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이 멍하다.
새벽 6시 30분에 출발한다기에 도저히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토요일 밤을 샜다. 물론 참다 못해 3시쯤 잠들었지만...
눈을 뜨니 5시 15분...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교대앞으로 나갔다.
해수가 먼저 와 있었고, 출발 직전 은주가 왔다.
차에 오르자마자 해드뱅은 시작되었다.
1시간쯤 지났나?
차에서 내려 밥을 먹었다. 문령이네 집에서 준비한 밥과 뜨끈한 시락국을 먹었다. 잔디밭에 비밀을 깔고선 말이다.
다시 차에 올랐고,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금영, 수진, 정현이가 먼저 와 있었고, 조금 뒤 진숙이와 대구에서 현주가 왔다.
그래서 울 동창은 총 8명....
식이 1시라 우리는 좀 여유가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 갔다.
이렇게 많이 웃고 여유만만한 신부는 처음이었다.
분명 문령이 첫아기는 딸일거야.
신랑이 해군 대위라서 주례도 신랑 상사인 해군 제독이 했다.
신랑 아버지도 해군이라고 했다.
그래서 신랑도 주례도 신랑 아버님도 모두 표정과 걸음에서 절도를 느낄 수 있었다.
성혼문 낭독, 주례까지 10분이 걸렸다.
여기가 끝인가? 아니쥐 단지 1부에 불과하쥐.
2부의 시작이 심상치 않았다.
해군 생도들이 칼길(?)로 신랑 신부의 행진을 막는 게 아닌가?
물론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4개의 관문이 있었다.
만세 삼창을 외치라는 생도의 명령에
"실시! 만세! 만세! 만세!!!!!!!!"
신랑의 만세 소리는 우렁차다 못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
생도왈 "솔직히 신랑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당황스럽습니다!"
신랑의 체력을 체크한다나 뭐래나~
풋샵을 시켰다.
하나에 "오늘밤에"
둘에 "죽여 줄게"
더 웃긴 건 문령이를 신랑 등위에 앉게 하더군.
그리고선 "신부님! 복창하십시오."
하나에 "자기야"
둘에 "나도 좋아"
장내가 폭소로 가득했다.
그것뿐인가?
신랑이 해사 51기라구 51초간 키스를 시켰는데 둘 다 정말 훈련(?)이 잘 되어 있더군.
그리고 나선 신랑 입에 방울 토마토를 넣게 했다.
그 다음은 친구들도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신부는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십시오!"
그런데....
푸하하하하
글쎄 문령이가 먹어 버린 것이다. 토마토를...
장내는 다시 한 번 웃음 바다가 되어 버렸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문령이 커플은 '행운의 문'(해군 생도들이 하는 말로...)을 지날 수 있었다.
또 하나...
부케에 얼킨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짖궃은 금영이가 정현이더러 부케를 받으라고 했다. 애인이 없다고 우는 소릴 하는 정현이와 부케를 받아야 애인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금영이의 설전에 결국 은주가 부케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어쩌다 보니 은주가 부케를 갖고 오질 못했다.
떠나려고 하는데 옷을 갈아입은 5월의 신부 문령이가 한손에 부케를 들고선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는 게 아닌가?
웃음도 웃음이지만. 그렇게 똘똘하게 사람들을 챙기는 신부는 처음이었다.
꽃 말리기 귀찮은데 잘 됐다고 하던 은주의 표정은 다시 일그러지고, 그렇게 우린 서울로 향했다.
해수는 타고 왔던 문령이네 버스로 내려 가고, 현주는 기차 타고 대구로, 신랑측 버스를 타고 왔던 진숙이는 다시 그 버스를 타고 갔다.
그리고 금영이 차에 홍 도라이버, 수진, 정현, 은주 그리고 내가 탔다.
피곤했는지 은주는 꿈나라로 가버리고, 나머지 네명은 약간의 인타발을 두면서 서로를 밟고 갈구면서 갔다.
서울에 와서 수진이 집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은주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지하철역까지 와서 생각이 났단다.
"앗! 부케 금영이 차에 두고 왔다."
그래서 결국 정현이를 약올리던 금영이가 꽃을 말리게 됐다. 음화화화~
금영, 수진, 정현, 나, 내 친구, 내 후배 이렇게 여섯명이서 밥을 먹고, 다같이 놀려구 꼽표한테 전화까정 해뒀는데 7시가 좀 안 되어서 헤어졌다. 광주까지 소풍을 가야하기 때문에 일찍 가야한다는 정현이의 말에 '나는 힘없다! 얘들 뜻에 따라야 한다.'며 홍 도라이버가 한 술 더 뜨는 덕에 말이다.
친구야(홍 도라이버 외 두명)들아 !
느그들의 깊은 뜻은 알지만, 느그의 뜻에 기대부응하진 않았다는 사실...
예약해뒀던 비행기를 포기한 채, 후배 차를 타고 친구랑 후배랑 역삼동으로 옮겨 맥주를 마셨다.
10시 30분쯤 터미널에 갔더니 11시 40분 차밖에 없더군.
차를 타기 전에 핸드폰을 보니 8시 30분쯤 꼽표가 전화를 했더군.
"꼽표야! 미안하대이~ "
버스에 오르자마자 안전벨트를 하고 바로 코오 잤다.
부산에 도착하니 새벽 4시 10분... 택시 타고 집에 오니까 울집 개딸이 펄떡거리고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옷만 갈아 입고, 바로 시체처럼 쓰러져서 잤다.
눈을 뜨니 7시... 거울을 보니 거지같은 몰골에 화들짝 놀라 늦었지만, 샤워를 하고 학교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