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잘한 일은 열 개가 있어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실수했던 일 하나는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경험.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저는 자꾸 그때 그 일이 생각날까요?”
“다 지난 일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 생생할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뇌에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이라고 합니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 성공보다 실패, 안전보다 위협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위험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런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잘한 일 열 개보다 실패했던 일 하나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고 해서, 내가 유난히 부정적인 사람이거나 마음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왜 어떤 실패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흐려지는데, 어떤 실패는 몇 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를까요?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사건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심리학에는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원래는 끝난 과제보다 중단되거나 미완성된 과제가 기억에 남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입니다. 다만 이 효과가 모든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이 이미 지나간 일이라도, 그 일에 대한 감정이나 해석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기억을 반복해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내가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나는 왜 그것밖에 못했을까.”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나 자신을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구분을 해야 합니다.
“내가 실패했다”와 “나는 실패자다”는 완전히 다른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문장은 특정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지만
뒤의 문장은 나라는 사람 전체에 대한 판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실패를 오래 곱씹다 보면 이 둘이 쉽게 섞인다는 것입니다.
“그때 그 일을 못했다”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실패는 하나의 사건이었는데,
어느새 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그래에게 프로 입단 실패는 단순히 한 번의 좌절로 끝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바둑에 자신의 삶을 걸어왔던 만큼,
그 실패는 자신의 노력과 능력, 나아가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이후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그는 자신의 학력과 경력,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낮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장그래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새로운 환경에서 하나씩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과거의 실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가 더 이상 자신의 전부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 한 번을 망쳤다고 해서 내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한 번의 실수로 관계가 틀어졌다고 해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억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핵심은 그 기억을 억지로 지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경험을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나는 왜 그랬을까”라는 자기비난에서 벗어나 그 경험을 내 삶의 한 장면으로 바라볼 여지가 생깁니다.
혼자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혼자 정리하기가 유독 어렵습니다.
생각할수록 같은 장면으로 돌아가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고,
결국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는 결론으로 돌아온다면,
그때는 사건보다 그 사건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은 과거의 일을 지워주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 경험과 나 사이의 거리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나는 실패했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실패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라고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결과와 나를 분리해서 볼 수 있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이야기라면,
누군가와 함께 그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가 함께하겠습니다.
상담 안내는 프로필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정성편향 #자이가르닉효과 #자격지심 #자기비난 #자기방해 #실패자정체성 #마음챙김 #자존감회복 #심리칼럼 #마음건강 #일산심리상담 #일산심리상담센터 #고양시심리상담 #일산청소년상담 #일산성인심리상담 #일산학습상담 #마두역심리상담 #정발산역심리상담 #일산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