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티고개(삽티고개)를 경계로 금북기맥의 천덕산(天德山)과 마주보고 있다.
이 두 산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천보산은 야무진 바위로 이루어진 골산(骨山)이지만 천덕산은 그저 수더분한 육산(肉山).
서해안과 인접한 충남의 산은 해발 300~400m 안팎의 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작은 산이지만 속살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 등산 가치를 높이는 비장의 무기들을 숨기고 있다.
유명한 고찰(古刹)이나 고성(古城) 등이 대표적이고,높이는 낮아도 아기자기한 암릉이나 볼거리가 있는 경우다.
아무렇게나 생긴 암괴가 무질서하게 널버러져 있어 빼어나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천보산의 경우는 후자다.
주위에는 고려 때 최영 장군이 왜구들을 물리친 홍산대첩의 무대였던 구룡평야와 태봉산성(도지정 문화재자료)도 있다.
천보산의 암질은 자갈 콘크리트를 버무린 것처럼 1억 년이 넘은 타포니(Taffoni) 현상을 이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하다.
바로 진안의 마이산을 빼닮았는데,우리말로 하면 풍화혈(風化穴)이란다.
천덕산에서는 금북기맥을 잇는 비득재 방향으로 내려서지 않고 아홉사리고개로 내려선다.
이 길은 옛날 민초들이 무수히 오갔던 고갯길로 발길에 길이 움푹 파여져 있기도 하다.
안내판의 ‘상천유원지 문녕기’의 ‘문녕기’라는 말은 이곳 방언으로 저수지 댐을 일컫는 말.
산행 후 백마강변의 부소산성으로 이동하여 낙화암 삼천궁녀와 고란사 종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입장료 2,000원)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사당(삼충사)과 누각을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가 여러 갈래로 연결돼 있다.
정점은 낙화암과 고란사.
고란사 아래 강변 나루터에서 구드래나루까지 유람선을 운용하지만 관람객이 적어 배가 묶여 있는 듯.

산행궤적

* 파란 선은 실제의 트랙으로서 천덕산에서 하산구간은 맞지 않습니다.

고도표

오늘의 천보산 천덕산 트랙(파란 선)과 백마강 부소산성

들머리 지점의 주소를 네비에 정확히 입력을 해야만 한다. <충남 부여군 홍산면 상천리 334-5>
좌측 상천저수지 앞에 조그만 주차장과 빛바랜 안내판이 있고, 맞은 편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들머리 지점에서 상천저수지를 내려다 본다. 극심한 가뭄 현상으로 저수량이 많이 부족해 뵌다.

저수지 제방에서 맞은 편 나무계단과 정자가 있는 들머리를 바라본다..

등산로 입구 이정표와...

훨씬 구체적인 이정표에 천보산 0.8km,지티고개 3.3km,금지사 임도와 천덕산 그리고 날머리인 아홉사리고개가 7.8km라고 적혀있다.

나무계단을 밟고...

정자에 올라서면 정자뒤로 다시 가파른 계단길이 낙엽더미에 묻혀있다.

가파른 산길 나무계단을 송두리채 덮어버린 낙엽.

능선에 접어들자 다소 완만해지며 특이한 암질의 바위가 나타난다.

마치 건축폐기물을 쏟아 부은 듯한 바위를 따라...

밟고 올라서기도 하고 에돌기도 하며...

고도를 높혀간다.

돌아보니 상천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상천리 마을이 평화롭게 자리를 잡았다.

전혀 미끄럽지 않을 것같이 꺼끌꺼끌한 바위지만 안개비가 내리는 가운데 의외로 미끄럽다.

거기다 낙엽까지 버무려져 있으니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고도는 평이해졌지만...

아직까지 암릉은 계속되고 있다.

흐린 가운데 시계 또한 어느정도 확보가능한 상태.

스텐 줄사다리 하강 지점에선 차례대로...

그 사이에 운무에 쌓인 저수지와 마을을 둘러본다.

바위와 낙엽.

뿌우연 산하.

암릉길은 이어지고...

제법 거대한 암군이 앞을 막아선다.

바위의 친절한 등로 표시를 따라...

좌로 조심 에둘러서...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몽돌들이 콘크리트 되어 있다. 그렇담 이곳이 태고적엔 바다였다는 이야기?

진행방향의 능선은 뿌옇게 운무가 서려있다.

아무리 얕은 산이지만 아직 높혀야할 고도가 기다리고...

안개속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바위 덩어리.

선택은 없어 뵌다.

차례대로 안전하게 타고 올라야만 한다.

스텐 줄사다리는 발이 사다리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바위에 닿는 부분에 공간이 생기도록 설치되어 있다.

또다시 만나는 고난도의 쇠사슬 줄사다리.

역시 선택의 여지 없어 뵈고...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벽구간은 밧줄보단 안전하지만 철계단 보다는 안전성이 덜하다.

거기다 오늘은 안개비까지 내리지 않는가?

침착하게 차례차례 암벽을 올라선다.

뒤돌아 본 모습.

이 아가씨가 빨리 안올라가고 뭐하노 하였더니...

힘을 쓰는 중이가?

아니 사뭇 즐기기까지 하는구먼.

그리고는 닭벼슬 닮은 바위에서 여유를 부리고...

흡사 닭벼슬이 맞는구만...

거대한 바위구간을 에돌아...

조심조심

올라 섰더니...

이정표가 반긴다.

이정표에 표식된 천보산.

그리고 조금 더 진행하여야...

조그만 오석의 천보산 정상석을 만난다.

안개 스린 천보산 낙엽 깔린 능선에 보배(寶)로운 하늘(天)의 기운이 서렸다.

또다른 들머리인 천보리 구례올마을 갈림길에선 계향산 이정표를 따른다.

삼거리에선 왼쪽 내리막으로...

계향산 갈림길에선...

삽티고개(지티고개) 방향 낙엽쌓인 길을 따르면...

밤나무밭을 내려선다. 밤밭을 가로질러 앞에 보이는 저 능선을 내려서야만 지티고개로 천덕산을 갈아탈 수 있다.

B팀을 위하여 지티고개에 대기하는 우리버스는 정차할 곳이 마땅찮아 저기에 대어 있다.
버스 지점에서 지티고개 천덕산 들머리는 우측 오르막 150여 미터 지점.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임도급 길은 좌로 휘어지면서 결국은 버스가 대있는 지점으로 내려 가므로 앞서가던 전대장이 다시 올라온다.

그리고는 잡목이 우거진 거친 산길을 개척수준으로...

내려섰더니...

지티고개 산마루의 천덕산 들머리에 딱 내려선다.

도로를 건너 임도급 고갯마루를 성큼 올라서면...

휑한 개활지가 나타나는데...

A코스 인원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을 느끼고 식사자리를 이곳에서 펴기로 하였다.

이곳은 이장(移葬)하여 집장(集葬)을 한 곳인 듯 묘지들이 일괄 단장을 하였다.

가져온 막걸리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길을 재촉한다.

간벌을 한 듯 고사리가 군락을 이룬 산길 아래로 금지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등로는 낙엽에 묻혀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진행방향에서 90도 걲으며 우측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그러자 윤곽을 드러내는 반듯한 등로.

묘지를 지나고...

임도에 내려선다.

이 임도는 금지사로 이어지는 임도. 이정표 아래에...

금지사 임도 표식

15분 남짓의 월명산 갈림길인 405봉은 오늘 산길에서 제일 최고봉이기도 하고 또한 제일 힘든 된비알 구간이기도 하다.
아무런 표식이 없는 월명산 갈림길(405m)에서 우측 방향은 월명산, 우리는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그리고는 큰낫고개를 지나... (큰낫고개에선 저수지 원점으로 회귀 가능)

또 작은낫고개를 지나고...

작은낫고개에서도 원점회귀가 가능.

천덕산1봉에 올라선다.

천덕산1봉엔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 하단에 천덕산이라 표식이 되어 있다.

천덕산1봉의 이정표에 아홉사리고개는 1.4km

그리고 다시 15분 여만에 천덕산2봉에 올라선다.

천덕산2봉에서 바로 내려서면 호서지맥길인 비득재로 내려서게 된다.
아홉사리고개로 내려 갈려면 반드시 다시 U턴하여 갈림길까지 조금 되내려와서(3분) 산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야만 한다.
우리는 정상의 희미한 족적을 따라 바로 치고내려오면 아홉사리고갯길 등로를 만날 줄 알았지만 능선은 자꾸만 우로 휘어졌다.
다행히 산길이 험하지 않고 미끄럽지도 않아 그리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리하여 반듯한 옛길을 만난다. 옛길을 만나면 비스듬한 좌측으로 돌아...

고개를 넘든 옛사람들이 쉬었음직한 마당바위에 닿는다.

마당바위 한켠에 서 있는 비석엔 문화재자료 제118호 가교비(架橋碑)라고 적혀있다.

안내판엔 부여군 옥산면 상기리 사람들이 보령군 미산면으로 넘나들던 고갯길이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옛길은 신작로가 나기 전 표고차가 대체로 평이한 길로 만들어져 있다. 가교비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다...

마당바위 옆 자연암석에 희미한 각자가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천덕산이라는 명칭보다 아홉사리고개라고 더 알려져 있는데,고개가 아홉개라서 붙여진 것 같다.
이곳은 보령시 미산면에서 부여군 홍산면 방면으로 넘어오는 아홉개의 고개 중 다섯 번째 고갯길의 쉼터였을 법한 지점인데,
예전에는 홍산이 현의 소재지로서 시장과 교육기관이 자리 잡고 있어 보령에서 홍산으로 넘어오기 위해 다녔던 길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이 산길은 거의 이용되지 않고 등산객들만 가끔 찾고 있을 뿐 산림 속에 묻혀있다.
비문이 새겨진 면의 크기는 가로 50cm, 세로 100cm가량이며, 비문의 내용은 마멸된 부분이 많아 확실히 판독하기는 어려우나 당초 모두 4행 30자 가량으로
구성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판독 가능한 비문들은 다음과 같다.
○○○○施主僧敬特 (ㅇㅇㅇㅇ시주승경특)
化主劉金候 (화주유금후)
○○乭山 (ㅇㅇ돌산)
○○印○○王幼○任雲 (ㅇㅇ인ㅇㅇ왕유ㅇ임운)
지역유지인 유금후의 시주를 받아 경특스님이 다리를 놓으니...
우뚝 한 산 위에 놓인 다리위에서 다가오는 구름과 벗하며 노니나니...
(지나는 나그네여 잠시 봇짐을 벗어놓고 그 맛을 누리시라.)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이 고갯길 너머의 보령시 미산면 도홍리에 있었던 한 사찰의 스님이 돌다리를 놓고 그 내용을 새겼다고 하는데,
도대체 다리는 어디 있는 것일까??
산꼭대기가 바로 보이는 곳에 개울이 어디 있으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다리란, 눈을 비비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다리는 없다.
신발을 신고 직접 건널 수 없는 곳에 놓이는 것이 다리이거늘 물이 없는데 다리가 있다고 비석을 세워두었으니 황당하기만 하다.
여러 시간 평평한 바위에 서서 주위를 살펴 본 후, 아마도 비석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다란 넓적 바위가 다리인 듯 싶다.
다리가 어찌 물위에만 놓이는 것이랴.
봇짐을 지고 고개를 넘는 나그네들이 다리를 펴고 잠시 쉬어가는 곳.
비가 와서 산길이 흙탕길이 되면 이 넓적 바위는 쉼터이며 마을과 마을을 연결시켜주는 연결통로이며,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환경경영신문, 손광섭>

산사면을 에도는 옛길은...

숱한 옛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길.

장보러 간 할머니가 넘나들던 길이기도 하고,시집간 딸이 친정집 울며 넘던 길이기도 하며,막걸리 한 잔 걸치고 육짜배기 한가락하며 넘던 길이기도 하리라.

짚신자락에 끌려 움푹 파여진 옛길은...

산쫓아 예까지 온 산꾼의 심사까지 흔들어 놓는다.

아홉사리고개의 안내판이 있는 곳에 내려섰다. <네비 주소: 부여군 홍산면 토정리 529-7>

우리 차는 시계가 트여 안전이 확보된 고갯마루에 대어 있고,무료한 일행들은 옛사람들처럼 고갯마루에서 서성이고 있다.
다른 곳으로 하산한 일행들을 기다려서 합류, 다음 스케줄인 부소산성으로 바삐 이동을 하여 15분 만에 도착을 한다.
< 부소산성 ☞ http://cafe.daum.net/phanmaum/FXy6/540 >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
첫댓글 산마루님 일일이리 설명을 올려주셔서 구경하기가 십네요
그많는 글올려 주시고 슬리이 있고 재미가 좋아네요
25일 산행때 뵙겠습니다~~~~!
예, 가을풍년님. 담 산행 때 참여하신다니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