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메스 넥타이에 닥스 양말, 96평 강남 빌라 거주
⊙ 태평양 96억, 교보생명 47억, NHN 133억 외에도 LG·신한·포스코 등에서 수억대 기부
⊙ 친일연구논란 도요타, 먹튀논란 론스타 등에서도 수억씩 받아
⊙ 아름다운재단, 광우병 논란의 2008년 연차재정보고서 不在, 그 까닭은?
⊙ 태평양 96억, 교보생명 47억, NHN 133억 외에도 LG·신한·포스코 등에서 수억대 기부
⊙ 친일연구논란 도요타, 먹튀논란 론스타 등에서도 수억씩 받아
⊙ 아름다운재단, 광우병 논란의 2008년 연차재정보고서 不在, 그 까닭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0월 13일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거 출정식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허위학력(서울법대)·병역·가족 사업에 대한 특혜·이념 등 수많은 의혹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거액 기부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거액을 기부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간부들은 “우리가 내고 싶어서 냈겠느냐”고 실토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2000년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해 상임이사로 일해 왔다. 아름다운재단은 ‘나눔’을 목표로 하는 시민공익재단으로 창립한 지 불과 3년 만인 2003년에 1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금하는 등 급속한 성장을 함으로써 기부와 나눔 문화를 국내에 널리 알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어떻게 이런 급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재단은 다른 기부단체에 비해 대기업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유지돼 왔던 이 재단에 박 변호사와 관련해 기업들의 ‘이상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벌 후원 문제와 관련, “재벌의 돈을 받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박 변호사가 한때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재벌 때리기’에 주력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의원도 “한 손엔 채찍을 들고 한 손으로는 기부금을 받지 않았느냐”고 공격했고, 여당 의원들 입에서는 ‘삥뜯기’라는 원색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연일 ‘박원순 검증’에 나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기들을 비판하는 ‘진보단체’에 기부한 이유?
박원순 변호사의 최근 10년간 사회활동은 대부분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굿네이버스나 컴패션, 월드비전 등 다른 유명 기부단체와 다소 다른 점은 나눔의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내외 빈곤층이나 불우한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하는 타 단체와 달리 재단은 공익과 대안, 빈곤과 차별, 미래세대, 기타나눔 등으로 나눔 분야를 선정하고 있다.
특히 공익단체에 대한 네트워크 지원과 출판 지원, 활동가 지원, 기자재 지원 등 ‘공익과 대안’ 분야에 총 배분 금액의 약 30%가 할애되는데, 사회사업 전문가들은 “‘공익단체’ 선정이 주관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기부자들이 배분 단체 선정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은 이 때문에 기부 희망자들로부터 “돕는 대상이 모호한 듯해 다른 단체를 선택한다”는 평가를 듣는 한편, 일부로부터 ‘좌파단체를 지원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재단의 또 다른 특징은 박원순 변호사라는 개인과 관련된 모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 기부단체에 3년째 소액 기부를 하고 있다는 한 30대의 전문직 종사자는 “기부할 때 어떤 기준으로 단체를 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종교가 있는 사람은 종교단체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고, 기성세대나 보수파들은 사랑의열매를, 젊은 사람이나 나름 진보파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재단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재단은 박원순 변호사 개인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며 “박 변호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연대 활동 등 진보성향이 강한 듯해 모금액 배분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선택하기가 망설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아름다운재단=박원순’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여성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이 순수 국내재단이고 박원순 변호사 등으로 유명한 것 같아 1년여간 기부를 했는데, 어느날 홈페이지에서 지출 중 ‘공익단체 지원’이 3분의 1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놀랐다”며 “세계의 빈곤 어린이를 후원하는 다른 단체로 기부 대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구나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박원순 모금재단’에 기업들이 대거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들이 아름다운재단에 수억~수십억원의 기부를 했다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대기업·공기업·금융권 등 수억~수십억 기부
아름다운재단에 지속적으로 기부해 온 대표적인 대기업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다. 포스코는 ‘은빛겨자씨기금’이라는 기금 등을 통해 총 8억9651만원을,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12억4216만원을 기부했다. 또 교보생명이 47억669만원을, 태평양이 96억9170만원을 기부했으며 NHN(네이버)은 해피빈사업을 통해 133억2602만원을 기부했다.
이 밖에 KT, SKT, KB(국민은행), 한국전력, 신한금융지주, LG생활건강, 풀무원, 한국수출입은행 등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사 등이 적게는 수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표2 참조)
특히 박 변호사는 포스코에서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풀무원에서 2003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기업에서 수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사외이사로 받은 급여는 모두 기부했고, 기부단체가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은 것이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또 다양한 기부금을 받은 현대차그룹에서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박 변호사와 참여연대 활동을 함께 했던 강용석(무소속) 의원은 “박 변호사는 풀무원과 포스코는 물론, 참여연대 부설연구소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우선감시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 11곳으로부터 150억여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사실상 기부금을 내라고 기업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박원순 변호사의 참여연대 활동이나 사외이사 활동에 압박감을 갖고 재단에 기부금을 냈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충분한 셈이다. 한 손으로는 기업을 공격하고 한 손으로는 기부금을 받는 이중생활을 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강용석 의원은 “사외이사란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고 기업경영 활동을 견제·감시해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이런 사외이사가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는 데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2000년 칼럼집 <악법은 법이 아니다>에서 “돈에는 (돈을 준 사람의) 의지가 있다. 돈을 받고도 모른 체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친일연구논란’ 도요타, ‘먹튀논란’ 론스타로부터 수억원
강 의원은 “부적절한 기부금을 받은 사실도 나쁘지만, 실상이 뻔한데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속시원한 해명은 피한 채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만 하는 태도가 더 문제”라며 “참여연대와 각을 세우고 있던 한전과 교보생명, 론스타 등으로부터 이를 빌미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해명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계 펀드 론스타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업체들로부터도 수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 이후 재단은 론스타를 비롯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업체(외환은행, 김&장, 삼일회계법인 등)들로부터 기부금 13억7935만원을 받은 바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이익만 취한 후 2006년 다시 매각에 나섰는데, 당시 언론은 론스타를 ‘먹튀(먹고 튀는 존재)’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도 2006년 3월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론스타의 헐값인수 의혹을 수사하라고 촉구하며 론스타를 공격했다. 그런데 재단은 론스타로부터 2004년 7134만원, 2005년 1억1693만원, 2006년 1억7415만원, 2007년 1억9002만원, 2008년 1억3180만원, 2009년 8011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6억50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아름다운재단은 한국도요타로부터 5억1000만원을, 일본 도요타재단에서 7920만원을 후원받았다. 또 희망제작소는 도요타재단에서 350만엔(약 5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재단은 도요타자동차가 설립한 재단으로, 2006년 안병직·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이 재단으로부터 식민지 근대화론 관련 연구기금을 지원받았다가 좌파 진영으로부터 “일본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일제 식민지 역사를 연구한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변호사는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내는 동안 친일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었다.
박 변호사가 재벌개혁 운동에 나섰던 야권 후보이지만 그를 ‘반(反)재벌 서민 후보’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상류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안목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메스 넥타이에 닥스 양말
재단 행사를 담당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박원순 변호사님 눈이 워낙 높으셔서 웬만한 건 맘에 들어하지 않더라고요. 인테리어나 선물이나 음식 같은 것들 말이죠. 기부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늘 고급스럽게, 세련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한번은 원래 예산에 맞춰 행사장을 평범하게 꾸몄다가 (박 변호사에게) 퇴짜맞고 처음부터 다시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는 “박 변호사는 부유층이 기부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부유층 모금을 위해 상류층 인맥이 넓고 상류층 문화에 익숙한 사람을 공들여 뽑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0월 14일 MBC 서울시장후보 100분토론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가방 하나 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 초(超)고가 브랜드로, 넥타이 가격은 최저 40만원선이다. 박 변호사가 알파벳 H 문양이 상징인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선거유세 때도 또 다른 오렌지색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기도 했다.
14일 토론을 지켜본 한 패션업계 종사자는 “이날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모두 블랙과 블루의 세련된 컬러 매치를 선보였고, 고급스러운 수트(정장) 차림으로 신뢰감을 더했다”며 “특히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에르메스 넥타이와 모직수트 등 매우 세련된 차림새였는데,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평소에도 옷을 잘 입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출마 전에는 뒤축이 다 떨어진 낡은 신발사진을 공개해 ‘서민 정치인’임을 강조했지만 그 안에 신은 양말은 유명브랜드 닥스(DAKS)였다는 점이 네티즌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박 변호사 부부가 원래 ‘럭셔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가 주도한 한 단체에 참여했던 인사의 이야기다.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며 압구정동에 오래 살면서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았던, 전형적인 ‘강남 사모님’”이라며 “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차림새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만 접했던 박원순 변호사는 털털한 시민운동가의 이미지였는데 직접 만나보고 그런 생각이 변했다”며 “부부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세련되고 우아한 매너를 갖고 있었고, 시민운동가라기보다는 잘나가는 변호사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강남 압구정동과 방배동에서 50평이 넘는 대형아파트에 살았다는 점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끌었는데, 압구정에서 이사 후 방배동으로 오기 전인 2007~2008년 거주했던 서초구 잠원동의 C빌라트는 면적이 317㎡(96평)이다. 이 빌라트의 매매 시세는 20억원, 전세 시세는 10억원선이다. 인사차 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한 인사는 “시민운동으로 유명한 분이라 왠지 검소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방문해 보니 매우 넓은 집에 상주 도우미도 살고 있어 약간 놀랐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親재벌 행보
지난 10년 동안 박원순 변호사는 부부가 함께 친(親)기업의 길을 걸어왔다. 박 변호사의 부인인 강난희 P&P디자인 대표는 창업 직후부터 신생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대기업 인테리어사업을 잇달아 수주, ‘특혜 수주’ 의혹에 휩싸여 있다.
1999년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한 강난희씨는 2000년 이후 현대모비스 본사 사옥 이전 설계·시공, 현대모비스 농구단 숙소 및 수원 사업소 설계·시공, 현대모비스 전차 시험동 설계 등의 사업을 맡아 왔다. 또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의 인테리어 시공사업권을 대부분 따 간 것은 물론, 대형아파트 인테리어 사업권도 수주했다. 마포 LG아파트, 대치동 쌍용아파트, 용인 수지 삼성쉐르빌 등 50평 이상의 대형주택 설계 및 시공을 해 왔다.
국문학을 전공한 시민운동가의 아내가 이 같은 인테리어 수주실적을 올린 것은 ‘있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후보측은 “재단과 아름다운가게의 경우 시민단체 예산이 워낙 적어 하겠다는 곳이 없다 보니 아내 회사가 맡아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기업 사업을 대규모로 수주한 사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했다. P&P디자인은 지난해 말 사업을 정리한 상태다. 박 후보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는 한 지인은 “박 변호사는 돈이나 권력에는 큰 관심이 없고 명예를 더 중요시했던 것 같다”며 “아내가 원래 재력이 있었고 아내 사업이 잘되고 있어 본인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여유있게, 말하자면 ‘우아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하버드 연구원’을 거쳐 강남 대형아파트에 살며 수백억원대의 기금을 운용하고 명품을 선호하는 대한민국 상류층일까. 아니면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에 평생을 바쳐 온 야인(野人)일까. 누구도 하나의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2000년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해 상임이사로 일해 왔다. 아름다운재단은 ‘나눔’을 목표로 하는 시민공익재단으로 창립한 지 불과 3년 만인 2003년에 1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금하는 등 급속한 성장을 함으로써 기부와 나눔 문화를 국내에 널리 알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어떻게 이런 급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재단은 다른 기부단체에 비해 대기업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유지돼 왔던 이 재단에 박 변호사와 관련해 기업들의 ‘이상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벌 후원 문제와 관련, “재벌의 돈을 받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박 변호사가 한때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재벌 때리기’에 주력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의원도 “한 손엔 채찍을 들고 한 손으로는 기부금을 받지 않았느냐”고 공격했고, 여당 의원들 입에서는 ‘삥뜯기’라는 원색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연일 ‘박원순 검증’에 나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기들을 비판하는 ‘진보단체’에 기부한 이유?
10월 13일 MBC 서울시장후보 초청 100분토론에 참석한 박원순 후보. |
아름다운재단이 굿네이버스나 컴패션, 월드비전 등 다른 유명 기부단체와 다소 다른 점은 나눔의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내외 빈곤층이나 불우한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하는 타 단체와 달리 재단은 공익과 대안, 빈곤과 차별, 미래세대, 기타나눔 등으로 나눔 분야를 선정하고 있다.
특히 공익단체에 대한 네트워크 지원과 출판 지원, 활동가 지원, 기자재 지원 등 ‘공익과 대안’ 분야에 총 배분 금액의 약 30%가 할애되는데, 사회사업 전문가들은 “‘공익단체’ 선정이 주관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기부자들이 배분 단체 선정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은 이 때문에 기부 희망자들로부터 “돕는 대상이 모호한 듯해 다른 단체를 선택한다”는 평가를 듣는 한편, 일부로부터 ‘좌파단체를 지원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재단의 또 다른 특징은 박원순 변호사라는 개인과 관련된 모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 기부단체에 3년째 소액 기부를 하고 있다는 한 30대의 전문직 종사자는 “기부할 때 어떤 기준으로 단체를 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종교가 있는 사람은 종교단체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고, 기성세대나 보수파들은 사랑의열매를, 젊은 사람이나 나름 진보파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재단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재단은 박원순 변호사 개인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며 “박 변호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연대 활동 등 진보성향이 강한 듯해 모금액 배분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선택하기가 망설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아름다운재단=박원순’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여성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이 순수 국내재단이고 박원순 변호사 등으로 유명한 것 같아 1년여간 기부를 했는데, 어느날 홈페이지에서 지출 중 ‘공익단체 지원’이 3분의 1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놀랐다”며 “세계의 빈곤 어린이를 후원하는 다른 단체로 기부 대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구나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박원순 모금재단’에 기업들이 대거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들이 아름다운재단에 수억~수십억원의 기부를 했다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대기업·공기업·금융권 등 수억~수십억 기부
아름다운재단에 지속적으로 기부해 온 대표적인 대기업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다. 포스코는 ‘은빛겨자씨기금’이라는 기금 등을 통해 총 8억9651만원을,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12억4216만원을 기부했다. 또 교보생명이 47억669만원을, 태평양이 96억9170만원을 기부했으며 NHN(네이버)은 해피빈사업을 통해 133억2602만원을 기부했다.
이 밖에 KT, SKT, KB(국민은행), 한국전력, 신한금융지주, LG생활건강, 풀무원, 한국수출입은행 등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사 등이 적게는 수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표2 참조)
특히 박 변호사는 포스코에서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풀무원에서 2003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기업에서 수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사외이사로 받은 급여는 모두 기부했고, 기부단체가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은 것이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또 다양한 기부금을 받은 현대차그룹에서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박 변호사와 참여연대 활동을 함께 했던 강용석(무소속) 의원은 “박 변호사는 풀무원과 포스코는 물론, 참여연대 부설연구소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우선감시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 11곳으로부터 150억여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사실상 기부금을 내라고 기업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박원순 변호사의 참여연대 활동이나 사외이사 활동에 압박감을 갖고 재단에 기부금을 냈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충분한 셈이다. 한 손으로는 기업을 공격하고 한 손으로는 기부금을 받는 이중생활을 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강용석 의원은 “사외이사란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고 기업경영 활동을 견제·감시해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이런 사외이사가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는 데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2000년 칼럼집 <악법은 법이 아니다>에서 “돈에는 (돈을 준 사람의) 의지가 있다. 돈을 받고도 모른 체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친일연구논란’ 도요타, ‘먹튀논란’ 론스타로부터 수억원
2000년 8월 22일 서울 아트선재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아름다운재단의 창립총회. 박원순 후보는 장식물 뒤에 서 있다. |
아름다운재단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계 펀드 론스타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업체들로부터도 수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 이후 재단은 론스타를 비롯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업체(외환은행, 김&장, 삼일회계법인 등)들로부터 기부금 13억7935만원을 받은 바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이익만 취한 후 2006년 다시 매각에 나섰는데, 당시 언론은 론스타를 ‘먹튀(먹고 튀는 존재)’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도 2006년 3월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론스타의 헐값인수 의혹을 수사하라고 촉구하며 론스타를 공격했다. 그런데 재단은 론스타로부터 2004년 7134만원, 2005년 1억1693만원, 2006년 1억7415만원, 2007년 1억9002만원, 2008년 1억3180만원, 2009년 8011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6억50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아름다운재단은 한국도요타로부터 5억1000만원을, 일본 도요타재단에서 7920만원을 후원받았다. 또 희망제작소는 도요타재단에서 350만엔(약 5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재단은 도요타자동차가 설립한 재단으로, 2006년 안병직·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이 재단으로부터 식민지 근대화론 관련 연구기금을 지원받았다가 좌파 진영으로부터 “일본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일제 식민지 역사를 연구한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변호사는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내는 동안 친일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었다.
박 변호사가 재벌개혁 운동에 나섰던 야권 후보이지만 그를 ‘반(反)재벌 서민 후보’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상류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안목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 아름다운재단은 촛불시위 한창이던 2008년에 뭘 했나? 아름다운재단은 ‘투명한 회계’를 주장하며 매월, 매년 수입과 지출 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2001~2011년 10년간 매년 연차재정보고서와 월별회계를 게재하고 있지만, 유독 2008년의 내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년 작성하던 연차재정보고서는 2007년과 2008년만 하나의 통합보고서로 만들어졌고, 매월 게재하는 월별 상세 회계내역은 2008년 1~10월 총 10개월분이 공개되지 않았다. 재단측은 “2008년부터 외부 회계감사가 시작돼 2007-2008 연차보고서를 함께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아름다운재단 배분금의 3분의 1이 각종 단체 지원금으로 사용되는데, 촛불시위 등으로 좌파단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2008년 내역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해명하고 즉시 2008년 상세 지출내역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르메스 넥타이에 닥스 양말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1997년 3월 모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박원순 후보. |
박 변호사는 지난 10월 14일 MBC 서울시장후보 100분토론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가방 하나 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 초(超)고가 브랜드로, 넥타이 가격은 최저 40만원선이다. 박 변호사가 알파벳 H 문양이 상징인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선거유세 때도 또 다른 오렌지색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기도 했다.
14일 토론을 지켜본 한 패션업계 종사자는 “이날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모두 블랙과 블루의 세련된 컬러 매치를 선보였고, 고급스러운 수트(정장) 차림으로 신뢰감을 더했다”며 “특히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에르메스 넥타이와 모직수트 등 매우 세련된 차림새였는데,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평소에도 옷을 잘 입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출마 전에는 뒤축이 다 떨어진 낡은 신발사진을 공개해 ‘서민 정치인’임을 강조했지만 그 안에 신은 양말은 유명브랜드 닥스(DAKS)였다는 점이 네티즌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박 변호사 부부가 원래 ‘럭셔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가 주도한 한 단체에 참여했던 인사의 이야기다.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며 압구정동에 오래 살면서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았던, 전형적인 ‘강남 사모님’”이라며 “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차림새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만 접했던 박원순 변호사는 털털한 시민운동가의 이미지였는데 직접 만나보고 그런 생각이 변했다”며 “부부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세련되고 우아한 매너를 갖고 있었고, 시민운동가라기보다는 잘나가는 변호사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강남 압구정동과 방배동에서 50평이 넘는 대형아파트에 살았다는 점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끌었는데, 압구정에서 이사 후 방배동으로 오기 전인 2007~2008년 거주했던 서초구 잠원동의 C빌라트는 면적이 317㎡(96평)이다. 이 빌라트의 매매 시세는 20억원, 전세 시세는 10억원선이다. 인사차 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한 인사는 “시민운동으로 유명한 분이라 왠지 검소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방문해 보니 매우 넓은 집에 상주 도우미도 살고 있어 약간 놀랐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親재벌 행보
2001년 4월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박원순 후보가 국회에서 부패방지법 입법촉구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1999년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한 강난희씨는 2000년 이후 현대모비스 본사 사옥 이전 설계·시공, 현대모비스 농구단 숙소 및 수원 사업소 설계·시공, 현대모비스 전차 시험동 설계 등의 사업을 맡아 왔다. 또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의 인테리어 시공사업권을 대부분 따 간 것은 물론, 대형아파트 인테리어 사업권도 수주했다. 마포 LG아파트, 대치동 쌍용아파트, 용인 수지 삼성쉐르빌 등 50평 이상의 대형주택 설계 및 시공을 해 왔다.
국문학을 전공한 시민운동가의 아내가 이 같은 인테리어 수주실적을 올린 것은 ‘있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후보측은 “재단과 아름다운가게의 경우 시민단체 예산이 워낙 적어 하겠다는 곳이 없다 보니 아내 회사가 맡아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기업 사업을 대규모로 수주한 사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했다. P&P디자인은 지난해 말 사업을 정리한 상태다. 박 후보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는 한 지인은 “박 변호사는 돈이나 권력에는 큰 관심이 없고 명예를 더 중요시했던 것 같다”며 “아내가 원래 재력이 있었고 아내 사업이 잘되고 있어 본인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여유있게, 말하자면 ‘우아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하버드 연구원’을 거쳐 강남 대형아파트에 살며 수백억원대의 기금을 운용하고 명품을 선호하는 대한민국 상류층일까. 아니면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에 평생을 바쳐 온 야인(野人)일까. 누구도 하나의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