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여성선교주일. 창조 1주일) 2027년 9월 6일
마태 18:15-20. 로마 13:8-14. 에제 33:7-11
마음 모으는 기도
로마서에서 바울로 사도는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고 선언합니다. 이집트를 떠나 광야에서 생활하는 히브리인들에게 하느님께서 지시하신 사항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는 규칙과 율법이 되었습니다. 율법이 사람의 삶과 생활 전체를 옭아매게 되었습니다. 본질이 변질된 것입니다. 기도는 형식을 버리고 전심으로 드려야 합니다. 속마음이 어떻든 눈에 드러나는 행동과 정해진 규칙만 따르면 된다는 생각이 율법의 사고방식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서로에게 사랑으로 마음을 모으는 일이 진정한 하느님의 뜻을 새기는 완성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그 기도의 향기가 나야 합니다. 기도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십계명의 모든 이치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주님께 마땅히 아뢸 것을 아뢰고 바랄 것을 구하는 사람은 지금이 어느 때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별하는 능력을 선물로 받습니다. 로마서에는 이를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다’라고 합니다. (13:11) 때를 잘 분별하면 구하는 것도 분명해지기 마련입니다.
또 구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은 때와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밤이 가고 낮이 왔으니 먹고 마시는 일을 버리고 대낮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기도는 말과 함께 우리의 삶과 행동으로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꼭 구할 것을 기도하고, 기도한 대로 노력하게 됩니다.
기도는 때를 알고 깨닫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분별의 지혜를 우리에게 선물로 줍니다.
오늘 복음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앞부분은 교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혹은 교회공동체에 위해를 가한 사람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후반부는 이렇게 두세 사람의 힘이 아주 아주 크고, 두세 사람이라도 기도하면 그것이 곧 교회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먼저 전반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묵상합니다.
세 단계에 걸쳐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교회가 함께 화해하라고 합니다. 오늘날 사목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잘못을 저지른 형제입니다. 여기서 잘못이란 교회공동체 전체 혹은 개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악을 끼친 사람이겠죠. 먼저 당사자가 만나 잘못한 것을 타일러 주고 죄를 깨우치면 사람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뉘우치지 않으면 인내심을 가지고 한두 사람이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공동체가 나서고 그래도 안 되면 교회와 상관없는 사람 취급을 하라는 것이죠.
교부들은 이 부분을 오늘 에제키엘서에 빗대어 잘못을 저지른 교우를 대할 때의 자세에 대해 가르칩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공격받는다고 느껴서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합니다. 바로 반응하지 않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말이죠. 죄인이라도 용서하도록 참고 기다리면 결국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공동체가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당시에도 이런 일이 흔했다는 말이죠. 그리고 마태오 공동체 안에서도 이런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시에는 외부의 핍박과 환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었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막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태도입니다. 마음을 모으는 일입니다.
그리고 두세 사람의 신뢰와 열정에 의한 팀워크입니다. 어려움은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세 사람이 힘을 모으면 족합니다.
각각 두세 사람의 헌신이 모여지고 합쳐지면 강건한 반석 위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후반부에서는 함께 기도하는 힘에 대해 말합니다. 중보기도입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먼저 서고, 그다음에 기도를 통해 분별하는 지혜를 얻고, 나처럼 세상을 살며 기도하려 노력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습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 배워나가는 신앙의 도반을 찾을 때입니다. 거창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 가운데 삶을 신앙 가운데 나누며 좀 더 굳건하고 성숙해지는 신앙인의 삶을 살도록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교육이라는 말보다 양육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두세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깨어 있는 두세 사람의 힘으로 공동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선 사람은 이제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환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영적으로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영적 지도자에게 자신의 기도를 늘 점검받고 함께 기도하고 기도 요청을 해야 합니다.
서로를 위한 기도 즉 중보기도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함께 경험해 보도록 합시다.
남을 위한 기도는 곧 나의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각인시켜 줍니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구하면 아버지께서 무엇이든지 다 들어 주실 것”이라는 말씀을 깊이 새깁니다. 이는 비록 공동체에 죄를 범하고 누를 끼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용서해 달라고 두 사람 이상만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뜻임을 알게 됩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 기도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기도의 응답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와 그 간절함이 먼저입니다. 두 사람의 기도가 다른 두 사람의 기도와 계속 합쳐지고 모아지면 커다란 기도의 물결이 될 것입니다. 마음을 모으는 노력, 마음을 모으는 기도의 힘이 나를. 우리를 또한 우리 공동체를 더욱 굳건히 할 것입니다.
여성선교주일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안전한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갈등이 항상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교회는 여성들의 헌신과 열정의 기반 위에서 세워졌고 성장하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함께 기도하는 힘으로 지금 교회공동체가 설 수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 세상이 주지 못할 평화를 간직한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 가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함께 노력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