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1930년대 영국의 한 폐쇄된 여학교기숙사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였다.
[글레디에이터]라는 로마격투사들의 이야기를 감독한 "리들리 스콧"의 딸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현재 그 아버지가 연출한 "로빈 후드"가 오월에 개봉을 하였는데,
이 여름에 다시 그 딸이 개봉작을 올리게 되었으니 많이 기쁘리라.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시나리오의 선택에서 편집까지 참으로 많은 손이 필요한 작업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하여 기쁨을 얻고 감동을 얻고 상상력을 키우기도 한다.
지금이야 체계적인 교육이 있지만, 반세기전만 하여도
교육은 부르조아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일종의 투자이기도 하였다.
학교에서의 왕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 성균관만 하여도 왕따문제에서 신고식까지 험난한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다.
십대 소녀들이란 미완성의 꿈처럼 몽롱하고 환상을 품는 시절이다.
그런 활기찬 소녀들에게 사회와 고립된 기숙사 생활은 익숙해지기 참 어렵다.
바닷가 인근에 있는 고요한 기숙사에 한 전학생이 등장하는 것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일어난다.
대인공포증과 과대망상에 스타의식까지 지닌 수영강사는 학생들의 우상이었다.
어린 소녀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갖가지 엄청난 모험을 즐기었던 선생님의 추억담은
참으로 학생들에게는 굉장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스페인 귀족소녀는 전학을 오자마자, 이 선생의 모험담이
"키플링"의 모험소설 속 내용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시대배경과 아무런 상관없이 우리 주변에도 이런 류[類]의 인물을 만날 때가 많다.
젊은 시절 협객으로 보내었다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망상에 빠져있거나,
군대시절 참으로 무시무시한 모험을 하였다는 것이며..........
영화를 관람하며 늘 통속적 눈높이와 인간사 희로애락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앓는 스페인 귀족소녀의 의료용 흡입기에는, 개인적 악몽도 있어 더욱 실감났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천식[喘息]이 완쾌되었지만, 십여년 저 쪽의 어느 겨울에
숨을 아예 쉴 수가 없어......십미터 거리의 전화를, 119에 걸려고 했는데
무려 30분이상이 걸려야 했다. 끝내는 119에 실려 갔을 때는 아예 졸도를 하고 말았다.
깨어나니 산소호흡기를 입에 물고 있었기에, 그 소녀의 흡입기 내용이 더욱 입체적이었다.
비록 흥미진진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어린 소녀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전이과정이 손에 잡힐듯 연출하여
차곡차곡 접혀지듯이 공감이 되는 대목들이 많았다.
이 대목에서 새삼 생각나는 한 귀절.
이 세상은 과연 성선설[性善說]이 옳으냐?
이 세상은 과연 성악설[性惡說]이 옳으냐?
맹자와 순자는 나름의 튼튼한 논리로 분석을 하였지만,
이 선비의 관점으로 볼 때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에 더욱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린 소녀들의 맹목적인 잔인성과 흉포함은, 어찌 천성이라 하겠는가.
이렇게 여운이 긴 영화를 보면 그 잔상[殘像]이 오래 남는다.
첫댓글 사람이란 내 한몸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음이 사실인지라.....선한 마음이 발현되면 선인이요 악한 마음이 발현되면 악인이라....이것을 바로 잡자고 하는것이 종교요 철학이요 도덕이 아닐까...? 왜 두마음이 생기게 되었는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는 뒤로 제쳐 놓는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