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임대주택 지원합니다.
(11,12,04 윤민상)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번에 카페를 통해 간단히 인사를 드린 윤민상입니다.
카페에서 농가주택 무상 임대라는 글을 보고 저희 식구들이 농사지으며 살기에 적당한 집이지 않을까 싶어서 메일을 적어 봅니다. 저희 식구는 서른 세 살 저와 저보다 한 살이 적은 아내 그리고 세 살 아들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저는 현재 유기농운동을 하고 있는 충북 청원에 흙살림에서 친환경농산물, 유기가공식품 인증 업무를 5년째 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충북대학교에서 산림을 전공하고,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을 하였습니다. 고향은 경기도 안성이고, 부모님은 배농사를 짓습니다. 저희 집사람은 서울대학교에서 농생물을 전공하고, 저보다 먼저 흙살림에 내려와서 결혼하고, 애를 낳기 전까지 7년을 일했지요. 지금은 집에서 애를 키우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아파트 도서관장일과 식생활개선충북네트워크 사무국장 일을 보고 있습니다.
귀농은 저희 부부가 서로 만나기 전부터 각자가 꿈꾸던 길이었습니다. 아내는 서울에서 대학교 다닐 때 인드라망귀농학교를 졸업했고, 귀농의 꿈을 찾아 괴산에 있는 흙살림을 선택하여 유기농운동을 했습니다. 저는 청주에서 환경운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환경 문제에 대해 소소한 성과를 거두기는 하였으나 크게 무너지는 농촌에 대한 고민으로 흙살림에 들어와 유기농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귀농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흙살림에서 만날 수 있었고, 사랑할 수 있었고, 결혼 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작은 텃밭을 가꾸고, 전국 곳곳에서 정직한 땀방울 흘리며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면서 저희 가족 나름의 귀농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귀농을 실행에 옮길 때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귀농지를 찾다가 아름다운 자연과 공동체가 살아 있는 제주 마을에 눈 떠, 지난 몇 년 동안 좋은 관계를 해왔던 한살림, 흙살림 회원농가를 비빌 언덕 삼아 제주도를 저희들의 첫 번째 귀농지로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이 살 집과 농사지을 땅, 농사지으며 함께 할 수 있는 일 등을 찾을 차례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한림이나 애월을 중심으로 찾아 보고 있습니다. 농촌에 가서 우선 할 일은 일단 농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친환경유기농 인증심사나 유기가공식품 관련 업무가 제주도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인증 심사 자체가 제주도 농업환경과 농업경영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 때문입니다. 유기가공식품 관련 업무는 한림에서 유기 양채류와 감귤을 동건건조하여 판매하는 고천농산이라는 곳과 지난 2년 동안 관계해 온 일입니다. 농사는 감귤 과수원을 임대할 계획이고, 밭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양채류와 함께 특이작물로 돼지감자를 재배 할 계획입니다. 두 가지 모두 생산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육지에서의 적당한 판매처는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막상 귀농지를 제주도로 결정하고, 우리 가족의 편안한 보금자리를 찾고 있는데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인터넷카페, 오일장신문이나 교차로 같은 정보지는 물론이고, 발품을 팔며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드려도 만만하지 않네요. 더욱이 그동안 관계해왔던 제주도의 농민들마저도 요즘 살만한 집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 달에는 제주도에 내려가서 한림읍 협재리에 적당한 집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집이 여러 사람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계약을 하려했던 당사자는 집주인들로부터 약속했던 권한위임장을 받아 오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저 역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가 없었지요.
아무튼 육지의 집에 올라와 어제 새벽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제주에서 살기위한 모임을 만나게 되었고, 그 중 인상 깊게 본 글을 따라서 애월자연농원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 왠 인일지 애월자연농원에서 주인장님이 텃밭이 있는 산 속에 주택에 대해 무상임대를 소개하신다니 이 정도면 하늘이 주신 기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상임대를 원하는 사람은 11월 30일까지 메일을 달라고 적으셨던데 벌써 버스가 지나 간 것이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연착되고 있거나 막차가 남아 있다면 저도 한 번 올라 타보고 싶습니다.
만약 사진 속의 저 집이 진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가 된다면 이 것은 좋은 인연이 아니라 운명에 가까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욕심만 가득한 사람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하늘의 뜻에 맞기겠습니다.
뭐 집이 저희 것이 되지 않더라도 제주도에 내려가게 되면 한 번 찾아뵙고,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야마기시즘특강 출신이라 야마기시식양계법이 반갑고, 우리 아들 돌잔치를 파트락으로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 자리에 함께 어울려도 좋을 것 같고, 앞으로 육지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올 것 같은데 손님을 즐겁게 모시는 가운데 우리 가족이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노하우도 전수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모쪼록 앞으로도 애월자연농원의 번창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기왕 제주도로 온다면 해뜨는 성산이나 아침 하늘을 여는 조천이 좋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