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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청사초롱을 닮은 더덕 꽃. 캐는 철인 이즈음 꽃을 피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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羊乳(양유)는 '양의 젖'을 가리킨다. 羊자는 양의 머리 모양을 본뜬 글자. 주로 털을 이용하는 綿羊(면양)과 젖이나 고기를 이용하는 山羊(산양)을 모두 羊이라 썼다. 하나, 家畜(가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山羊은 염소의 한자말. 鬚髥(수염)이 있는 소라고 髥牛(염우), 즉 염소이다.
羊乳는 '더덕'의 한자 이름이기도 하다. 한창 캐는 철인 요즘, 통통한 더덕 뿌리를 분지르면 끈적이는 우윳빛 津液(진액)을 볼 수 있다. 羊乳는 이를 보고 붙인 이름. 중국 淸(청)나라 사람 吳其濬(오기준)이 1848년 펴낸 植物名實圖考(식물명실도고)는 더덕을 奶樹(내수), 즉 '젖 나무'라 했다. 역시 우윳빛 津液의 인상이 강했던 모양이다.
조선 초기의 의학서 鄕藥集成方(향약집성방)은 더덕을 加德(가덕)이라 했다. 加(더할 가)는 '더', 德(덕 덕)은 '덕'을 표기한 吏讀(이두)이다. 달리 부를 말이 없었나 보다. 조선 高宗(고종) 임금 때 명의 黃泌秀(황필수)가 엮은 名物記略(명물기략)은 더덕을 沙蔘(사삼)이라 했다.
흔히 沙蔘을 더덕이라 알고 있지만 '잔대'의 한자 이름이기도 하다. 더덕은 덩굴로 자라고 잔대는 곧게 자란다. 둘 다 꽃 모양이 비슷한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식물. 둘은 뿌리를 나물로도 먹고 약으로 쓰는 것도 같다. 沙蔘은 人蔘(인삼) 玄蔘(현삼) 苦蔘(고삼) 丹蔘(단삼)과 더불어 五蔘(오삼)이라 부른다니 몸에 이롭겠다. 둘 중 어느 것이 정말 沙蔘인지 알 수 없으나 제철을 맞아 향긋한 더덕 냄새에 취하는 것도 좋겠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