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화장실 변기 수가 양성평등을 이루는 데는 꼬박 25년이 걸렸다. 공중화장실의 변기 수를 규정하는 '오수, 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지난 97년 개정되면서다. 이 해부터 공중화장실에는 '대변기 11개(남자용 3개, 여자용 8개) 이상, 소변기 5인용 이상'을 설치해야 해 남성과 여성이 8:8의 수치적 평등을 이룩했다. 그 이전까지는 이 법이 제정된 1973년부터 그 비율이 8:5로 유지되어 왔다. 지금은 1천명 이상 수용시설에는 여성용 변기를 1.5배 더 많이 두도록 하고 있어 제도상으로는 여성이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남녀 변기 수가 같거나 일부 많아졌다고 해서 남녀가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남녀의 생리적 특성과 화장실 이용 문화가 다른 탓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화장실을 이용하는 횟수는 남자가 5.5회인 반면 여자는 7.5회다. 또 1회 평균 사용시간은 남자가 1분21초인데 반해 여자는 2분31초로 훨씬 더 길다.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화장실을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공공장소의 여성 변기 수도 점점 늘어났지만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유럽 일부 지역에는 '쉬 피(Shee Pee)'란 이름의 여성용 화장실이 등장했다. 여성이 서서 소변보는 간이화장실이다. 관습의 틀을 깨는 이런 혁명적 발상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방수처리된 1회용 깔대기 하나뿐이다.
부산 북구청이 올 상반기 중에 완공하겠다던 여성전용화장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많이 오가는 구포시장 인근에 세워질 이 화장실은 '여성전용'의 측면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 번진다면 여성들의 영원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