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골로새서 2:6-19/ 모든 통치와 권세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현재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사기 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이는 자들의 공통점은 정신이 혹할 만큼 그럴듯하고 근사하게 잘 꾸며낸다는 점입니다.
1세기 당시 골로새 교회도 그랬습니다. ‘거짓 교훈’을 가르치는 거짓 교사들이 등장했는데, 자신들의 가르침을 지혜가 담긴 ‘철학이라고 제시했습니다. 그 내용은 천사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천사를 숭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숭배하는 자일수록 천사들에게 하늘의 계시를 받는다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음식 규정이나 절기를 반드시 켜야만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한 골로새서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첫째, 꾸며낸 경건과 꾸며낸 겸손이다.(2:23)자의적인 경건과 겸손, 즉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공인하신 것이 아닌 제멋대로 정한 경건과 겸손이라고 말합니다.
둘째,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2:8)
셋째, 그리스도가 아니라 세상의 유치한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2:8) 많은 학자들이 ’세상의 유치한 원리‘를 사람들의 운명을 주관하는 인격적인 존재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마치 천사들이나 일월성신처럼 말이지요.
종합적으로는 ’헛된 속임수‘라고 평가합니다.(2:8) ’헛된‘에 해당되는 헬라어 단어에는 ’텅 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 ’속이 텅 비어있음에도 뭐가 든 것처럼, 혹은 뭐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 속임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속임수‘의 헬라어는 ’유혹‘, ’쾌락‘, ’쾌락적인 망상‘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살리면, 혹할 만큼 매력적이고 달콤하면서 또한 쾌락을 주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고 속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바울은 그리스도를 상기시키며 “속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천사나 별들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이며(2:2), 그리스도 안에 모든 지혜와 지식의 보화가 감추어져 있다고 알려줍니다(2:3). 그리스도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이며, 만물이 그 안에서 창조되고 존속되고 있으며, 교회의 머리이신 동시에 모든 통치와 권세의 머리 되신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즉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다스리심을 일깨워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다.(1:13)”는 표현을 쓰면서까지요.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은 사랑의 십자가로 만물을 자기와 화해시키셔서 평화를 이루시는 일이라고 선포합니다.(1:15-20)
우리가 주님으로 받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우리의 눈과 감각은 지금 당장 효과가 강력한 것과 보이는 힘을 좇습니다. 반면에 사랑과 평화는 지극히 어려우며 지금 당장 효과가 미미해 힘이 없다고 여깁니다.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다스리신다‘고 믿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역시 똑같이 유혹과 속임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비판 중 하나가 선언과 고백은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 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같은 것입니다. 전쟁에 대해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냈지만, 침공과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나 규탄은 러시아 정교회의 강한 반발로 빠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각국의 정부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심스럽지만 엄격하게 보면, 그리스도를 따른다기보단 국가권력을 따르는 듯한 모습입니다.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은 그리스도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서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날까요?
자신들의 눈에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국가와 세상을 이끌고 다스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기보다는 당장 편하고 안전이 보장된 정부의 입장을 따르는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볼 여지도 있는 부분입니다.
골로새서는 이에 대해 속아 넘어가지도, 스스로를 속이지도 말라고 권면합니다.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그분은 사랑의 십자가로 평화를 이루신 분이라는 것을!
우리가 주님으로 받아들인 그리스도 예수는 바로 이분이라는 것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뿌리를 박고 살아감으로, 그분의 평화에 다스림 받는 우리의 인생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