가 둔 벌통은 어디론가 옮겨가고 단감과수원에서는 농장주가 거름을 낼 준비를 했다. 남산리 앞으로 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아까 캔 쑥과 머위에 붙은 검불을 바깥에서 더 가려야 해서 창원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 쉼터가 제격이었다. 구석진 벤치로 가니 근처에는 늙수레한 이들이 여럿 보였다. 자리를 차지해 쑥을 가리자 한 노인이 다가와 인사를 나눴다. 50년생이니 나보다 연상인 창원 토박이로 공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인생 풍파를 거쳐온 분이었다. 지금은 시니어 일자리로 동료들과 근무 중이었다.
서둘러 캐느라 쑥에 붙은 검불이 많아 가려내는 시간이 걸렸다. 그새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던 할머니들이 곁으로 다가와 내가 캔 쑥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 아낙들도 사내와 마찬가지로 시니어 일자리에 참여한 동료라 했다. 한 달에 열흘을 현장에 나와 세 시간 머물면 약간의 용돈이 생긴다고 했다. 적적함을 덜고 건강도 잘 관리했는데 나도 그들만큼 잘 지낸다. 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