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
아득한 옛날 제주 들녘을 호령하던
테우리들과 사농비치들이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을 화전민들과 숯을 굽는 사람
그리고 표고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걸었습니다.
한라산 맑은 물도 걸었고
노루 오소리도 걸었고
휘파람새도 걸었습니다.
그 길을 아이들도 걸어가고
어른들도 걸어갑니다.
졸참나무 서어나무도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는 그 길을 사려니 숲길이라 부르며 걸어갑니다.
명상의 숲, 치유의 숲...
샤려니 숲...이름조차 동화속 오솔길 같은,
그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5.16도로에 면한 교래입구에서 한라산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삼나무 길을 비자림로라고 합니다.
그 길따라 20여분 걸어가면 샤려니 숲길 입구가 나옵니다.
셔려니 숲길 중 2주간만 개방하는 구간은 샤려니 오름과 성판악 코스인데
샤려니 오름이 속한 코스는 15km정도라하여 이 길을 걸었읍니다.
나를 안으로 여미고 싶을 때,
터벅터벅 혼자 걸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않는 숲길에
자연 친구들이 살고 있었읍니다.
그 누구도 삶에 순응하며 평온하게 살고 있었지요.
자연속에 서면 내가 자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에서 묻은 마음의 때를 다 씻어 내리고 돌아 왔읍니다.
샤려니 숲길 가기 전 비자림로 삼나무길
샤려니 슾길
셔려니 숲길 걷기 축제기간이라 몇가지 행사가 있었읍니다.
산딸나무꽃이 흰나비처럼 날개짓을 하는 듯.
흰꽃이 헛꽃이고 속에 초록열매같은 것이 참꽃이라고
숲해설가님이 알려 주셨읍니다.
종족번식을 위한, 헛꽃이 참꽃을 보호하는 수단.
아이들이 숲에서 그대로 꽃이 되었네요.
숲에는 조릿대가 쫙 깔려 있었읍니다.
박새라는 독초도 군락을 이루어 장관이었지요.
나비들의 사랑도 눈길 머물게 하고요.
(거꾸로 매달린 아이는 사랑~ 힘들겠다~)
붉은 화산돌인 송이석가루가 깔린 길.
사각사각 발길이 즐거웠지요.
대부분이 건천이라 장마철에만 물이 흐르는데
고인물인지 계곡물이 있었읍니다.
그늘진 숲 사이사이...조각햇살이 눈부십니다.
숲의 맑은 공기가 전해졌으면 합니다.
숲에 정신이 팔려 이정표는 일일이 들여다 보지 않았읍니다만,
이쯤에서 두시까지 오는 사람만 통과한다고 하였읍니다.
삼나무 데크길 들어서는 입구였어요.
편백나뭇잎
삼나무 잎
편백과 삼나무는 줄기는 비슷하고 잎은 다릅니다.
둘다 피톤치드가 많아 이 숲속에 서 있으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삼나무숲에서 싸온 도시락점심을 먹었읍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좋은 사람과 성찬까지...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였지요.
일년에 단 하루여도 좋습니다.
살아있음이 축복인 날을 만들며...
골무꽃도 인사하고...
하루종일 숲길을 걸어도 내내 행복한 것은
오늘만은 온전히 자연인이 되어서일까.
다 함께 사는 숲
오디
(어린날 오디나무 아래에서 입이 새까맣게 따먹던 우리들의 간식)
때죽나무꽃은 거의 지고 땅에 떨어진 꽃으로 안부 전했읍니다.
길가에 가로수처럼 모여있는 산수국이 피었으면
더욱 장관이었을텐데 열흘정도 더 있어야
산수국 계절이 될것 같아서 아쉬웠읍니다.
산수국도 하늘색꽃이 헛꽃이고
속에 씨처럼 보이는 것이 참꽃이라고 했읍니다.
하늘색 산수국, 숲속에 하늘이 내려와 앉았읍니다.
산수국이 조금씩 피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노르스름한 연두빛이었다가 점차 하늘색으로 변해 가지요.
인동꽃(금은화) 향기가 온 숲속에 달콤하게 퍼져 있었지요.
그 길 우리는 숲이되어 걸었읍니다.
통제구간엔 제주도 대문 정랑으로 빗장을 질러 놨읍니다.
주인 멀리 출타하셨읍니다 하고 알리는 표시입니다.^^
달래꽃과 열매(산부추라고도 함)
숲은 숲답고,
산수국은 산수국답고
사람은 사람 다울 때...
가장 아름답지요.
단풍
누구신지요?^^
살며시 미소가...
샤려니 오름 오르기 전 시간에 쫒겨서 마지막 걷는 분들을
트럭으로 태워다 주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지요.
80년이 된 아름드리 삼나무 숲.
숲사이를 흐르는 빛이 선율처럼 보였읍니다.
온 몸으로 사랑합니다.
샤려니 숲에 잠드신 님은 참 행복하시겠다는 생각 들었읍니다.
나무 한그루 평수만큼만 자리하셨더라면 하는 생각도...
어머나,너는 누구니?
조롱 조롱 조롱...
고즈녁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빈의자.
어찌나 반가운지요,
의자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하며...
으름 난초
샤려니 오름 오르는 계단은 240여개 쯤...헉헉...
사려니오름을 올라서서 숲길입니다.
샤려니 오름 정상
사려니오름 정상에서 본 풍경
멀리에 성산 일출봉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도시가 서귀포라고 합니다.
내려가는 계단은 777개라하여
이미...무릎 걱정되는 나이인 우리들은
돌아돌아 내려오는 흙길을 선택했지요.
삼나무와 산수국길을 걷습니다.
청미래 덩굴도 방긋.
마삭줄 덩굴꽃도 함박웃음 짓고 반겨주었지요.
영원한 17세소녀로 남고픈 우리들은...
이렇게 세월을 거슬러 올라 가 보았지요.
우린 또 한동안
숲에서 채운 맑은 기운으로
뜨겁게,열심히 살아낼 수 있겠지요.
땀흘리며 살다가 사려니숲이 그리울 때 다시 가 보렵니다.
첫댓글 엄마도 힘들겠지만 할머니인 큰언니가 엄마 돌보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겠다..
우리가 어떻게 할수 없는 일은 하늘한테 맡기자..
속상해 하면 몸속에 있는 장기가 병든다고 하니..
마음 잘~추스리고 건강 챙기기를 바란다.
호수야~우리 손잡고 저 숲길 걷고 싶네.
여름은 역시 숲인것 같아.
엄마 보러 모래쯤갈거야.이번에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아.
내내 엄마생각에 목이 뻐근했어.옆에 있지 못하는 죄책감에.
내 혼자만의 삶도 아니니 맘을 잘 갈무리 중이야.
언제나 고마워
저렇게 이쁜 숲이었군요.
얼음이 꽁꽁 얼고 바람에 날라갈것같아서 뒤돌아나왔어요.
겨울엔 개방을 안하던데...
이 여름숲을 보여주려고 그랬군요.
아,겨울엔 개방을 안했구나.폭설에 갇힐 염려에 그랬을 것 같아요.
숲은 역시 여름이 제맛이고요.(피톤치드가 마구 쏟아져 나와서 하루종일 걸어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어요)
저도 이번에야 끝까지 걸었어요.
가뭄 심해서 애간장이 녹지요?
저는 멀리서 기도 보탤게요.
그리고 이번 감자캐기 행사에는 못갈것 같아요.
병원 계시는 엄마가 중환자실로 옮겨서 이번주중에 다녀와야 해서요.
내년엔 꼭 갈수있도록 할게요.손님 치르려면 안나님이 또 고생하시겠네요.
한번가시면 더는 오시지않는 님이시지요.
맨날 울어요.
엄마보고싶어서...
허전할때는 울엄마가 제일 보고싶은데....
엄마가 안계셔서 허전한건지 허전해서 엄마가 더 보고싶은건지...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빽이 떠나는겁니다.
늘 괜찮냐고 견딜만하냐고 내손목만한 삭정이같은 무릎에 저를 뉘여놓고
머리칼을 쓰다듬으시던 울엄마가 그리워서 맨날 울어요.
님 떠나시기전에 님의향기 님의눈빛 가슴에 많이 담아놓으세요.
세상엔 그런향기 그런눈빛 없습니다.
잘살고 잘~되기만을 바라는 부모마음 생각하면..
엄마가 너한테 더~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할거야..
공부도 열심히 잘했고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잘~살고 있는 너는..
엄마한테 기특하면서 자랑스러운 딸이라.. 엄마가 너로 인해 충분히 행복하셨을것 같다..
그러니!!!예인이를 생각해서라도 잘~이겨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