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사망한 고(故) 손정민씨(22)와 함께 있던 친구 A씨와 관련 된 의혹이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가 검은색(스페이스 그레이)이라고 발표했음에도 빨간색이라는 주장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쟁이 사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경찰이 사건에 인력을 투입하는 효과는 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고 지적한다.
"친구 휴대전화는 빨간색"…경찰 발표에도 계속되는 억측
11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색상을 누고 논란 중이다. 지난 4일 민간구조사가 발견한 빨간색 휴대전화가 A씨의 휴대전화라는 것이다.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는 A씨의 것이 아니고, A씨의 휴대전화는 검은색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믿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은 '포렌식은 1주일 이상 걸리는데 경찰이 단 3시간 만에 A씨 휴대전화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편의점 CC(폐쇄회로)TV 영상서 A씨가 빨간색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등의 이유를 든다. 이와 함께 '경찰이 사건을 덮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주인은 휴대전화 일련번호와 통신사 조회를 통해 포렌식 없이도 밝힐 수 있다. 스마트폰에는 모두 IMEI(휴대전화 식별번호)를 갖고 있고 도난, 분실됐을 때 이것을 조회해 진짜 주인을 가린다. 경찰은 지난 4, 5일 발견된 아이폰 모두 통신사를 통해 IMEI를 조회했고 A씨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또 CCTV에서 A씨의 손에 빨간 물체가 있다는 의혹도 앞뒤 영상을 보면 A씨의 손에 아무것도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누리꾼은 해당 글을 수정하며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논란에 팩트를 알렸으니 혼란이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골든'이라는 단어가 '커닝'의 은어 △A씨의 삼촌이 전직 경찰 고위 간부, 부친이 대형병원 의사 △실종 당일 경찰차 6대 출동 △정민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 인근 편의점 CCTV에 포착된 남성 3명이 용의자 등의 이야기는 모두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아직도 온라인에서 확대재생산 중이다.
"가짜를 진실로 믿는 집단여론 형성…수사 방해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 대중이 허위 정보를 진실로 믿는 집단여론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졌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리꾼들이 자신의 신념, 생각과 맞는 정보만 취합해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빠졌다"며 "원인을 모르면 불안을 느끼는데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이슈화되면서 가짜 소문을 진짜로 믿어 편안함을 빨리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처럼 퍼지는 소문의 특성 때문에 발생했다"며 "(착각이 소문으로 번지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정당화 심리가 작용해 집단적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신이 제시한 정보와 의혹에 대해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며 "인정받고자 하는 유희적 욕구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수사 진행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리꾼들의 추측이 해당 사건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내고 있지만, 그 과정에 없는 사실조차 만들어 내고 있어 오히려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 교수는 "기본적으로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면 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면서 "여론에 휩쓸려 잘못된 정보가 사실로 오인되면 사건의 진실 파악이 어려워지고 사건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많은 정보 공유도 필요하나 경찰과 아버지로서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수사의 본질이 흐려지면서 도리어 여론을 쫓는 수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누리꾼들이 신중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한결, 홍순빈 기자
출처 : "구조사가 발견한 폰이 친구 것"…억측의 늪에 빠진 누리꾼들 - 머니투데이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