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세시쯤.
잠결에도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태훈이가 방귀를 뀌었나? 쌌나?
그런데 아니었다.
다시 자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종국이 방 문을 열었다.
윽! 엄청난 변 냄새가 방에 가득했다.
불을 켜 보니 석천 삼촌은 2층 침대서 자고 있고,
재구 삼촌은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방에 이불마다 변덩어리가 정신없다.
방바닥에도 밟고 다닌 흔적이...
아이고 아부지...
종국이는 장폐쇠로 항문이 없다.
지적장애 1급이다.
옆구리에 인공 항문을 만들어서 비닐 봉투를 부착한다.
부모들이 감당 안되서 자오쉼터로 보냈다.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가르치고...
이젠 스스로 변 봉투를 바꾸고 샤워 할 정도까지 됐다.
그런데 변 봉투가 터져버린 흔적이 보인다.
일단 이불을 화장실로 가져가서 샤워기로 덩어리들을 씻어 냈다.
석천 삼촌에게 세탁기에 넣고 오라 했다.
종국이랑 재구삼촌 목욕하도록 했다.
따뜻한 물을 뿌려주며 비누칠을 해 준다.
그 새벽에 행복한 웃음이라니...
석천 삼촌이 도와 준다.
두 사람 목욕을 시킨다.
나는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닦는다.
아... 구역질이 난다.
장폐쇠라 소화가 덜 되서 옆구리로 밀려 나온다.
소화가 덜 된 덩어리들이 정신없는데 그걸 치우는 내게는 고통이었다.
치우다 보니 내 옷에도 오염이 됐다.
아... 하나님...
하나님을 부르는데 눈물이 줄줄...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부족한 종이 장애인 사역을 하는데
제가 지체1급 장애인이라는 것도 감당합니다.
그런데 어느 분은 변 냄새가 구수하다는데 저는 솔직히 죽겠습니다.
하나님, 이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게 해 주옵소서.
엄마가 젖먹이 아이의 변을 구수하게 느끼듯
저도 우리 장애인 삼촌들 변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를 하다가 엉엉 울었다.
그런데 마음이 참 평안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계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정리 되자 기도해 주고 자라고 했다.
나는 잠을 못자고 교도소 교화행사 사역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감사하다.
오늘 새벽에도 깼다.
새벽 세시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방안을 점검했다.
석천 삼촌방은 꿈나라다.
우리와 현우가 자고 있는 방을 점검한다.
불을 켜니 우리가 서서 방뇨를 하고 있다.
야!!!
이미 침대는 젖어있고 방바닥도 흥건하다.
지적장애1급에 자폐가 심한 우리는 17살이다.
침대 커버 벗겨서 세탁기에 넣고
옷이랑 이불도 세탁기에 넣게 했다.
현우가 큰 힘이 된다.
그렇게 일을 저질러 놓고도 나를 보니 좋다고 박수치며 소리를 지른다.
"워메~~ 디지건네~~~"
나도 모르게 고향 말이 터져나온다.
이불을 깔아주고 팬티만 입게 하고 자라고 했다.
불을 꺼주고 내 방에 와서 곰곰히 생각했다.
여기서 감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녀석들을 보며 내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몇초가 걸리지 않았다.
남자밖에 없는 우리 자오쉼터 가족들.
힘들어도 우리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이었다.
장애인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직원이
빨리 구해지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