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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의 마지막이네요. 16일 연차 쓴 직장인이 그렇게 많다죠?
물론 전 15일 광복절에도 간행물 교정/편집/수정했고, 16일에도 좀 일했고, 17일에도 교정을 보았습니다. 그래야 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죠.
하, 산다는 게 대체 뭘까요? 다음 9월 추석 연휴는 좀 일 없이, 업무와 거리두기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경주 여행 계획하고 있는데, 거기서까지 교정을 보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일요일은 사수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뭘 남기고자 책 감상문을 썼습니다. 솔직히 일요일까지 일하면 너무 억울해!
도서명: 선더헤드
저자: 닐 셔스터먼
* 이 도서는 밀리의 서재에서 독서한 작품입니다. 시리즈 3편도 플랫폼에 같이 있더군요.
* 소개글 서평
시리즈 1편에 해당하는 <수확자>를 읽었으니, 다음 수순은 2편을 독서하는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2편 《선더헤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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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헤드》 - 초월적 AI의 시점으로 본 미지근한 유토피아
우선 전작에 등장한 기존 인물들이 계속 이어 나온다. 시트라와 로언, 그리고 그들의 멘토인 수확자 마리 퀴리와 수확자 마이클 패러데이 등.
🌺 지난 작품에서 시트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반지를 받아 수확자 아나스타샤가 되었다. 전권이 수습생 시트라의 자질이나 약간 미숙한 면모를 보여줬다면, 2편 《선더헤드》에서는 그녀가 수확자 아나스타샤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나스타샤는 수확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바로 수확 대상이 된 사람에게 한 달의 기간을 주고, 자신이 죽는 방식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수확 대상자는 한 달의 유예 동안 자기 신변과 주변을 정리하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다 죽음을 마지할 것인지 고르게 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을 준 셈이다. 완벽하게 수동적인 수확 행위에서 능동적인 선택권을 준 것과 같다.
그녀의 수확 방식은 여러 의미로 주목을 받는다. 반대파는 수확 대상에게 쓸데없이 죽음의 공포를 준다, 시간 대비 심력 소비가 크다, 수확 대상이 도주할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수확자 아나스타샤의 방식을 비판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점, 선택의 자유를 주는 부분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트라가 수확자 아나스타샤로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는 때때로 시트라가 된다. 그리고 그때는 주로 로언을 만나는 순간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나는 단수가 아니라는, 한국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런 어느 날, 시트라는 예상 못한 위협의 존재를 마주한다. 존경할 만한 멘토인 수확자 마리 퀴리와 생활하며 둘이 같이 수확에 나서는 날, 폭탄 테러 경고를 받은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의 경고가 없었더라면, 마리와 아나스타샤가 탄 차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과연, 시트라 혹은 마리를 노리는 배후는 누구인가?
한편 시리즈 2편의 새로운 주요 인물도 등장한다. 바로 그레이슨이다. 수확자 마리 퀴리와 아나스타샤의 폭탄 테러를 온몸을 던져 경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
그레이슨은 이타심이랄지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정의로운 성격을 가졌다. 미래 희망하는 직종은 선더헤드와 인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님부스 요원이다. 그는 인공지능 AI의 상위 존재 선더헤드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선더헤드의 은근하고 암묵적인 요청으로 비밀 요원 비슷한 활동을 하게 된다. 그 시작은 님부스 요원과의 면담 중 알게 된 정보, 누군가 수확자 마리 퀴리와 아나스타샤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였다.
그레이슨은 그 습격이 불의하다 여겼다. 선더헤드가 그 일을 막길 원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선더헤드는 규정상 수확령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레이슨은 자신이 대신 나서기로 한다. 그 대가로 그는 차에 치여서 일시 사망 상태가 되었고, 님부스 요원이 될 기회를 박탈당해 꿈을 잃었으며, 사회적 무리를 일으켜 불미자 신분이 되었다.
불미자란, 일종의 불만 분자 비슷한 사회 계층이다. 약간 반항심 넘치는 십대 같은 느낌이다. 또는 범죄 조직 같기도 하다. 그들은 선더헤드를 거부하고 뭔가 사회적인 소란이나 폭력, 파괴나 난동을 즐긴다.
그레이슨은 불미자 슬레이드가 되어 불미자의 세계를 염탐하고, 수수께끼의 배후 조직에 대해 파헤친다. 그 와중 자신의 내면에도 불미자 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매력적인 퓨러티와 가까운 사이가 되고, 그러면서도 본분은 잊지 않아서 수확자 마리 퀴리와 아나스타샤를 향한 테러를 저지하기도 한다. 그 바람에 수확령에 불미자 슬레이드로서 추적당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과연 그레이슨의 운명은?
🎭 참, 이번 소설에서 그레이슨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고생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로언이다. 그는 지난 1편에서 수확자 아나스타샤가 된 시트라의 기지로 면제권을 받아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소설 2편에서는 검은 로브의 루시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로언은 수확자 아닌 수확자가 되어 수확령의 추적을 따돌리며 부도덕한 수확자들을 수확했다. 인종차별 등 불의한 행동을 일삼는 수확자들을 없애거나, 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면 경고만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가 떠나온 스승 수확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방문을 받는다. 패러데이는 그릇된 방향으로 틀어지는 수확령을 어떻게든 바로잡기 ㅜ위해 수확자 신분을 내려놓고 수확령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다 루시퍼가 로언임을 알아내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패러데이는 잘못된 길로 들어선 옛 제자가 안타까워 로언에게 제안한다. 그가 여태껏 수확한 수확자들에 대한 애가를 쓰라고.
반대하는 옛 제자에게 수확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말했다. 루시퍼가 수확한 부도덕한 수확자들도 예전에는 번듯한 인물이었다고. 하지만 다양한 이유에서 지금의 타락한 수확자가 되었다는 모양이다. 대표적으로 사랑. 대표적으로 연인의 죽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수확, 이를테면 인종 말살 같은 수확이 온당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걸 듣고 로언은 그의 스승이 시키는 대로 하리라 생각한다. 어쩐지 이 대목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로언은 그 애가를 쓰지 못했다. 친구 타이거에게서 그의 부친이 수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에 휩싸여 누가 부친을 수확했는지 알아내고 그 수확자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루시퍼가 경고로만 끝내고 그냥 살려보낸 수확자 브람스였다. 그리고 로언은 그의 집에 침입한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눈앞에는 수확자 랜드가 있었다. 1편에서 음파교도 수도원 수확 당시 그가 고더드와 함께 수확한 인물 말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랜드와 함께 그의 친구 타이거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파티보이로 활동하던 타이거는 랜드의 의뢰로 그녀의 집을 찾았다가 수확자 수습생 비슷한 것이 되어 있었다.
나는 랜드가 로언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타이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이거가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얼빠졌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좀 덜떨어진 면모가 있었다.
그런데 중간부에서 타이거의 용도가 드러났다. 아주 끔찍한 방식으로 말이다. 로언도 경악했겠지만, 소설 읽는 나 역시 경악했다. 1편에서 황천으로 보낸 고더드가 새로운 몸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뭐 이런 미친 설정이 다 있어! 😱
그때부터 소설은 거의 파국으로 치달린다. 루시퍼를 수확령에 넘기며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 미드메리카의 최고 수확자가 되려는 야심을 불태우는 고더드, 어떻게든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는 수확령을 바로잡으려는 수확자 마리 퀴리와 시트라, 고더드의 손에서 벗어나 시트라를 도우려는 로언, 초대 수확자들이 남긴 비밀을 추적하는 마이클 패러데이, 끝으로 거의 전능한 AI 선더헤드를 돕겠다는 일념으로 불미자까지 된 그레이슨까지.
아차, 이 모든 서사의 관찰자이자 중심인 인공지능 클라우드의 상위 존재 AI 선더헤드를 빼먹을 뻔했다. 그는 소설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기보다 각 캐릭터들을 지켜보며 때로는 도우려 하고, 때로는 걱정하고, 때로는 희망을 보며, 때로는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어떤 결론에 도달해 큰 결심을 하는데... 과연 이 불안불안한 유토피아를 품은 소설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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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유토피아의 요람을 엎어버리다 - 《선더헤드》
시리즈 1편 <수확자>가 미숙하고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수확자 수습생 시트라와 로언의 이야기, 즉 수확령 내의 수확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시리즈 2편 《선더헤드》는 도서명 그대로 세상 어디에나 있는 선더헤드의 관점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따라서 세계관은 물리적으로는 지구 전체로, 그리고 설정이나 캐릭터상으로는 1편에서 잠깐 언급된 민부스 요원이나 불미자들이나 음파교단의 생활 등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나올 정도였다. 선더헤드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2편의 무대인 셈이다. 선더헤드가 일부러 보지 못한 척하거나 그조차 알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
세계관 확장에 따라 캐릭터 수도 많아졌다. 이들 모두 처음엔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세계 각지, 자기 자리에서 잘 살고 있던 그들은 여러 사건이 진행되면서 서로 정교하게 얽혀간다. 이야기 진행도 인물별로 이루어지다가, 종국에는 하나의 큰 줄기로 합쳐진다. 네트워크망처럼 연결되는 사건과 복선, 그리고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인연을 보고 탄탄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캐릭터별 사건들은 독립적이지만, 나중에 보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저기 어딘가에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이들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신념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점이 더욱 《선더헤드》의 서사를 다면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서사가 다양해진 만큼 분산되어 정신이 좀 없다 싶기도 하지만.
💟 시트라는 본인의 신념과 기지를 무기 삼아 고위 수확자들과 고더드에게도 밀리지 않는 고결함과 리더십을 보였고 로언도 자기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방황하면서도 열심히 싸웠다. 사랑을 위해서도.
그레이슨은 신분이 말살되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등 작중에서 가장 많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또 일어나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시트라와 마리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평범한 우리네와 닮은 캐릭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짠하고 안쓰럽고 응원하고 싶고.
유일하게 선더헤드만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서사에서 좀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다고 선더헤드인들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중심 인물로서 거의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지만, 끝으로 갈수록 선더헤드는 혼란스러워하고 초조해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좌절하는 그레이슨을 보며 나름대로 그를 위로하기 위해 도시의 전체 정전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고개를 숙인 그레이슨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의 규칙에 얽매여 무력감을 느끼는 선더헤드를 보면서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인간적인 슈퍼 컴퓨터 AI라니.
그리고 소설 끝에서 선더헤드는 이렇게 부족한 것투성이인 인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솔직히 이 점이 매우 놀라웠다. 이 한심한 중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애정하며 사랑하려 하는 선더헤드가. 기대를 놓으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하는 선더헤드. 💟
나라면 진즉에 질려서 학을 떼고 손 놓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고더드 살리는 꼴을 보면 더는 노답이겠다 싶지 않았을까?
🔎 소설 속의 미지근한 유토피아적 사회의 문제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이번 시리즈 2편 《선더헤드》인 것 같다. 손쉬워진 삶 속에서 인간은 의욕을 잃고 현재를 개선하려는 목표를 잃게 되었다. 직업 역시 의미가 없어진 시점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매너리즘에 빠져 지루한 나날만 보낸다. 이런 삶을 정말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선더헤드가 어떻게 해주겠지 하며 스스로 생각할 머리를 잃고, 될 대로 되라 체념하는 게 올바른 인류 진화의 페러다임일까?
선더헤드는 아니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스스로 미지근한 유토피아를, 온화한 요람을 뒤엎어버렸을 테지.
결론적으로 소설은 불연소로 끝난다.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대수확령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최악의 문제작 고더드가 컴백하며 섬 하나를 테러하고, 많은 수확자들과 일반인이 죽었다.
시트라와 로언은 수확자 마리 퀴리의 기지로 살아남을 가능성을 얻었지만, 대신 심해 깊은 곳에 갇히게 되었다.
패러데이가 초대 수확자들이 남긴 비밀에 접근한 것 같지만, 수확령은 완전히 아작이 나 버린 상황이라서 총체적인 파국이라고 해야겠다. 이 모든 게 다음 시리즈인 3편 <종소리>에서 어떻게 수습이 되겠지.
그럼 이제 다음 시리즈 <종소리>를 보러 가야겠다. 이미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받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