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막스
드라마 클라이막스는
악의 세력이 정의의 세력에
무너진 것이 아닐 거야
부각되는 호관원 줌인
모범택시 타고 달려온 건
분명 문짝에 달라붙은 광고 선전
그 돈이 있어야 기름을 넣을 수 있어
죽기를 각오하고 피 흘리며 싸운 건
또 나타날 악마들을 영원히 퇴치하기 위한 게 아냐
30초 광고 모델이 되면 순식간에 쏟아지는 돈벼락
연기도 연기이지만 그것도 있었을 거야
어쩔 수 없어 우리를 욕하면 안 돼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고
동영상이 24시간 눈을 유혹하는 건
멈추면 불안에 떠는 자본주의
마냥 창고를 부풀리게 할 수 없어
소비하고 소비하고 소비하라고
탁월한 선택 품격 있는 소유
악과 싸우든 부패와 싸우든 타락과 싸우든
마냥 즐거워하다 보면 뇌에 송곳으로 박히는 무의식
나는 없어
다시 악이 등장해도 부패가 지독해도 타락이 유희 같아도
더 센 악, 더 토할 것 같은 부패, 더 자극적인 유희
그거면 되, 우리 눈을 더 끌어줘야 해
나는 없어도 돼
은근슬쩍 누르는 구매 터치 작동기계로
나를 만드는 자본주의
별빛보다 찬란한 도시의 불빛에 시선 주며
테라든 소주든 마시고 또 마시고
다치지 말고 아프지만 않으면
우린 행복할 거야
24시간
그러니 우리를 욕하면 안 돼
너도 그대도 우리 모두
시간을 소비하는 이 순간
자본주의 공장은 염려 없이 돌아가
그게 멈추면
아, 걱정되지
걱정 붙들어 매 24시간 동영상이 돌아가잖아
늘 절정의 클라이막스잖아
그대가 알든 모르든
지구가 뜨겁든 안 뜨겁든
우리의 클라이막스가 가깝든 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