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도 ‘이명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약세를 보이던 연립·다세대주택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이 대선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새 정부가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 중순 이후 서울지역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번 조사 기간(12월13~26일) 동안 서울지역 연립·다세대는 모두 93건이 경매 진행돼 이중 68건이 낙찰되면서 69.4%의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을 기록했다.
도심 재개발 활성화 기대감 '솔솔'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낙찰률이 70%에 육박하는 것은 그만큼 경매시장에서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주택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서 빌라를 잡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낙찰가율은 105.6%로 한 달 전 (104.9%)보다 0.7%포인트 올랐다. 권역별로는 강서권(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과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강동권(강동·광진·동대문·성동·중랑구)에서 낙찰가율이 상승세를 탔다.
서울 강서권 낙찰가율 상승세 뚜렷
강서권의 낙찰가율은 121.6%로 1개월 전(109.4%)보다 무려 12.2% 포인트나 뛰었다.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경매 진행된 강서구 화곡동 조은빌라 지하층(전용면적 45㎡, 대지지분 33㎡)의 경우 무려 48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3500만원)의 233%에 해당하는 8149만원에 낙찰됐다. 또 같은 날 경매된 관악구 신림동 영진빌라 2층(전용면적 50㎡, 대지지분 28㎡)도 12명이 입찰해 감정가(9000만원)보다 156% 높은 1억399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남권도 97.9%로 한 달 전 88.6%보다 9.3%포인트 올랐다. 강동권 역시 106.3%로 1개월 전(96.6%)보다 9.7% 포인트 상승했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도심 용적률을 높여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건 만큼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빌라 쪽으로 경매 수요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권(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구)의 낙찰가율은 108.1%로 1개월 전 109.3%보다 1.2%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낙찰가율이 100%대를 넘어선 상태여서 강북권의 빌라 경매 열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 박갑현 매니저는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주택 수요자들이 입지 여건도 좋으면서 재개발 재료도 안고 있는 지역의 강북권 소형 다세대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도심권(마포·서대문·용산·종로·중구)은 낙찰가율이 93.0%로 1개월 전(103.6%)보다 10.6%포인트나 빠졌다.
경기지역 빌라 몸값도 오름세
경기도 연립·다세대주택 경매 열기도 뜨겁다. 이번 조사기간 동안 경기지역은 경매 물건 148건 중 119건이 낙찰됐다. 무려 80.4%의 낙찰률을 보인 것이다.
낙찰가율도 오름세다. 낙찰가율이 112.7%로, 한 달 전보다 5.6%포인트 올랐다. 26일 경매에 부쳐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S다세대주택(전용면적 36㎡, 대지지분 21㎡)에는 총 30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4500만원)의 191%에 해당하는 8588만원에 낙찰됐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DIT(총부채 상환비율) 규제 등에서 벗어나 있어 대출받기가 쉬운 점도 수요가 몰리고 낙찰가율도 상승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지역은 낙찰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조사기간 빌라 낙찰가율이 123.7%로 1개월 전(125.1%)보다는 1.4%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낙찰가율이 120%대를 넘어서는 경매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특히 1억원 이하의 소액 물건의 경우 낙찰가가 감정가의 200%를 넘기도 하는 등 여전히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21일 인천법원에서 경매된 인천 서구 가정동 삼합빌라 지하층(전용면적 38㎡, 대지지분 29㎡)의 경우 총 12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 (3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6510만원에 낙찰됐다.
아파트 낙찰가율, 서울은 오르고 경기·인천은 내리고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은 오르고 경기·인천지역은 내림세를 나타냈다.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오름세를 보였으나 상승 폭은 크지 않다. 이번 조시 기간 동안 서울지역에서 경매 진행된 아파트는 총 110건으로 이중 48건이 낙찰됐다. 43.6%의 낙찰률을 보인 것이다. 낙찰가율은 86.4%로 1개월 전(86.2%)보다 0.2%포인트 올랐다. 평균 응찰자 수는 물건 당 5.4명으로 1개월 전(5.7대 1)보다 0.3명 줄었다.
권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강남·강동·강북·도심권은 오름세를 탔지만 강서권은 내렸다.
강남권 낙찰가율은 82.2%로 1개월 전(82.0%)보다 0.2%포인트 올랐다. 강동권은 상승 폭이 컸다. 이 지역 낙찰가율이 95.3%로 1개월 전(84.2%)보다 11.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경매된 광진구 자양동 우성7차(전용면적 85㎡)의 경우 총 11명이 응찰해 감정가(5억7000만원)을 넘어선 5억7211만원에 낙찰됐다.
강북권은 88.5%로 1개월 전 88.1%보다 0.4%포인트 올랐다. 도심권도 93.2%로 1개월 전 87.0%보다 6.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강서권 낙찰가율은 84.8%로 1개월 전(86.4%)보다 1.6%포인트 내렸다.
서울지역과는 달리 서울 이외의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경기지역에서 경매된 아파트 수는 총 254건으로 이중 128건이 낙찰돼 50.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가율도 85.2%로 1개월 전의 89.1%보다 3.9%포인트 빠졌다.
인천지역에서 경매 진행된 아파트는 총 56건으로 이중 32건이 낙찰돼 57.1%의 낙찰률을 나타냈다. 낙찰가율은 94.4%로 1개월 전(98.9%)보다 4.5%포인트나 내렸다.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도 낙찰가율이 내렸다. 5개 신도시에서 조사기간 동안 경매된 아파트는 총 85건으로 이중 37건이 낙찰됐다. 43.5%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이다. 낙찰가율은 81.9%로 1개월 전 84.9%보다 3.0%포인트 내렸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