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고 싶었지만 아깝게 놓쳤던 '비커밍 아스트리드'를 드디어 보게 되었어요.
아스트리드가 늦깍이 작가가 되기 전,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삐삐 롱스타킹'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영화는 전설의 작가가 된 노년의 린드그렌에게 보낸 어린이들의 편지 구절들과 함께 아스트리드가 치열하게 겪어낸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집안 곳곳에 놓인 자루에 가득한 아이들의 편지가 눈길을 끕니다. 아스트리드의 인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광경- 와, 부럽부럽.)
작가이자 사회 활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는 좀 독특한 소녀이긴 했어요.
댄스파티에서 파트너의 신청을 기다리는 대신, 홀로 무대를 누비며 음악에 빠져 춤을 추는 주관이 뚜렷한 10대 소녀.
(남자가 춤을 추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장면을 보는데 왠지 화가 나더라고요.ㅋ)
1920년대 스웨덴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스트리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들을 돌보는 일이었지요.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이성 교제는 물론, 머리 모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
아스트리드의 글솜씨를 아끼는 아빠는 지역 신문사의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곳에서 아스트리드는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부인과 별거 중인 편집장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된 것이죠.
(아스트리드가 그 남자와 결혼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나중에 발로 뻥 차버려서 속이 시원했어요.)
아스트리드는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한 뒤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톡홀름에서 속기와 타이핑을 배우며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볼 때 10대 비혼모에게 녹록지 않은 세상입니다.
아들이 아스트리드를 거부하는 장면에서는 눈물 찔끔 나오더라고요.
절망을 잘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작가가 된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첫댓글 아스트리드에게 재능이 없었다면...
그냥 그 시대에 맞는 불행한 여인이 되었겠지요.
십대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 어느 시대나 힘든 일이죠ㅠㅠ
저도 보려고 벼르고 있는 영화입니당. 열심히 꿋꿋이 살았던 멋진 여성^^
꼭 보세요. 몰랐던 아스트리드의 얘기가 잘 그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