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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활혼점점(活魂點点)
- 나이 조금 더 먹은 내가 참는 것이 옳다
아운 일행은 개봉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왕방과 그의 수하들은 모두 내공이 폐지되었다.
내공이 폐지되자 왕방은 악을 쓰고 덤볐다가 어깨뼈가 부러지면서
기절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상명운과 고희란을 돌려보낸 아운 일행은
극락원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왕방과 그 일행들은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극락원의 위치와 비밀통로까지
다 말한 다음이었다.
말하는 도중에 왕방 일행이 서로 눈치를 보며 말하기를 꺼려하자, 아운은
귀찮다고 단 한 명을 뺀 나머지들을 전부 기절시켜 버렸다.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때려서.
결국 협조적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룡단원들이 들쳐 업고 가야만
했다.
자정이 약간 넘은 새벽, 개봉으로 들어서기 전 아운 일행은 왕방과 그의
수하들을 숲 속에 숨겨 놓고 성내로 숨어들었다.
신법으로 성을 넘은 아운 일행은 귀신처럼 날아서 개봉부 지부대인의 관저를
찾았다.
개방의 극락원은 지부대인의 저택과 바로 붙어 있었던 것이다.
바보가 아니면, 이 상황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개봉의 지리와 지부대인의 집은 이심방이 잘 아는지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극락원을 찾는 것도 쉬웠다.
지부대인의 저택과 붙어 있는 거대한 장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크기는
상상을 불허하였다. 그리고 집 구조가 고관대작의 저택처럼 꾸며져 있어,
누가 보면 지부대인급 정도의 고관이 사는 대저택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아운과 두 명의 교두를 뺀 금룡단원들은 전부 복면을 하고 있었다.
금룡단원들이 복면을 한 것은 아운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아운은 극락원이 어떤 곳인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금룡단원들에게도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싶었다. 또한 혹여 도중에 적이
금룡단원들을 보고 자신을 알아보게 되면, 싸우기도 전에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법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아운과 두 명의 살수는 너무도 쉽게
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들의 뒤를 따를 금룡단원들은 이제 그런 모습이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권왕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저택은 몇 개의 큰 건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먼저 앞쪽의 큰 건물들은
단순한 기루와 비슷했다.
음식을 먹는 곳, 잠을 자는 곳, 그리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는 곳 등이
몇 개의 건물에 일 층과 이 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천하에 알려진 그
어떤 고급 기루와 비교해도 놀랄 만큼 크고 호화로웠다.
하지만 아운이 보고자 했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세 개의 건물이 나왔는데, 아운 일행은 그 건물들 중
중앙의 건물로 숨어들었다.
과연 극락원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가 있는 곳답게, 무려 십여 명의
경비무사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아운과 두 살수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들은 숨도 못 쉬고 바다게 쓰러져 버렸다.
건물 안에서 왕방에게 알아낸 비밀 통로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운은 건덕 시절 뒷골목의 두목답게 쉽게 비밀 통로를 찾아내었다.
그렇게 찾아 내려간 곳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금룡단원들이 받은 충격도 컸지만, 강심장의 아운과 흑칠랑 그리고 야한
역시 놀란 것을 표현하자면 금룡단원들에 못지 않았다.
거대한 크기의 지하는 몇 구역으로 나우어져 있었는데, 우선 첫 번째
구역에는 수십여 개의 호화로운 방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방들은 여러
가지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제 일 구역은 두 명의 인물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제압당했다.
일 구역으로 들어가는 문 위에는 몽혼당(夢魂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몽혼당의 각 방에는 수십 명에서 작게는 두 명씩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들은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자욱한 연기 속에 모두 약에 취해 있었으며, 약에 취한 그들은 아무나 잡고
자신의 욕정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엉켜 잠이 든 자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들을 관리하는 이십여 명의 여자들을 모두 제압해 놓고 돌아본 그 곳은
약과 여자들의 향연장이었다.
몽혼당의 각 방에는 온갖 향락 기구가 놓여 있었고, 약에 찌든 남자들은
두 명 혹은 서너 명의 여자들과 함께 엉켜 있었다.
그들은 아운과 금룡단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것조차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남자들의 정체였다.
금룡단원들이 확인한 그들은 개봉의 유지들이거나 관리들, 그리고
구파일방의 장로급 인물들도 서너 명이나 섞여 있었다.
특히 다섯 번째 방안으로 들어갔던 몽진나한은 너무 큰 충격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 안에 있는 남자는 중이었는데, 그는 몽진의 사형으로 십팔나한 중 한명인
몽춘나한이었던 것이다.
몽춘나한은 무려 세 명의 여자들과 엉켜 자고 있었는데, 완전히 약에 취해
있어서 흔들어도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몽진은 아래위로 턱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었다.
몇 번이나 속으로 아미타불을 외우고 있었다.
몽춘을 보는 금룡단원들의 일부는 이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들의
사형제나 사숙 중 누군가가 어느 곳에 있는 극락원에서 저런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몇 군데 방에서 무당, 화산, 종난 등의 제자들이 발견되었고, 더러는
각파의 장로급들 인사들도 서너 명이나 발견 되었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운은 그들의 혈도를 완전히 제압한 다음 금룡단을 데리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구역은 인육당(人肉堂)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것을 본
금룡단원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하며 안으로 들어간 일행은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인육당도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십 세 이하 소년 육(肉, 고기), 십 세 이하 소녀 육, 십육 세 이하 소녀 육,
십육 세 이하 소년 육, 여자 육, 남자 육 등등. 그 다음은 조금 더 세분화된
곳도 있었다.
소녀의 가슴살. 소년의 거시기볶음 등등.
다행이라면 지금은 자정이 넘어가는 새벽이라 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요리를 하는 곳에서 발견된 소녀와 소년들의 시체는
금룡단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인육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림에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방의 태상장로가 운영하는 기루에서 인육을 판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심방과 몽진 등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죽고 싶은 심정일 뿐이었다.
어쩌다가 정파의 중추라는 자신들의 사문이 이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아운은 냉정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칠랑과 야한은
감히 아운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지금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끓어오르를 분노를 억지로 참은 아운은 일행을 데리고 다음 구역으로
갔다.
다음 몇 개의 구역은 도박당, 종소문파의 사람들을 잡아다가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고 즐기는 격투당 등이 있었다.
그리고 지하 감옥에는 식욕으로 잡아온 소년, 소녀들과 몽혼당의 기녀로
쓸 여자들, 그리고 격투당에서 쓸 중소 문파의 무사들이 무더기로 잡혀와
투옥되어 있었다.
아운과 일행은 그들을 모두 감옥에서 풀어 주었다.
극락당을 나오는 아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사람이 권력과 야망에 찌들면 정말 무섭게 변하는구나. 허허, 이건 정도를
지나쳤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가?'
아운조차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명문 정파다.
정말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직접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병들어갔을 것이고 이들이 이렇게 되도록 유도한
무리가 있으리란 것이 아운의 생각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을 용서할 순 없었다.
아운은 모든 것을 확인하자, 다시 극락원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확인할 것도 없었다.
그의 뒤로는 흑칠랑과 야한이 따랐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심방과
몽진나한 그리고 금룡단원들이 뒤따르고 있었으며 맨 뒤쪽으로는 감옥에서
풀어준 무리들이 따르고 있었다.
아운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자들이 있다. 모두 조심하도록. 그리고 모두
복면을 써라! 그 외에 옥에서 풀린 자들은 모두 이 안에 있다가 밖이
안전해지면 나오도록 한다. 이 안에 있는 적당들은 모두 죽었으니 이곳은
안전하다."
극락원에 들어와서 반 시진이나 소비를 했다.
지금까지 침입을 모르고 있다면 바보들일 것이다. 그리고 극락원씩이나
운영하는 자가 바보일리는 없었다.
금룡단원들은 모두 복면을 뒤집어썼다.
아운 일행이 밖으로 나왔을 때 장원은 수백여 개의 횃불로 인해 대낮처럼
밝았으며, 수백의 무사들이 무기를 들고 아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들의 앞에는 중년의 청수하게 생긴 남자가 경장 차림으로서 있었는데,
그의 허리엔 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청수한 중년의 무사 오른쪽 옆에는 복면을 한 남자가 손에 박도
한 자루를 들고 서 있었으며, 중년무사의 왼쪽 옆에는 관인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관인의 뒤쪽에는 포쾌들 삼십여 명이 서 있었다.
또한 중년 무사의 뒤에는 바싹 마른 세 명의 노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아운은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이심방을 보며 물었다.
"저들 중에 아는 자가 있는가?"
"있습니다. 저기 관인이 바로 지부대인 가상경입니다."
아운은 할 말이 없었다.
그건 그의 뒤에 있던 금룡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부대인이면 개봉부를 다스리는 관리 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높았다.
그런 지부대인이 이 자리에 있다는 말은 결국 그가 극락원의 운영자들과
한 통속이란 말과 같다.
중년의 무사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물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초대하지 않은 곳에 온 것을 축하한다. 남의 집에
함부로 와서 사람을 죽이다니, 대담한 놈들이군. 하지만 그 대가로 네
놈들이 지금 죽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겠지."
침착한 중년인의 말에 아운은 묵묵히 중년인을 보다가 물었다.
"네 놈은 누구냐? 네가 극락원의 운영자냐? 어차피 허수아비겠지만."
간단한 물음에 중년 무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 해도 상대가 너무 태연했던 것이다.
목소리에 긴장감도 없었다.
묻는 것도 이미 극락원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아는 투였다.
순간적으로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세 명의 노인들을
보자 그 불안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가 누구인지 네 놈이 그것을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뭐 말하기 싫음 관둬라! 나도 귀찮다."
"뭐?"
청의 중년인은 이제 나이 약관을 넘은 아운의 대담함에는 조금 질리고
말았다.
대체 뭘 믿고?
아운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들어라! 저 세 노인과 복면인 그리고 지부대인과 저 버릇없는 중년
무사는 내가 처리하겠다. 나머지 일반 무사들은 너희들이 상대하라! 단,
될 수 있으면 죽이지 말고 병신이 되더라도 사로 잡아라. 그냥 죽이면
그들의 죗값이 너무 적다. 혹여 사문의 사람이라고 봐 준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충!"
복면을 한 금룡단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아운은 야한과
흑칠랑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두 교두는 이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해라!"
"충!"
야한은 신이 나서 구호를 외쳤지만 흑칠랑은 발끈해서 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놈이 왜 내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것이냐?"
"싫으면 지금 당장 도전해라!"
아운의 냉정한 말에 흑칠랑의 표정이 굳건하게 변하였다.
야한은 그런 흑칠랑의 표정을 보면서 내심 쾌재를 불렀다.
'흐흐, 드디어 시작하겠구나. 이젠 내가 곧 천하제일살수가 될지도 모른다.'
흑칠랑은 천천히 암천마검을 뽑아 들었다.
야한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꾸욱 쥐었다.
'그래 잘한다, 선배. 까진 것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덤벼라 덤벼. 흐흐'
야한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흑칠랑은 자신의 검을 찬찬히 훓어보면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죽여야 하나?"
"죽이지 않으면 더 좋다."
"역시 내가 도와야지. 금룡단만으로는 조금 불안하지. 가르친 죄가 있으니
이번엔 돕겠다."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 흑칠랑이 돌아섰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야한은 주저앉고 싶은 것을 눌러 참으며 독사눈으로 흑칠랑을 노려보았다.
기대나 하게 하지 말 것이지.
"선배, 피한 것이요? 비겁하게."
당연히 말투가 좋지 못했다.
흑칠랑은 표정의 변화 없이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대의를 위해 참은 것이다. 나는 비겁이란 것을 모른다."
"이런 씨팔. 그게 말이 되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붙을 것같더니."
"이런 멍청한 놈. 그럼 적을 눈앞에 두고 우리끼리 싸우란 말이냐? 이럴 땐
나이 조금 더 먹은 내가 참는 것이 옳은 것이다."
흑칠랑의 표정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야한은 정말 억울한 기분이었지만 흑칠랑의 말은 너무 옳은
말이었다.
그 증거는 흑칠랑의 말을 들은 금룡단원들의 눈빛이었다.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표정이야 알 수 없었지만, 감탄한 그 눈빛들.
권왕에게 당당하게 도전한 것도 놀라운데, 대의를 아는 저 마을에 감탄한
눈빛.
도저히 그 모든 것을 다 이기고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
"썅. 꼭 당한 기분이란 말이야."
야한은 투덜거리며 대꾸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 한은 풀어야 했다.
살기를 머금은 눈이 극락원의 경호 무사들에게 향해졌다.
아운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자, 중년의 무사도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네 놈은 누구냐? 우선 이름부터 밝혀라!"
아운은 먼저 네 이름을 밝혀라! 좀 전에 내가 먼저 물었지 않느냐? 등등
이런 식의 대꾸도 귀찮았다.
이차피 꺾어놓고 두들기면 다 나오는 말들이었다.
좋은 주먹 두고 말로 하는 것은 폭력에 대한 모독이었다.
아운의 신형이 질풍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중년의 무사는 자신이 자랑하는 쾌검을 전개하기 위해 검을 뽑아갔다.
진양쾌검(振揚快劍).
바로 중년의 무사가 자랑하는 쾌검이었다.
그는 이 검법으로 극락원의 지배인이 되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검을
쥔 채로 뽑아보지도 못했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뽑기도 전에 아운의 주먹이 그의 입안에
틀어박힌 것이다.
연환금강룡의 비성추혼이었다.
아운의 연환금강룡은 이전의 연환금강룡에 비해 이미 또 다른 경지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다 상대가 어리다고 방심했던 중년무사는 단 한 방에 패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대꾸가 주먹일 줄 알았겠는가?
끄윽!하는 괴음과 함께 그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는 마음대로 넘어질 수도 없었다.
아운의 다른 한 손이 그의 멱살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잡은 손을 당기며 이마로 상대의 머리를 박아 버렸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무사의 머리가 깨져 피가 나왔다. 이어서 아운의
무릎이 그의 낭심을 올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우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깨지는 소리.
세상에 남자 하나가 기능을 상실하는 소리였다.
"끄으으."
중년무사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아운은 그의 몇 군데를 점하며 말했다.
"단룡십팔수의 절기은 활혼점점이란 점혈법이다. 너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절대 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폐혈수를 함께 사용하였다.
넌 무공도 잃은 것이다."
참 친절한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운의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중년무사는 바닥에 쓰러진 채 버둥거렸다.
참을 수 없는 고통.
머리가 깨진 것은 둘째였다.
남자의 상징이 깨지면서 오는 고통은 그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내공도 없는 그는 고통을 억제할 아무런 수단도 없었다. 뿐이랴.
기절도 못한다.
아운이 중년무사를 공격해서 쓰러트린 것은 정말 한 호흡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누가 도와줄 틈도 없었다.
처음으로 세 노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복면인도 박도를 고쳐 잡았다. 그러나 지부대인은 좀 달랐다. 비록 무공은
모르지만 그에게는 관직이란 힘이 있었다.
아직까지 자신의 지위에 굴복하지 않는 평인을 본적이 없었다.
그것은 아무리 무인이라도 마찬가지다.
누가 황제의 녹을 먹는 관인을.
그것도 지부대인씩이나 되는 자신을 무시할 수 있으랴.
물론 그의 생각은 맞을 지도 모른다.
권왕 아눈이 아니었다면.
개봉부 지부대인 가상경이 아운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이놈! 나는 지부대인 가상경이다. 네 놈은 어서......"
"그게 자랑이냐?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지부대인이란 놈이나 극락원의
실태를 알면서도 함께 놀아나. 아니라고 할 셈이냐? 그 주제에
지부대인이랍시고 떠들어! 넌 좀 있다 제대로 다루어 주마, 그러니 잠시 입
다물고 기다려라."
아운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가상경의 아혈과 마혈을 접해 놓았다.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가상경의 혈을 점한 아운은 지부대인을 집어 던지고 복면인과 세 명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복면인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세 노인에게 시선으로 신호를 보낸 다음
경호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죽여라!"
경호 무사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금룡단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흑칠랑과 야한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금룡단원들이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경호 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가볍게 흥분을 한 상태였다.
약 이 개월 이십 일의 수련을 마치고 난 후, 처음으로 하는 실전이었다.
사실 그들 중엔 평생 동안 처음으로 실전을 가지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순한 대련은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싸울 일은 없었던
것이다.
실전이 시작되자, 그들은 그 동안 기문진과 아운에게 맞아가며 배운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 지 몇 번에 걸쳐 깨우쳐야 했다.
처음엔 조금 긴장했지만, 막상 진짜로 검을 대고 싸우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붙었다. 자신감이 붙은 금룡단원들에게 경호 무사들은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명수가 많은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금룡단원들은 용맹했고, 초식 하나를 펼쳐도 변화가 무쌍했다. 그리고
그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도 경호무사들보다 휠씬 앞서 있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ㅈㄷㄱ~~~~~~~~```````````````````
ㄳㄳ하무니다
ㅎㅎㅎ
잘봅니다^^
실전
즐독 감사합니다^^^
줄독
즐독
즐감
잘보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감사합니다
통쾌한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통쾌합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