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지만 초서로 휘갈겨 놓으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글을 쓴 자신은 알겠지만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고개만 갸웃거리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글자가 내용을 죽이고 만 것이다. 시조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좋은 글감으로 좋은 내용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들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작품일 수밖에 없다. 이럴진대 누가 시조에 관심을 가지려 하겠으며 누가 시조를 아끼려 하겠는가?
- <머리말>에서
************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천성수
똥 덩어리 동동동동 귀엽게 떠 있는데
어떤 이가 저걸 보고 경단이라 말했을까
아무리 보고 보아도 똥똥똥똥 똥인걸
*에보시타케 전망대: 대마도판 ‘하롱베이’인 작은 섬들이 떠 있는 빼어난 정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