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沙平驛)에서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1954년 ~ , 광주)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시집 「사평역에서」(창작과비평사, 1983년) 중에서 곽재구 시인님은 1954년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시집 「사평역에서」「정장포 아리랑」「한국의 여인들」「서울 세노야」「참 맑은 물살」「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와온 바다」 등이 있습니다. 산문집으로는 「곽재구의 포구기행」「곽재구의 신포구기행」「곽재구의 예술기행」「우리가 사랑한 1초들」「길귀신의 노래」「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등이, 시선집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등이,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낙타풀의 사랑」 등이 있습니다. 신동엽창작기금, 동서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곽재구 시인님의 시 '사평역에서'는 시인님의 데뷔작입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입니다. 시인님 28세 때네요. 시인님이 발갛게 지펴놓은 톱밥난롯가로 함께 갑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막차란 매번 왜 늦는 것일까요? 마지막 기차를 놓치면 큰일입니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들, 앞 정거장마다 그들을 조금씩 기다려주었을까요? 기차가 들어와야 할 선로 쪽으로 고개를 빼고 보아도 기차 머리는 보이지 않고 깜깜한 어둠뿐입니다. 대합실 유리창마다 수수꽃 같은 눈보라가 들러붙은 겨울밤이네요. 그 대합실에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추운 시간 속에서 고단하고 쓸쓸한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 거기에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라고 합니다. 발갛게 달아오른 톱밥난로가 시린 유리창마다 비치고 있네요. 저마다의 시린 가슴마다 지펴지고 있네요. 얼마나 다행인지요? 톱밥난로, 한번 보고 싶은 궁금한 난로인데,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따뜻한지요?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함께 막차를 기다리는 우리는 어쩐지 잘 아는 사이인 것만 같습니다. 타인이지만, 같은 막차를 기다리는 우리는 서로의 형편을 다 알고 지내는 친한 사이인 것만 같습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지요. 막차를 기다리는 사이니까요, 고단한 삶의 정거장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사이니까요. 이런 사이는 말하지 않아도 속내를 다 아는 가까운 이웃 같달까요? 하루의 노동에 지쳐 졸음 속으로 그믐달처럼 사그라드는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이 톱밥난롯가에서 온기를 쬐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는 일이었네요. 얼마나 따뜻한지요. 톱밥 한 줌에 사위어가던 불빛이 확 살아나며 그이의 얼굴이 환하게 붉어지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은 구절이네요.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청색의 손바닥'. 이 시에서 가장 아픈 시어네요. 추위에 차갑게 얼어버린 손일까요? 그렇게 언 손바닥을 톱밥난로 쪽으로 내밀어놓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다 알 수 있지 않은지요? 서로 고단한 시간이라는 것을요. 다만 침묵 속에서 저마다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마다 살아낸 하루, 나에게로 온 이런저런 상처들을 불빛에 말리고 있을 뿐입니다. 3.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막차를 타야 하는 사람들의 하루는 얼마나 길었던지요? 살아내기 위해 지난 하루 열두 번도 더 가면을 벗었다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가슴 가득 차오른 서러움은 그대로 눌러두어야 하겠지요? - 걱정 마세요, 어머니. 저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새로워진 우리는 정다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내색 못할 아픔을 따뜻한 가족의 보따리로 싸매고 갑니다. 그 보따리를 풀면 서러움이 왈칵 쏟아지겠네요.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 그래 지금은 모두들 /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아픈 사연이 있는 이라도 눈꽃 앞에서는 얼마나 환해지는지요. '싸륵싸륵' 쌓이는 눈꽃은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마저 덮어주네요. 목화솜이불처럼 쓰담쓰담 감싸주네요.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시는 동안만이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아픔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기다리던 막차를 탔을까요? 어두운 창밖으로는 설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다 덮여버리지 않던가요? 어떠한 '낯설음과 뼈아픔도' 말입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애면글면 삶을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의 슬픈 운명이네요. 시의 화자는 울고 있을까요? 눈물에 굴절된 차창의 불빛이 단풍잎 같았을까요? 우리는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어느 정거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다음 내릴 그곳은 부디 희망의 시간이기를, 부디 따뜻함의 시간이기를! 지금은 고단한 시간, 우리가 할 일은 이 세상의 톱밥난로에 한 줌의 톱밥을 던져주는 일, 이 생을 이루는 질료에 한 줌의 눈물 같은 사랑을 던져주는 일이겠습니다. -독서목욕에서 옮겨 옴- 사평역에서 / 김서연 시낭송<a href=" https://www.youtube.com/watch?v=DCRvYTlrBqs" target="_blank" class="ke-link"> https://www.youtube.com/watch?v=DCRvYTlrBqs</a> 무려 10도란다 곳곳 눈이 그대로 있건만 봄이 온 것처럼 따뜻 이대로 날씨 풀리길 원하면 욕심이겠지 늦게 잠들었는데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다 어젠 고달픈 일도 없었는데 잠을 설쳤다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내고 나니 5시가 좀 넘었다 운동하면서 몸을 깨우려다 피곤하다 다시 잠한숨 자고 일어나니 일곱시 집사람이 오늘 아침은 생략하고 오리탕 끓여 점심을 일찍 먹잔다 그도 괜찮은 생각 동물 모이를 주었다 병아리장은 물이 꽝꽝 얼었는데 어제 떠다 준 물은 살짝 얼었길래 깨주었다 4마리밖에 안되니 많이 마시지 않은 것같다 미강이 남았길래 싸래기만 주었다 닭장 닭들은 미강과 싸래기 다음주부턴 산란용 사료를 사다 먹여야겠다 설 쇠고 부화하려면 알을 모아야지 집사람은 오리탕 끓이느라 바쁘다 한봉지만 끓이려고 했는데 두봉지 다 끓여 아산형님네를 오시라 해서 같이 먹잔다 그도 좋겠다 토란대와 고사리 죽순등을 압력솥에 삶아 놓고 오리고기는 끓여서 물을 버린다 초벌물을 버려야 잡내가 덜 난단다 요리를 잘하니 내가 신경쓸 일 없지 난 또 잠한숨 할 일 없으면 잠을 잔다 들깨 갈아 넣고 거십도 많이 넣어 오리탕을 진하게 끓였다 맛을 보니 아주 맛있다 역시 집사람 솜씨가 최고 점심밥이 없어 난 밥을 지었다 아산형님에게 전화해 보니 오늘 점심 때 장성 나간다고 아이구 같이 식사하려고 준비했는데 안되겠다 집사람이 저녁에나 같이 하잔다 뭐 그럴 수 밖에 없겠다 나가면서 큰형님께 한그릇 가져다 드리면 괜찮겠다 전화드려보니 집에 계신단다 11시 되어 오리탕에 밥 한그릇 맛있어 한그릇 다 말아 먹었더니 배가 만땅 이젠 배 부르는게 싫다 예전엔 배 터지도록 먹었는데 군입을 하면서부터는 조금씩 자주 먹는다 나이드니까 자연적으로 밥이 적게 먹어지는 것같다 오리탕 한그릇 뜨고 냉동해 둔 토란과 조개를 챙겼다 곧 명절이니 차례지내시라고 제수대도 좀 드려야겠다 챙겨서 큰형님댁으로 들어가니 막 식사 하셨다고 이제 12시라 식사때 맞춘다고 왔었는데 장조카가 와서 일찍 점심 드셨단다 그래도 입맛 보시라며 집사람이 떠드린다 드셔보시더니 참 맛있게 잘 끓였다고 맛있는 음식 있으면 언제든 가져다드리고 싶은데 그도 멀다고 쉽지 않다 두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파크장에 가니 홀마다 눈을 다 치웠다 어제 남자회원들 20여명이 나와 눈밀대로 다 밀어 냈단다 아이구 참말 고생 많았다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 우리가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거겠지 치고 나가는데 고관절이 아프려 한다 이럼 볼치기 어려운데... 오늘은 티샷과 펏팅이 의외로 안정적 이글과 버디를 곧잘 잡아낸다 근 20일만에 치는 것같은데 비교적 괜찮다 평소 이렇게 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두바퀴째는 집사람은 지인들과 포섬 한다며 빠지고 난 아는 분들과 같이 안면 있는 여성분이 참 잘 친다 볼을 저렇게 쳐야하는데 난 언제나? 남걸씨는 티샷이 좋은데 펏팅이 의외로 안된다 펏팅 한걸 보니 예전 나처럼 채 끝을 돌려 버리는 것같다 그럼 바르게 굴러가던 볼이 홀컵에서 비켜가거나 빙돌아 나가 버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채가 일정한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두 바퀴째까지는 그런대로 세바퀴째엔 오비를 두 번이나 내 버렸다 역시나 아직도 오비 세바퀴를 돌고 나니 고관절이 아파 더 이상 못돌겠어 아웃 난 먼저 집으로 집에 가서 쉬는게 낫겠다 문사장에게 전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 전화하여 겨우 통화 내 차를 쓴다기에 가져다주겠다니 다른 차를 빌렸단다 아이구 난 상관 없으니 내 차를 쓰지 미안했나 보다 그럼 그렇게 하라고 전총무가 바둑 두자고 단톡에 올렸다 몇시에 나오냐니 3시 넘어 나오겠다고 시간되면 나가서 한 수 해야겠다 잠한숨 자고 나니 세시반 전총무가 나왔겠다 바둑휴게실에 가니 전총무가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곳이니 서로 깨끗하게 썼음 좋겠는데 커피 흘리고 담뱃재 떨어뜨리고... 그리 말해도 잘 고쳐지질 않는다 전총무와 한수 두점 바둑인데 대마를 몰아 놓고 마무리를 잘못해 투석 끝까지 수를 읽어 내질 못했다 김사범님과 장사장 호용동생 임사장도 왔다 서로 짝지어 편바둑 한판 난 다시 전총무랑 두었다 중앙에 뜬 곤마 두 개를 갈라 하나를 잡아 버리니 투석 이판은 가볍게 이겼다 남들은 이제야 중반전 다시 한판 두자고 이 판은 중앙 곤마를 몰다가 내가 역습당해 버렸다 작게 잡고 내 돌의 안정을 취해야하는데 전체를 잡으려다 놓쳐버리니 해볼데가 없다 반상 앞에선 무심이어야한다는데 항상 욕심이 과해 판을 그르친다 내가 계속 이겨오다 오늘은 1승 2패 바둑이 안정되지 못해 그러리라 집사람 전화 집에 왔단다 오늘 저녁에 아산형님네랑 같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어떠냐고 바둑 두고 있어 가기 어렵다니 그럼 생략하잔다 그러는게 좋겠다 승훈동생이 와서 임사장과 막걸리 한잔하러 가면서 같이 가자고 모두들 판이 끝나 행복식탁에 가서 김밥과 어묵에 막걸리 한잔 난 콜라로 대신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안마시면 술좌석에 앉아 있기 거북한데 그렇지 않냐고 뭐 꼭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안마셔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젊을 적에도 그랬어야하는데 젊을적엔 술을 마셔야 남들과 말을 나누었다 술마시지 않으면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사귀고 대화하기 위해 술을 즐겨 마셨던 것 같다 지금은 나이드니 굳이 사귀려 들지 않고 대화도 많이 나눌 필요가 없다 한잔씩 마셨으니 편바둑 한판 하잔다 난 임사장과 두었다 모처럼 승훈동생도 호용동생이랑 둔다 임사장과 중앙 싸움에서 이겨 대마를 잡아 버리니 투석 한때 임사장에게 다섯판을 연거푸 졌는데 3주전부터 이기기 시작해 지금까지 전승 묘하단다 그렇게 지다가 갑자기 잘 둘 수 있냐고 나도 모르겠다 남들은 이제 중반전 다시 한판 이판도 중앙에 뜬 돌을 살려 나가려다 갇혀 죽어버리니 백에게 집을 크게 주어 투석 중앙에 있는 돌을 살리지 말고 삭감해 갔더라면 백이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상수와 둘 땐 그런 판단이 잘 안된다 내가 지난번 오사범과 석점을 놓고 둘 때 지금 임사장이 나에게 두는 식으로 두어 져 버렸다 상수와 두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게 하수의 서러움일까? 어느새 8시가 다 되간다 오늘은 그만두자며 먼저 일어섰다 젊을 적엔 날새기로 바둑을 두었지만 이젠 오랫동안 둘 수가 없다 그랬던 힘이 언제 이렇게 사라졌을까? 날씨가 포근하다 그래도 우리집 마당은 아직 설국 이제 추위가 가셨으면 좋겠다 눈발이 살짝 뿌렸다 님이여! 부끄럼움을 모르는 용산 멧돼지가 언제나 체포되어 우리들의 불안을 해소해 줄까요? 오늘도 서로 주고받는 따뜻한 미소속에 행복 가득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