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흑마 회 성 길과, 그 일이 있은 후 급속도로 학교는 조용했다.
신.. 그의 경고가 들어 먹힌 게 분명했다.
신은 수업이 따분한지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척이나 화려했다..
그래서 괜히 하늘만 쳐다보고.. 그리고… 영 인을.. 떠 올려 본다..
신은.. 그 하늘과.. 영 인의 모습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영 인의 웃음이 자꾸만 생각 나.. 오늘따라 하루가 벅찼다..
“신 철 균.. 콜라 이리 안 가져 와??”
매점에서 사온 콜라를 벌컥 혼자 마시고 있는 철 균을 보자 상 건은 성질이 났는지
마시고 있는 콜라를 확 뺏어 버리곤 자신이 전부 마셔 버렸다.
“씨 댕.. 다 쳐 먹었네…”
“하하.. 약 오르지??”
“됐다.. 씨 댕”
“남자새끼가 씨 댕 그게 뭐야?? 그냥 씨 팔로 하지 그래?? 쿡..”
“납 두시지!!”
“미친놈 열라 잘 삐진 단 말야… 하하..”
상 건과, 철 균은 가끔씩 유치한 재롱을 떨기도 한다-_-^
오늘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찾아 드는 유치한 재롱을 서로 피어본다..
교실로 들어가자.. 상 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왜..일까..
“예 상 건.. 왜?”
따라오지 않는 상 건은 이상하게 여긴 철 균이 뒤 돌아 물었다.
그는.. 누군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누구? 가 영??
“미친.. 또 가 영이 보냐?”
철 균이 상 건의 시선이 자리 잡는 곳을 봤다..
하지만.. 가 영이 아니었다..
가 영이 아닌.. 신.. 그 였다..
“뭐..야? 너 가 영 이에서 신으로 바꿨냐?”
“철.. 균아…”
“왜?”
“신이.. 저 새끼.. 눈 좀 봐봐..”
“눈? 왜? 어떤데?”
철 균은 이번에 신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은 이외라는 눈빛으로 다시 상 건을 본다..
“야.. 류..신 저 자식.. 무표정만 짓는 줄 알았는데…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나 봐”
신이 복학하고, 몇 일이 지나도록.. 무표정만 봤던 그들이다..
웃는 모습.. 아니면 다른 표정.. 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처음 봐.. 사람이 눈빛이 저렇게도 슬플 수 있다는 거.. 정말 처음 봐..”
상 건의 짧은 탄식이었다..
우울해 진다..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지만.. 그 표정으로 인해.. 우울해 진다..
“철 균아.. 신이는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글쎄다.. 신이 저 녀석도.. 저처럼.. 슬픈 사랑을 하고 있나?”
“나와 같은 슬픈 사랑?”
“너 가끔씩 술 쳐 먹고 하늘 쳐 다 볼 때와 매우 비슷하거든..”
“아니.. 아니야.. 나보다.. 더.. 더.. 슬퍼 보여…
그래서 우울해 진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에 그들은 자리로 돌아갔지만..
상 건은 왜 인지.. 신의 눈빛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생각이 났다..
궁금했다..
어째서 그런 눈빛으로 그렇게 멀뚱하게 있었냐고..
사실은 물어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의 대답에..
아니, 대답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 어~ 예 상 건~”
김 성길.. 그 였다..
신과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성 길은 자취를 감춰 버렸다..
아무래도 흑마 회 멤버와 정 현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랜만인 그를 보고 상 건이 기분 좋게 웃었다.
“예 상 건.. 나 지금 옥상 가는데 같이 갈래?”
“후.. 그래..”
옥상으로 마주 한 그들은 담배 연기를 하늘 높이 내 뿜었다..
“김 성 길.. 어디 갔었냐?”
“집에 있었다..”
“왜?”
“알면서 왜 묻냐?”
“큭.. 그러니깐 내가 덤비지 말라고 해자나…”
“그렇게 무서운 놈인지 몰랐다.. 어디서 뭐 하던 놈 이었을까? 궁금하지 않냐?”
“궁금하지.. 왜 안 궁금하겠냐..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뭐..”
“혹시 존 나 무서운 폭력조직 보스 아니었을까? 하하..”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정 현이가 두렵다..”
“하 정 현?”
“그래.. 정 현이…”
“왜?? 네 여자 친구인데 뭐가 두려워?”
“여자 친구라서 더 두려워..”
“왜?”
“정 현인 언제나 내가 최고이길 바라니깐..
네가 흑마 회 탈퇴하고, 대가리 자리 나한테 넘겨 줬을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정 현이었으니깐.. 그걸.. 자랑스러워 해..그 앤..”
“…그랬구나..”
“그렇게 신이 녀석한테 져 버리고.. 그 녀석 간 뒤로.. 나도 도망치 듯.. 빠져 나왔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젠 장.. 정 현이한테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
실망한 거겠지.. 정 현이.. 어쩌면 신이 녀석한테 갈지도 몰라…”
“설마..”
“아니야.. 정 현이.. 하 정 현.. 그 애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런 애를 왜 좋아하냐..? 사랑을 명예로 아는 그런 애… 뭐가 좋다고..”
“그 애니깐..”
“뭐?”
“하 정 현.. 그 애니깐.. 그 애라서 좋아하는 거야..”
“후.. 김 성 길.. 나도 송 가 영한테 미쳤지만.. 너도 하 정 현한테 미쳤구나..”
“쿡… 그럴 지도..”
성 길은 깊은 한 숨을 쉬고는 하늘을 멀게 바라본다..
상 건도.. 그 모습을 보곤.. 이내 마음이 다시 씁쓸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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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끝났다..”
가 영이 높게 두 손을 치켜 세운다..
벌써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 간다.. 이제야 학원 수업이 모두 끝난 것이다..
가 영은 피곤한지 자신의 어깨를 조금씩 두들겨 본다..
“피곤하냐?”
“응.. 신이 넌 피곤하지 않아?”
“뭐.. 별로..”
“얼른 집에 가야겠다..오늘 기사 아저씨는 안 온다며? 우리 차 타고 갈래? 바래다 줄게”
“아니다.. 괜찮아..”
“그래도.. “
“됐다.. 너 얼른 가라..”
“그래? 후..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가 영은 먼저 학원에서 나갔다..
신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렇게 학원에서 빠져 나올 때 즘이었다.
누군가 신을 불렀다..
“류.. 신”
그가 뒤를 돌아 보았을 땐.. 조금은 낯 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웬 지 얼굴에 뻔뻔함과 도도함이 넘쳐 보이는 사람..
그러면서도..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
“나를 왜 불렀지”
“나 알지?”
“글세…”
“알면서.. 웃기네..”
“여기까지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이런 밤중에”
“시간 내 줄 수 있어?”
“..”
“아니.. 없어도 내 줘야 돼.. 내가 내 달라고 한 거니깐.. 따라와”
온통 검정 색으로 물들여 있는 것만 같은 사람..
하 정 현..
허리까지 내려 오는 검정 색 흑발.. 긴 생 머리..
그리고 검정 색 치마 정장.. 검정 색 스타킹.. 그리고.. 검정 핸드백..
하지만..
검 붉은 빨간 립스틱..
그녀는 유혹이다..
그녀는… 단 하나의 새빨간 장미만큼 지독하면서도 가시로 온통 쌓여 있는 것만 같은
붉은 유혹..
그녀가 멈 춘 것은 모텔 앞이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지?”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여자를 갖고 싶어 하자나.. 사랑하지 않아도 말야.. 여자를 원하곤 하지..
넌 어때?”
신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역시나 같은 무표정으로 묻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래.. 돌려서 말 안 할게.. 너도 남자니깐.. 내가 너한테 날 주겠어..
대신.. “
“대신?”
“내 남자가 되어줘..”
[내 남자가 되어줘..]
신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분명.. 흑마 회.. 제 일 짱.. 김 성 길.. 그의 단 하나뿐인 여자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그에게 묻고 있다..
내 남자가 되어 달라고..
신은 다시.. 부드럽게 여유를 찾는다..
“착각하지마.. 하 정 현..”
그녀가 살짝 뒤를 돌아 신을 쳐다본다..
알고 있다..
그녀가.. 너무나도 매혹적인 여자라는 것을..
가 영.. 그녀가 노란 장미라면…
정 현.. 그녀는 눈부시도록 화려하고.. 지독히도 독해 보이는 검 붉은 장미였다..
그녀의 긴 속 눈썹이 살짝 감긴다..
“세상 남자와 내가 모두 같은 남자라는 걸.. 말이지..”
“무슨 말이야?”
“네가 지금까지 어떤 남자들을 만나 이러는 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까지 그런 속물들과는 비교하지마.. 기분 나빠”
“하.. 그래?”
“너 이러는 거 무척 더러워 보여”
“뭐?”
“난 말 돌려서 못한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는 거다..
남자를 갖기 위해서 그 남자에게 몸을 주는 너.. 더러워 보인다고..
성 길한테도 그랬나?”
“너..!! 류 신.. 너!!”
정 현의 날카로운 손이 신에 얼굴에 닦았다..
이빨을 꼭 물고 있는 채.. 신을 노려본다..
“성 길을 사랑하나 보군”
“헛소리 하지마..”
“후.. 사람 잘못 짚었어.. 내 남자가 되어 줄 다른 남자 찾아봐”
신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옷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다시 빠르게 들려 오는 여자 구두 소리..
“류 신.. 잠깐만”
정 현의 손이 신의 팔로 감싸진다..
“아직 할 말이 있나 보군.. 뭐지?”
“내 말 진심이야.. 내 남자가 되어줘.. 내가 더러워 보이면..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 게.. 부탁해..”
“상관없어.. 내가 그러건.. 그러지 않건.. “
“너..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응..”
“왜? 이제까지 어떤 남자고 나를 싫다고 한 사람이 없었어..”
“그래? 이런.. 정말 유감이군..
그런데 어쩌지? 이제 너를 싫다고 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아쉽군.. 그래”
신은 정 현의 손에서 벗어나 유유히 걸어갔다..
정 현.. 그녀는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처음엔..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그를 찾았던 것이다..
그라면.. 자신을 도와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라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그는 달랐다..
언제든지 자신의 몸을 주면.. ok였던 남자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남자였다..
처음으로.. 가슴이 떨린다..
남자의 의해..
누군가의 의해.. 가슴이 설레 였다..
어쩌면 너무 무모한 시작인지도 몰랐다..
무모한.. 시작..
“류.. 신.. 이를 어쩌지? 나 같은 더러운 계집애가 이번엔 진심인 거 같은데?
더 더욱 큰일인건 말야..나는 성질이 뭣 같아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성미거든? 후후”
[7화]
신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옷을 갑아 입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버렸다.
똑똑
“신이 약 먹어라..”
“됐어요.. 피곤해요..”
“알았다..”
장 여사는 다시 가는 것 같다..
이제 몇 일이 지나면.. 진 우.. 그가 돌아온다..
보고싶었다..
그가 또.. 어서 말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너의 운명을 찾으라고..
그 소리를.. 진 우 그에게서.. 다시 들으면 웬 지.. 힘이 날 것만 같았다..
“영.. 인아..”
오늘.. 하루종일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
온 종일.. 불러보고 싶었던.. 그리운 이름..
이제야 조용히 불러본다..
“보고싶다..”
신은 목에 차여 있는 목걸이를 살며시 잡아 당겼다..
영 인.. 그녀만.. 미리 준비 해주고 간.. 마지막 작별 이별 선물..
그녀의 목에 늘 지녀왔던 작은 천사 모양의 큐 비기 달려 있는 목걸이..
그 작은 천사가.. 꼭 영 인 같아서.. 언제나 신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신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침대에서 일어 난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무슨 이미 였을까..
신은 다시 침대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아 본다..
어서 내일이 오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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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이렇게 조깅하는 거 좋지?”
“네.. 아버지..”
“신이 너랑 이렇게 운동하니깐 아버지가 참 좋구나.. 하하..”
“저.. 아버지.. “
“그래..”
“오늘 찾아 뵙고 드릴 말이 있습니다..”
“나한테?”
“네… 학교 끝나고 회사로 가겠습니다.”
“이런.. 우리 신이가 할 말이 있다니.. 긴장이 되는구나.. “
“…”
“그래.. 알았다.. 조금 있다 보자 꾸나..”
“네..”
교복을 입고 나서는 그를 향해 장 여사가 물었다.
“학원 열심히 다니고 있는 구나.. 선생님들이 다들 널 칭찬하더라..”
“다행이군요”
“여보.. 오늘은 신이 나를 찾아 올 거야..”
장 여사의 시선이 신에게서 류 회장으로 옮겨 졌다..
다소 의외라는 눈빛..
“왜요?”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온다는 게 왜 긴”
“그럼 학원은 어쩌구요?”
“오늘 하루 즘은 괜찮아.. 안 그러니 신아?”
“네.. 저 이만 학교 가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너라..”
신은 집에서 나와 차고 앞에 서 있는 차에 올라탔다..
오늘도 변함없이 박 기사가 신을 향해 활짝 웃어 준다..
그 미소에 더 없이 힘이 난다..
“아저씨.. 어제 일은 잘 보셨어요?”
“그럼.. 신이 덕분에 부산 잘 갔다 왔지.. 어제 집은 잘 왔니?”
“네… 아저씨..”
“응?”
“오늘부턴 저 데리러 오지 마세요”
“응??”
“저 이제 나쁜 짓 안 해요.. 그러니깐 아저씨는 그냥 일 보세요..”
“아니다.. 나는 널.. 꼭 데려다 주고 오고 할 거다..”
“아저씨.. 전 괜찮아요”
“아니다.. 내가 괜찮지가 않아..
다른 기사 붙여 준다는 걸 내가 사모님한테 부탁해 하는 거야..
신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불편한 거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아저씨가 그냥 하게 해주렴..”
“….네…”
어제나 박 기사 앞에서 만은 온순해 진다..
사나운 그가.. 차가운 그가..
그 앞에선 한 없이 온순해 진다.. 이유는 없다.. 단지 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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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뭐야?”
성 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정 현은 그의 눈빛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이유 없어.. 사람이 헤어지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알고 싶어..”
“후.. 김 성 길.. 이거 왜 이래? 대가리면 대가리 답 게 놀아”
“나 너 사랑해.. 알자나..”
“나 사랑하니?”
“당연한 거 아니야? 난 너 밖에 없어.. 이러지마.. 정 현아..”
“나 밖에 없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절실히 필요 한 거 아니야? 김 성 길?
좀 더 솔직해 지지 그래?”
“그 딴 소리 하지마..!! 내가 좋으니깐.. 너니깐…”
“후.. 난 네가 싫어..”
“왜? 류 신.. 그 자식 때문이야?”
정 현은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짧게 비웃고 있을 뿐이다.. 성 길이 주먹을 꼭.. 진다..
“대답해!! 류 신.. 그 자식 때문이냐고 물었어!!”
“듣고 싶어?”
“그래 듣고 싶어! 그러니깐 대답해”
“응.. 맞아.. 류 신.. 그 애 때문이야? 이제 됐지? 헤어질 만한 이유?”
“제기랄..”
“어머.. 수업 끝나는 종이 치네? 나 이만 갈게..”
쾅..
정 현은 성 길.. 그를 아랑곳 하지 않고 종소리가 나자 바로 옥상에서 내려가 버렸다..
자존심.. 그의 자존심에 아주 큰 금이 가버렸다..
우 당 탕탕!!
성 길.. 그는 아주 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교실로 들어 가 누군가를 찾는다..
찾았다..!
그리고.. 재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탕..
“까~악”
성 길의 분노에 찬 주먹에 아무런 방어 자세를 취하지 못한 신이 책상들과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어 졌다.
“김 성 길! 뭐 하는 짓이야!”
놀란 상 건이 뛰어 들어 성 길을 붙잡았다.
틀리다.. 성 길의 눈빛이..
잔인하게 변해져 있었다.
“예 상 건! 이거 놔”
“개새끼야.. 신이 건들 지 말라고 해자나.. 뭐 하는 거야!”
“일어 나.. 류 신! 죽여버리겠어..! 일어 나!”
신은 곧바로 일어 났다..
그의 무표정의 표정이 너무나도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성 길..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김 성길..”
칡 흑 같은 냉소한 목소리였다..
성 길은 잠시 움찔했다..
“옥상으로 따라와”
신.. 그가 먼저 앞서 나갔다..
그리고 그의 반응에 놀란 상 건과 철 균이 따라갔고,
가 영도 따라 나섰다.
“넌 그냥 교실에 있어”
“싫어.. 상 건아.. 나도 신이 친구야.. 나도 갈 거야”
어느 세 소식을 전해 들은 흑마 회 멤버들도 옥상으로 급하게 올라왔다.
옥상은.. 성 길.. 그리고 신이 있다는 것 만으로 무척 냉랭했다.
정 현.. 그녀도 왔다..
여유롭게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성 길을 비웃고 있었다..
어차피.. 넌 질 거라는 뻔한 비웃음..
성 길은 이를 악 물었다.
그런 냉랭함의 연속을 신이 더욱 매섭게 만들었다.
“겁 대가리를 상실했군..”
“후.. 전혀..”
“예 상 건.. 문 잠 가...”
“…신..신아..”
“잠 가”
신의 냉혈 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상 건이 옥상 문을 잠갔다.
신은 차분하게 윗도리를 벗었고, 그리고 와이셔츠의 단추도 두 세 풀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싸움에 끼어 드는 새끼는 죽여 버린다.
김 성 길이 어떻게 되든 간에 끼어 들지마.. 분명히 말했다. 죽여 버린다”
너무나도 섬 뜻한 말이었다..
그곳에 있었던 모든 이의 몸을 덜덜 떨리게 할 만큼.. 잔인할 정도로 섬 뜻했다..
처음 보는 낯설은 그의 살기 어린 눈빛이었다..
그래.. 차라리, 그의 무표정이 나았다..
아무 표정 없는 그 눈동자가 차라리 나았다.. 지금은.. 저 독기 어린 눈빛에 질식되어
숨이 막힐 정도로 두려웠다.
뭔가.. 심각한 실수를 지른 것이다.. 성 길.. 그는..
“개 새끼! 폼 잡지마!!”
성 길의 주먹이 신의 얼굴에 가까이 왔을 때쯤..
신의 팔이 일격을 가했다.. 성 길의 오른 팔을 꺾어 내렸고, 잠시 우두둑 소리를 냈다.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그는.. 꼭 살아 있는 표범 같았다.. 아주 잔인한 흑 표범..
“으…”
성 길의 신음 소리가 이어졌다.. 팔이 부러졌을 것이라..
하지만 신은 멈추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아 버린 것이라..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도 예측 할 수 없었다.
그는 또 다시 팔을 들어 올려 성 길의 머리를 강타했다.. 수 없이 강타했고
성 길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잔인하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상 건을 뛰어 와 신을 잡았다.
“죽여 버린다고 경고했다.. 예 상 건.. 죽고 싶지 않으면 놔”
전혀 높게 올라가 있지 않은 저음..
무섭다..
상 건.. 그가 겁에 질릴 만큼.. 무서웠다..
가 영은.. 눈을 감았고, 정 현.. 역시 당황한 듯.. 덜덜 떨었다.
차라리.. 그가 잠시 미쳤다고 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상 건은 다시 정신을 차렸고, 외쳤다..
“철 균아 이리와! 신이 잡아! 이러다 김 성 길 죽어!! 얼른!!!”
상 건의 외침에 모두들 그렇게 느꼈는지 뛰어왔다..
그리고 신을 잡았고, 상 건은 두려움을 가득 안고 신을 안았다.
“신아.. 정신차려.. 류 신.. 이러지 말자.. 성 길이가 잘못한 거 아는데..
그만하자.. 이러다가 성 길이 정말 죽어..”
잔뜩 힘이 들어 간 신의 몸이.. 상 건의 외침에 겨우 조금씩 풀렸다.
이제야.. 독기의 눈빛이 무표정으로 조금씩 바뀌어져 간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서 인덕.. 김 성 길 데리고 병원 가라”
“..으..응.. 알..알..았다..”
인 덕은 쓰러져 있는 성 길을 몇 명과 더 부축해 옥상에서 빠져 나갔다..
신은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교복을 입었다.
가 영이 달려 왔다..
“신아.. 류 신.. 너…”
가 영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쉴 세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싸우지마.. 신아.. 그냥.. 우리랑 있을 때같이 아무런 표정 짓고 있지 않아도
이해하니깐.. 상 건이랑.. 철 균이랑.. 나.. 모두 이해하니깐.. 싸우지마..
나.. 너 그러는 거 너무 싫어.. 흑…흑”
신은 울고 있는 가 영을 보며 상 건에게 눈짓을 줬다..
그리고 말 없이 가 영을 스쳐 지나갔다..
아직 뭔가에 홀린 듯 몸을 감싸고 있는 정 현이 보였다..
“하 정 현.. 다음부터 날 더 화나게 하면 너도 봐주지 않는다.
김 성 길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헛 짓 그만해
그리고..”
…
“나한텐 여자는 단 하나밖에 없다.”
모두.. 그의 마지막 말에 놀랐다..
정 현.. 역시..
그가 나가자 정 현은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정 현아.. 괜찮아? 응?”
그녀의 친구 예 란 이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정 현은 아직도 떨고 있었다..
“예 란 아..”
“응..”
“…서 워…..”
“응??”
“나 무서워.. 남자가 이렇게 무서운 거.. 처음 알았어.. 무서워.. 너무 무서워..”
“후.. 그래.. 잔인할 정도로 무섭더라..”
“그런데 어떡해..”
“뭐가?”
“나.. 더 그 애가 갖고 싶어 졌어.. 무서운 데도.. 그 애가 갖고 싶어…”
/나한테 여자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의 마지막 그 말이 모두의 머리 속에서 떠나가지를 못했다..
단 하나밖에 없는 그의 여자..
그렇기에 여자인.. 하 정 현.. 그녀 역시..
여자로 보이지 않는 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 그의 말..
단호하고, 냉정하다..
그것이.. 류 신.. 그이다..
강한.. 표범..
잔인한.. 흑 표범..
[8화]
“그게 무슨 소리냐..?”
류 회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말도 안된 다는 눈빛으로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신은 언제나 같은 무표정 그대로 였다.
“나가서 살겠습니다..”
“신아… 그건”
“저 이제.. 두 번 다시는 조직에 들어 가지 않습니다. 약속합니다.
하지만 집 안에 있으면 숨통이 막힙니다.
절대로 아버지 실망 시키는 일 만들지 않겠습니다.”
“흠…”
“허락해 주십시오..”
“신아.. 그래도 집이 낮지 않겠니? 어머니도 있고.. 이제 곧 네 형도 올 텐데”
“아버지.. 전 이미 결심했습니다..”
“흠..”
류 회장은 신의 단호함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류 회장은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의 물음에 대답해 줄 답변을 찾는 듯 했다..
“아버지와 약속 할 수 있겠니?”
“네.. 무엇이든지요”
“절대로 조직들과 가까이 하지 말아라..”
“네..”
“네가 만약에 어길 시에는 아버진 널 약혼자를 만들어 주어 미국으로 유학 보내겠다..”
“….!!….”
이번에는 신에게서 답변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도 약간의 당황하는 빛이 감돌았다..
유학..
그것도 약혼자와 함께 하는 유학..
“네.. 알겠습니다..”
신의 대답을 들은 류 회장은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한 비서.. 30평 되는 아파트 하나 알아봐”
“네?”
“막내 아들이 쓸 집이니깐 좋은 곳을 알아봐”
“아..네.. 언제까지 알아봐 드릴까요?”
“음.. 신아 언제가 좋겠니?”
“빠르면 좋습니다..”
“오늘까지 당장 알아봐서 보고하고, 만약에 한 비서가 가봐서 적당히 좋은 곳이면
계약해.. 내일 모래정도는 이사 하게 금..”
“가구는..?”
“알아서 고급으로 맞혀”
“알겠습니다..”
“아 차.. 한 비서.. 식사 해 줄 아주머니도 알아보도록 해..”
“네.. 회장님”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밥은 저 혼자”
“안 된다.. 넌 공부에만 전념해야 돼.. 올해가 너한테 가장 중요한 시기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된다.. 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라..
아버지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
“네.. 아버지..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 거라”
“제가 나와서 살면 어머니 집에 오시는 거 자주 못 오게 해주십시오..”
“하하.. 어머니가 잔 소리가 심하긴 심하지?”
“….”
“그래.. 알았다.. 내가 얘기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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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하루가 지났고, 신은 무사히 아파트로 이사를 올 수가 있었다.
장 여사의 반대가 무척 심했지만 류 회장 덕분에 신은 무사히 따로 나올 수가 있었다.
신은 거실 쇼 파에 기대어 앉았다..
처음으로 느긋함을 느껴 본다.. 이런.. 느긋함을 도대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것인지..
근 3년 만인 것 같았다.
조용히 집 안을 훑어 본다..
혼자 있는 아파트 치고는 무척 큰 평수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곧 죽어도 이곳으로 가야 한다는 류 회장과, 장 여사의 단호함 때문에..
그래도.. 이젠 자유다..
신 은 좀 전에 사온 액자를 꺼내 그곳에 영 인의 작은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 협탁에 올려 나 본다..
언제나 사진 속의 영 인은 웃고 있는데.. 이렇게 활짝 웃고 있는데..
정작, 신.. 자신은 늘.. 아무런 표정이 없다..
웃을 수가 없다..
편하게 웃을 수가 없다..
그저.. 이제 모두 잊어 보자고 혼자서 편하게 웃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영 인의 눈물에..
그 모습이 그대로 신의 기억 속에 각인 되어 남겨져 있으니깐..
그 아픔이 그대로 신의 가슴 속에 묻혀 오랫동안 괴롭혔으니깐..
신은.. 웃을 수가 없었다..
혼자서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긴.. 4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는 어쩌면 아직도 아픔 속에서, 눈물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작은 몸으로.. 이 세상 견디기 어려워 바보같이 두려워 하고 있을 넌지도..
“나 이렇게 따로 나와서 살아….. 이제.. 이제….후……….”
신은 말을 잇지 않았다..
다만 그의 하지 못했던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 말은..
이제 너만 와준다면.. 언제든지 네 옆에 있을 수 있고,
언제든지 너와 함께 해 줄 수 있다고…
그러니깐.. 어서 나타나라고…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나라고..
서 영 인..
널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난 말야..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 기억 속에서 조금씩 내 자신이
희미해 질 까봐 두려워… 영원히 기억되고 싶거든…]
[신이 넌.. 만약에라도 내가 안 보이게 되면.. 나 잊으면 안 돼..
알겠지?? 잊으면 안 돼.. 신아…]
두려워 하지 마..
내가 너 잊지 않고 살았으니깐..
내가 너 영원히 기억하고 살고 있으니깐….
[9화]
상 건은 철 균과 함께 GF로 들어 왔다.
평소 그들이 앉는 룸처럼 되어 있는 작은 테이블로 들어 갔다.
그 테이블은 세 네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상 건아 소주 주랴?”
“네.. 아저씨..”
“그래.. 알았다”
“아저씨! 한 명 더 올 거에요.. 컵 하나 더 줘요”
“그래”
몇 년째 단골이라서 사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였다.
사장은 늘 상 건이 마시는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왔다.
“카~ 술 보니깐 살 맛 난다.. 하하”
“미친.. 작작 좀 마셔 대라..”
“야.. 어뜩하냐.. 술이 좋은 걸..”
“신 철 균! 너 그러다 알코올중독자 돼.. 푸”
“씨 댕.. 아예 악담을 해라.. 악담을!”
“요즘 흑마 회 애새끼들 귀가 팍 죽었더라.. 아무래도 성 길이 새끼 일이 충격 적이었나 봐”
“그렇겠지.. 지네 짱 이 그렇게 병신같이 무너 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들이 신이한테 덤빌 자신도 없으니깐.. 더 우울하겠지..”
“그렇지.. 하여튼.. 그땐.. 정말 무서웠다.. 그 치?”
“응.. 나도 무서웠다.. 싸움 많이 해봤어도 나 참.. 단 번에 그렇게 팔 부러뜨리는 건..
정말 처음이야..”
“도대체 뭐 했던 녀석이었을까?? 복학 한 것도 이상하고.. 아무튼 신비 그 자체야..”
“쿡..”
한참을 신과, 흑마 회 얘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쯤..
깔끔한 구제 스타일에 살짝 핀으로 머리를 묶은 가 영이 들어 오고 있었다.
상 건은 가 영을 보자 활짝 웃는다..
“어서 와”
“야.. 나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아~”
“왜?”
“집에 갔는데 엄마가 있는 거야.. 얼마나 놀래.. 도서관 가서 자료 좀 찾는다고
하고 나왔어.. 무섭다.. 정말.. 윽..”
“하하..”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가 영이 귀엽다는 듯 상 건과 철 균이 웃었다.
세 명은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다섯 병의 술이 빈병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마셨어도 누구도 취한 사람은 없었다.
“야.. 우리 신이도 부를까??”
“신이???”
철 균의 느닷없는 말에 가 영이 놀라 물었다.
“응.. 부르자~”
“신이가 과연 나올까??”
상 건은 궁금하다는 듯 가 영을 쳐다본다.
상 건 생각으로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가 영아 전화 해봐..”
그래도 자신들 보다는 가 영이 조금은 가깝다고 생각했다.
가 영은 핸드폰을 들고 나갔다.
“괜히 긴장 되지 않냐??”
철 균은 긴장이라도 되는 듯 몸을 살짝 움츠려 본다.
그 모습이 약간은 귀여워 보였다..-_-^
상 건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기를 몇 분을 가 영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시 들어 왔다.
“온데~”
“정~말??”
철 균과 상 건의 눈이 커져 물었다..
가 영이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응~ 이제 신이 혼자 살자나 그래서 올 수 있나 봐”
“아~”
철 균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한 병쯤 비어 내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면서.. 검정 기지바지와, 니트 티를 입고 오는 이가 있었다.
상 건은 그를 보자 가볍게 한 손을 올려 이쪽이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일찍 왔네?”
가 영이 신을 보자 미소를 짓는다.
“철 균아 술 좀 더 시켜라..”
“많이 마셨군..”
“하하.. 우리가 원래 많이 마셔..^-^”
“예 상 건.. 취했어? 많이 웃는 군..”
“좀 취기가 돈다..”
“그만 마셔라..”
“후.. 안 돼.. 너랑 마셔야지..”
“됐다.. 난 혼자 마셔도 된다.”
신은 자신의 잔에 술을 부어 가볍게 입안으로 털어 놓았다.
술이 몇 병 더 왔고,
신은 혼자 부으며 술 한 병을 비어 내고 있었다.
세 명은 그런 신의 모습을 지켜본다..
신은 말이 없다..
다만 잔이 비일 때마다 술을 따랐고, 그리고 바로 비어 냈다..
그런 신의 모습 속에서 그들은 아무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에게 궁금한 일들.. 알고 싶은 일들..
모두.. 모두 꺼내 놓을 수가 없었다..
상 건은.. 이유없이 가슴이 아프다..
이유없이..
단지, 이유를 찾는다면..
자신의 사랑의 아픔이.. 더욱 고여와.. 신도 아파보인다는 것..
그것 뿐..
그래.. 정말 그것 뿐이다..
상 건은 신을 본다..
그의 눈을 본다..
초점 없는 듯한.. 눈동자..
하지만..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구원을 원하는 눈동자..
그러면서도..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눈동자..
“젠 장..”
상 건은 물어 볼 수 없는 답답함에 술 한잔을 다시 마신다..
그리고..
그리고..
겨우 참았던.. 말이 입 밖으로 터지고야 만다.
“젠 장.. 류 신.. 네 놈의 눈동자는 왜 그렇게 슬픈 거냐?”
그의 뜻밖의 말에 가 영과, 철 균은 당황한다..
그러면서도 신의 대답이 궁금했다..
하지만..
신은 쿡 하니 웃어 버린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너 같은 차가운 놈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하는 거야??”
마찬가지다.. 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 정 현한테 했던 말.. 너한테 여자는 단 하나라는 것.. 그 사람 누구야?
우리가 알면 좀 안 돼?
네 놈 가슴엔 우리 같은 놈들이 들어 갈 만한 자리는 없냐?
전혀 없냐?”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의 대답이다..
그의 냉정함에 모두 시무룩해 진다..
“후.. 과연 너 다운 대답이군..
그래도 나는 류 신.. 네 놈 친구이고 싶다..”
신은 술을 입에 털어 논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 났다.
“신 철 균.. 예 상 건 집에 데려다 주고 가라.. 취했다.
간다..”
신은 더 이상 말 없이 GF에서 나갔다.
하지만 가 영이 따라 나왔고, 신 옆에 아무런 말 없이 걷는다..
가 영은 신의 팔을 붙잡고 빌딩 안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털썩 주저 않는다.
“잠깐만 앉았다 가자..”
신은 가 영 옆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길게 내뿜어 본다.
“사랑하는 사람 있지?”
“…”
“척 보면 알아.. 왜.. 그 사람이랑 잘 안 돼? 아니면 그 사람이 네 마음 몰라줘..?
그것도 아니면.. 사귀다 헤어졌어??”
“…”
“음.. 자꾸 대답 안 하면 내 마음대로 생각 한다~”
“…”
“헤어졌구나?? 네가 마음 아프게 했지?? 그래서 지금 후회하는 거지??”
신은 가 영을 쳐 다 본다.
그리곤 다시 담배를 핀다..
“없다…”
“응??”
“찾을 수가 없다…”
“무슨 말이야?”
“숨바꼭질을 하는데.. 내가 지금 술래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은 다 찾았는데..
못 찾았어.. 단 한 사람만..
아예 꽁꽁 숨어 버려서.. 못 찾겠다…”
“… 그렇구나.. 그 사람 없어졌구나.. 얼마나 됐는데?”
“4년…”
“정말? 그렇게나 많이??”
“….”
가 영은 이제 그의 무표정을 알겠다..
그렇게 짓고 있는 그의 허망한 가슴을.. 이제는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는지..
[10화]
상 건은 하루 종일 책상에 누워 잠만 잤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해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일어 날 생각을 안 한다.
신은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살짝 웃어 본다.
“애..구.. 예 상 건.. 내가 조금만 마시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결국은..”
“술 못 마시나 보지?”
“응.. 못 마시면서도 끝까지 다 마시려고 해.. 아주.. 웃겨..
그러고 다음 날 속 아파서 죽으려 한다니까”
가 영은 상 건이 얄밉다는 듯 입을 삐죽 내민다.
드디어 그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담임 선생님이 나타났고, 종례를 마쳤다.
네 명은 함께 교문에서 나왔다..
교문을 막 나왔을 때 즘 누군가 신을 불렀다.
“신아! 류 신!!”
신은 뒤 돌아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도 같이 돌아 본다.
신을 부른 사람은 훤칠한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에, 크고, 매우 깊은 눈..
조각 같은 콧날.. 진한 눈썹..
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매우 잘 생긴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았다.
“저거 제일 고 교복 아니야?”
상 건이 말했다.
그러고 신을 바라봤을 때.. 상 건을 놀라 당황했다.
신이 웃지는 않지만.. 상당히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신이 전학 온 뒤로 처음으로 보는 표정이었다..
상 건.. 못 지 않게 가 영, 철 균도 당황했다.
“.. 봤어?? 천하의 류 신이.. 저런 생소한 표정을 짓다니.. 놀라워...”
누구길래..!
“장 응 진!”
신은 그를 꼭 안았다.
응 진.. 그도 신을 꼭 안았다..
“나쁜 새끼! 류 신! 너 진짜 나쁜 새끼야! 알아?”
“그래..보고싶었다..”
“그 따위로 연락도 안 하고..!! 왔으면 형님한테 왔다고 신고를 하던가.. 엉?
내가 소문으로 듣고 너한테 와야 돼 냐? 이 싸 가지 없는 놈아!!”
“쿡.. 여전하군.. 집 여기서 가깝다.. 같이 가자..”
“집?”
“나.. 나와서 산다.”
“그래? 이런.. 딱 인데~”
신과, 잘 나 보이는 사내가 말 없이 사라졌고,
세 사람은 그들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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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주랴?”
“오냐”
응 진은 집안을 훑어 본다..
여전히 말 그래도 부자집 막내 아들이었다..
변한 건 없는 듯 하다..
다만 여전히 신은 여전히 그리워 보인다..
“마셔라”
“어디 있었냐?”
“1년간 조용히 살았다.. 극성스러운 어머니 때문에”
“젠장.. 그때 인천에서 붙잡힌 거였지?”
“응..”
“너희 부모님 진짜 대단해.. 하하..”
“넌 뭐하고 살았어?”
“나 그냥.. 자퇴하고, 이리 저리 뒹굴다가 할 것 없어서 다시 복학했다..”
“미친 놈.. 여전하구나?”
“내가 뭐.. 그렇지..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아직 모르는 구나? 채근 형님 죽었다”
“뭐?”
신의 눈동자가 커졌다.
응 진은 씁쓸한 듯 허탈하게 한숨을 턴다.
“그놈의 마약이 뭔지.. 우리 나가고도 등신같이 맨 날 마약만 했나 봐
결국은 마약 때문에 자살했대..”
“그랬구나..”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마약 때문에.. 후..”
응 진은 답답한 듯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다시 신을 쳐 다 본다.
“누나는 찾았냐?”
“아직..”
“젠장.. 아직도 못 찾았어??”
“응..”
“빌어먹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너랑 나랑 그렇게 발 벗고 찾아 다녔는데도..
못 찾았는데.. 야.. 혹시..”
신은 응 진을 본다.
하지만 응 진을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의 말로 인해 신이 아파할까 봐.. 끝내 하지 못했다.
혹시.. 죽은 건 아닐까..?
라고 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 물음으로 인해 신은 아파할 것이다.
차라리, 묻지 말자..
응 진을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죽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미 신은 응 진의 물음을 알고 있었다.
“나한테 그랬다.. 잊지 말라고..
나 그 약속 지키고 있는데.. 나 혼자만 지키라고 하고 죽을 여자 아니야..
그렇게 무 책임 한 여자 아니야.. 서 영 인은..”
“그래.. 아닐 거다..
그 누나 실제로 한번 보고싶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천하의 류 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났는지.. 쿡..”
응 진은 웃었다.
신과 응 진은 주방으로 와 술을 마셨다..
신은 기분이 좋았다.
자유를 얻었고, 옛 친구를 다시 만났다.
모두 이 집 덕분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오기로 결심한 것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아직도 그 집에 있었더라면 응 진과 이렇게 술 마시는 일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딱 일년 만이었다..
일년 전..
그들이 자퇴를 하고.. 그렇게 이별이란 것을 했을 때도..
이렇듯 봄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모두들 두려움 반, 설레임 반.. 그러고 있을 때..
그 둘은 자퇴를 생각했다.
그리고, 함께 자퇴하고 인천으로 떠났다..
떠난 지 일주일 만에 경찰들과, 장 여사가 신 앞에 나타났다.
신은 바로 집으로 들어 왔고, 응 진은 여러 가지 조사를 받다 나갔다.
그렇게 서로에게 이별 아닌 이별이 있었고,
서로의 기억 속에 묻고 다시 만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즘..
그 둘은 다시 재회했다.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뭔데?”
“아..!! 진짜!! 에잇..”
“응 진아! 너랑 나 사이에 못 할 말도 있냐? 해봐..”
“화 내지 마라..”
“알았다.”
“…우리 자퇴한 뒤로.. 한달 지나고.. 채 빈 이도 자퇴했대..”
“뭐? 자퇴? 사실이야?”
“그렇다더라.. 복학하니깐 성 하 새끼가 제일 먼저 그거 가르쳐 주더라..”
신은 고개를 떨구었다.
채 빈의 자퇴..
그녀의 자퇴..
학교가 좋다고..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그녀가.. 자퇴를 했다..
..
“혹시 나 때문이냐?”
“네 문제 반.. 집안 문제 반..”
“집 안?”
“응.. 집 안이 어렵자나.. 거기다.. 아버지가 병을 얻었나 봐..
성 하 말로는 수술비 벌려고 일 하려고 그만 뒀대..”
“무슨 일?”
“흠…”
응 진은 선뜻 말하지 못했다..
어려운 말이었는지 술을 마셔 버린다..
“무슨 일 하냐..”
“…술 집..”
“후…”
신의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술 집이라니.. 채 빈.. 그녀가 술 집이라니..
겨우.. 술 집에서 일하고 있다니..
그녀가 웃음을 팔고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신은.. 그 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응 진의 가 보라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엾지도 않냐는 그 말에 물론.. 대답하지 않았다..
안다..
신.. 그가 채 빈을 사랑하지 않는 것 즘은.. 모두가 안다.. 모두가..
다만.. 그녀의 사랑이 가엾다..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어 가질 수가 없는 사람을.. 바보같이 사랑했으니깐..
그리고.. 바보같이.. 그 사람을 가지려 애 섰으니깐..
그 사람을 위해서..
그의 벅 여움을 위해서 그의 옆에 있기로 결심을 한.. 그녀니깐..
그래서..
신.. 그도.. 그녀에게 만큼은 미안해야 한다..
“류 신! 너 냉정한 거 아는데.. 그래도.. 너만 보던 아이 야..
채 빈한테 네 녀석이 처음이었어.. 알자나..”
“응 진아.. 나 못 간다”
“너 정말..”
“끝냈다.. 난 깨끗하게 끝나고 학교 떠났다.. 끝난 사람관 만나지 않아”
“제기랄.. 네 놈을 누가 말려..”
끝이라고는 했지만..
만나지 않게 다고 천명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의 눈빛에서 미안함이 역력했다.
다만.. 이제는 그녀를 위해서 만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면 안 된다..
사랑하면 할수록.. 아파지는 법이니깐..
“응 진아..”
무슨 말을 할까.. 응 진을 궁금했다..
조금은 기대를 해봐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대신 가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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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엄마]6~10화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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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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