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한국 주니어 장가을 선수를 만나다
비로 인해 전날 경기가 취소된 장가을 선수는 7번 코트에서 두번째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알고 12시에 올 잉글랜드 클럽에 도착했다. 일요일은 평소보다 사우스웨스턴 레일웨이 표값이 반값이어서 왕복 6.5파운드에 끊을 수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서 보니 윔블던역 앞은 이미 흥건하게 빗물에 젖어 있었고 막 비가 그쳤는지 하늘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흰구름 두둥실 떠 있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2층 셔틀버스에 오르자 잘 정돈된 고급스러운 주택과 나무들이 파란 하늘과 어울어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영국의 하늘은 참, 솔직하다. 한국은 구름만 밀려왔다가 비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런던은 먹구름이 오면 5분 이내로 쏟아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다시 맑아진다. 그냥 보통 하늘이 아니라 너무나 맑아서 자꾸 다시 쳐다보고 싶은 하늘. 베트남 사파의 해발 3200고지의 판시판 정상에서 보았던 그런 하늘을 하루에도 수 차례 보여주곤 한다.
첫 경기부터 여러 번 비로 경기가 중단되어 오후 5시 넘어서야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천연잔디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해 보는 장가을(전북테니스협회, CJ제일제당, 38위)은 이번 대회에서 10번 시드를 받은 젤리니 반드롬(벨기에, 11위)과의 경기에서 보기 좋게 첫 경기를 지켜냈다. 1대 2 상황에서 다시 비가 내려 중단. 미디어 실 화면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Match Suspended-No Play Before 18:30 BST
BST를 검색해 보니 British Standard Time or British Summer Time.
볼 보이들과 관계자들은 번개처럼 잔디코트 위에 비닐 막을 덮고 비가 그치면 번개처럼 다시 걷어내고 코트 사이드에 물이 고이면 두툼한 방석으로 물을 빨아들였다. 다시 선수들이 나오면 5분 몸 푸는 시간을 주고 이어서 게임을 한다.
1시간 이상 지나자 경기는 다시 시작되고 애타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한 사람을 만났다. 언니려니 했는데 장가을 선수의 엄마였다. 천연잔디에서 경험이 없어 실력 발휘가 안 되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하고 있었다. 미리 천연코트에서 연습을 해 보고 싶었지만 비가 자주 내려 연습코트가 통제되는 바람에 거의 연습 없이 경기를 해야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가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운동신경이 좋아서 테니스 선수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명지대학교 최진영 선생님을 만나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경기는 뭔가 시도해 볼 여유도 없이 두 세트 모두 다 주고 일찍 마감되었다. 한국에서 온 윔블던 소셜 미디어팀에서 다가와 장가을 선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장가을 선수는 “천연코트 경험이 부족해서 의도하지 않는 이지 에러가 많고 볼이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지는 것에 대비하지 못해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며 “평소 야닉시너의 강력한 포핸드 구사하는 점을 좋아하고 앞으로 세계 50위 안에 드는 랭커가 되고 싶다는 것이 꿈이다”라고 전했다.
장가을은 9월 ITF 춘천 이덕희배(J200), 11월 ITF 태국 논타부리(J300)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2023년 연말 주니어랭킹을 33위까지 끌어 올리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한국의 기대주 장가을선수가 이다음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윔블던 복식경기도 뛴다하니 그때 다시 경기를 지켜 볼 것이다.
하늘에서는 엄청난 비를 쏟아내더니 드디어 무지개를 피워냈다. 기온이 내려가 찬바람이 불고 있었으나 여전히 현지인들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명랑하게 윔블던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글 사진 런던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