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843]自適其適(자적기적)
적適
적適이라는 심미 범주는
'넉넉하고 홀가분하며 편안함을 의미하는 자유로운 느낌'이라 하겠다
일찌기 이러한 느낌을 창안해 낸 이는 장자莊子이다,
일단은 도가적 심미 범주인 것
適의 여러 새깔 혹은 단계를 살펴보면,
1 적適: 적인지적適人之適
2 자적自適: 자적기적自適其適
3 망적忘適: 망적지적忘適之適
장자는 유가적 인간형,
즉 군자가 되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자연본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세속적 욕망에 이끌려 오관五官이 막힌 혼돈은 물론이고,
군자적 즐거움까지도 '남의 즐거움에 즐거워함(適人之適)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즐거움이 한 차례 승화된 형태는
'자신만의 편안한 쾌적함을 넉넉하게 누린다는 것(自適其適)
그러나 세속적 가치와 상식을 벗은 자적기적自適其適도
아직은 오도悟道에 이르지는 못한다
결코 자아를 잊지 못한다면,
그 쾌적함이란 것도 결코 온전치 못한 유쾌함에 그치고 마는 꼴이다
그렇다면 장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만족은 어떤 것인지는 자명해진다,
물화物化(장자의 나비꿈에서처럼 나와 사물의 구분이 없어지는 경지)인
망적지적忘適之適이다
그러나 유가의 입장에서는 適이 다른 내용을 갖는다
유가에서 개인은 사회와의 연관 속에 설정된 기준,
명예, 규범을 준수함에서 천명天命을 잘 지키는 것
각각 개체가 유가적 인격으로 완성되고
사회가 유가적 화평을 이루면 진정한 안락감을 누린다는 것
이러한 군자의 즐거움이 자적기적自適其適이다,
그러면 유가적 적인지적適人之適은 어떠할까?
이는 의義에 어둡고 이利에 밝은 소인小人의 즐거움이 된다,
적인지적適人之適 <~> 자적기적自適其適
그렇다면 유가적 망적지적忘適之適은 어떠할까?
"기수沂水에서 물놀이하고 무우舞雩에서 봄바람 쐰다"라는
증점曾點식의 초월이라 할 것이다
곧 자신을 다스리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분투적 참여의지를 받쳐주는 유가적 예술정신인 것이다
*曾點: 증자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