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미국은행 파산이 "한국국민 노후" 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 3/21(화) / Forbes JAPAN
3월 들어 미국에서는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실버게이트 은행들이 임의 청산에 빠졌고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던 실리콘밸리은행(SVB)도 부실화됐다.
그러자 가상화폐 기업과 수많은 거래를 하던 시그니처 은행에서도 출금 파동(금융기관이나 금융제도에 대한 신용 불안으로 예금자들이 예금이나 부금 등을 찾으려다 급격히 금융기관 매장으로 몰려들어 혼란을 빚는 현상)이 벌어졌고 결국 시그니처 은행도 부실해졌다.
이처럼 잇따라 미국 은행들의 부실이 촉발됐고 이번에는 유럽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한때 마이너스 3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이것이 2008년의 리먼 쇼크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 세계가 전전긍하고 있다.
■ 국민연금공단 먹구름
이런 가운데 한국도 강 건너 불이랄 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국민연금공단이 SVB나 시그니처 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단은 시그니처은행 다음으로 위태로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은 실리콘밸리은행의 모회사인 SVB그룹 주식에 7300만 달러(약 30억엔)를 직접 투자하고 95억엔(약 2300만달러)를 위탁 투자했다. 채권에 위탁 투자한 171억원(약 17억엔)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은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분을 25만2427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40억엔(약 3077만달러)로 위탁운용 기금을 포함하지 않은 직접운용 투자다.
국민연금공단은 한국국민으로부터 연금을 받는 공단으로 이곳의 운용에 따라 한국 사람들의 노후자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이번에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투자를 했다는 것은 한국 국민의 노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소버린웰스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SVB 주식을 11만주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중 9만주를 지난해 중 매각 완료). KIC는 SBV뿐 아니라 시그니처 은행 주식도 9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도 동행에는 일부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예금에 관해서는 전액 보증한다고 하지만 투자금에 관해서는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미국의 통화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역대 최저인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890조 4천억원(약 89조엔)로 전년 대비 58조원(약 5조 8000억엔)나 감소했다. 이래서는 한국 사람들의 노후가 걱정이다.
■ 공포 심리가 낳은 예금인출 소동
이번 미국을 발단으로 한 금융파탄에서는 인간의 공포심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를 목격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탄 원인은 미국 국채를 너무 많이 보유했기 때문에 파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는 금융완화책을 취해 무한하다고 할 정도로 달러를 발행했다. 그 중, SVB는 미국 국채의 보유고를 늘려 갔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빅스텝으로 불리는 대폭적인 금리인상을 실시했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국채 가격이 떨어졌더라도 장부상 적자여서 예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려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를 불안하게 느낀 고객들이 인출 소동을 빚고 말았다.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 은행들은 보유한 국채를 팔 수밖에 없다. SVB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채를 투매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시그니처 은행은 2001년 설립돼 주로 부동산 및 법조계와 거래하다가 2018년 가상화폐 산업에 뛰어들면서 빠르게 실적을 늘렸다.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365일 24시간 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 결과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165억달러(약 2조엔)의 예금을 획득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금융완화책으로 가상화폐 관련 기업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덕분에 시그니처 은행의 2022년 말 자산 잔액은 2019년과 비교해 2배 이상 확대되고 있었다. 하지만 실버게이트와 SVB의 파탄으로 시그니처 은행들의 신용 불안도 커지면서 인출 소동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일단 사람들이 은행을 불신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미국 정부도 황급히 예금에 관해서는 전액 보증하겠다고 사람들을 달랬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은행의 신용 불안으로 이번에는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