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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계령휴게소 → 끝청 → 중청-(대청봉 왕복 1.2km) → 소청 → 희운각 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오세암 → 영시암 → 백담사-(셔틀버스) → 용대리 시외버스정류장'의 23.1km 코스를 12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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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국제적으로도 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지역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총면적은 398.237㎢에 이르며 행정구역으로는 인제군과 고성군, 양양군과 속초시에 걸쳐 있는데 인제 방면은 내설악, 한계령~오색 방면은 남설악, 그리고 속초시와 양양군 일부, 고성군으로 이루어진 동쪽은 외설악이라고 부른다.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초록뱀의 해인 을사년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의 신년 산행으로 지리산에 올라, 기대하지도 않았던 ‘천왕일출’을 감상하기도 했었다[산행기]. 그럼 당연히, 설악에도 올라야 해, 2월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청봉에 오를 생각이었으나, 이왕이면 한백종주, 즉 한계령에서 시작해 백담사에서 끝내는 종주가 의미가 더 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내산악회를 뒤져 적당한 산행을 찾았다. 휴일에는 대여섯 이상의 버스가 출발하는 산악회라면, 매주 무박으로 진행하는 설악산 종주 산행이 있으나, 이왕이면 친한 대장이 진행하는 산행을 신청하기로 하고, 2월 22일 금요 무박 토요일 설악산 종주 산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한계령 → 서북 능선 → 대청 왕복 → 공룡능선 → 오세암 → 백담사’ 코스를 달릴 생각이었으나, 2023년 6월 같은 대장이 진행하는 산행 때 달린 코스라[산행기], '한계령 → 서북 능선 → 대청 왕복 → 봉정암 → 오세암 → 백담사' 또는 '한계령 → 서북 능선 → 대청 왕복 → 봉정암 → 가야동 → 오세암 → 백담사의 두 코스 중 하나를 달리는 것도 고려 중이었다. 하긴 뒤의 두 코스도 2019년 11월[산행기], 2023년 10월[산행기] 이미 달려, 중청에서 아침을 먹으며 어디로 갈지 결정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전주 내린 폭설로 설악산 주요 구간 모두 통제됐다가, 이후 대부분 눈이 자연적으로 녹거나, 치워 2월 14일 많은 구간이 통제가 풀렸으나, 한계령에서 끝청에 이르는 서북 능선 구간과 마등령~오세암 구간, 봉정암~오세암 구간은 2월 17일 현재까지 여전히 통제다. 해서 설악산국립공원에 언제쯤 개방할지 전화로 문의하자, 거의 허리에 육박하는 눈이 쌓여 있고, 기온이 계속 영하라 눈이 녹지 않아, 개방 시기를 자신들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예산 문제로 전문가를 고용하지 못해, 눈을 못 치워, 자연적으로 녹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나? 어쨌든 산행 전날까지 개방되지 않아, 가고자 하는 코스를 갈 수 없다는 이유로, 안내산악회 산행을 취소하면, 환급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어, 일단 산행은 취소했다. 물론, 오색으로 올라, 대청을 찍고, 공룡능선을 달린 후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하산해도 된다. 하지만, 2024년 마지막으로 오른 대청이 6월 오색에서 오른 거고[산행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오색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는 것만큼! 그리고 보니, 둘 다 상봉에 오르는 최단 코스구나!
해서, 급하게 Plan B가 필요해, 알고 있는 모든 안내산악회의 토·일 산행 계획을 훑어봤으나, 이미 다녀온 산이거나, 둘레길 도보여행이다.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세워 둔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뒤적이다, 치악산 천지봉 산행이 눈에 띄어, 치악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산행 출발 일인 금요일 22시 이전 통제가 풀리면, 안내산악회 산행을 다시 신청해 설악산 금요 무박 종주 산행에 따라나선다. 그러다, 토요일 산행 일까지 개방은 힘들 거로 생각해, 별 기대 없이 19일 오후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국립공원탐방 통제정보’ 페이지로 들어가 설악산의 현 상황을 확인했다. 오전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2025-02-14 04:00:00'부터 통제 구간은 변함이 없었는데, '2025-02-20 04:00:00'를 기해 통제 구간이 변경됐다. 말인즉 개방 구간이 늘었다. 20일 04시를 기해 개방되는 구간은 ‘한계령에서 끝청’의 설악산 서북 능선 중 백두대간 구간과 ‘마등령에서 오세암’ 구간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세 개의 선택지 중 둘이 개방됐다. 나머지 하나는 겨울철에는 늘 통제하는 곳이라, 애초 산꾼의 의지에 달린 코스다. 해서 바로 안내산악회 사이트로 들어가 2월 21일 금요일 심야에 출발하는 설악산 종주 산행을 다시 신청했다.
물론 자리야 처음 로열석에서 한 단계 추락했지만. 이제는 세 코스 중 어디로 달릴지는 출발 전이 아니라, '국립공원 탐방통제정보'의 '주의사항'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20일 04시를 기해 개방하는 한계령에서 끝청 구간을 지나, 중청대피소 도착 시간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아직 눈이 남아 있어, 러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애초 계획했던 공룡능선~백담사 코스로 달리면, 타고 온 산악회 버스로는 서울로 못 돌아간다! 그리고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산행 당일인 토요일 설악산은 종일 맑지만, -18℃~ -11℃ 사이의 기온이라, 엄청나게 추울 듯하다. 와중에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일주일 전부터 지속한 한파라, 등산로 또한 빙판으로 쉽지 않은 산행이 예상된다. 물론 산행 하루 전 설악산 산악날씨를 확인해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준비는 평소와 같이한다. 다만, 무박 산행이라 두 끼를 산행 중 해결해야 하는데, 평소라면 아침은 중청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축 공사로 실내 취사장이 폐쇄돼 실외에서 라면을 끓이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고, 야외 취사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해서 불광역표 김밥과 뜨거운 보리차로 대신하고, 오세암에서 점심 공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더 좋지 않으면 다른 산행에서 늘 그랬듯이, 서북 능선 백두대간 구간을 달리는 중 김밥과 뜨거운 보리차로 끼니를 때우고, 봉정암에서 점심 공양하는 걸로 변경할 생각이다. 어차피 예정된 시간 내 중청에 도착하지 못하면, 대청을 찍은 것에 만족하고, 구곡담으로 하산해야 그나마 마감 시간 내 도착할 수 있다. 용대리로 내려가는 만큼 용대 백담사 버스정류장 직전 늘 가는 식당에서 하산 주를 곁들여 이른 저녁도 먹을 예정이다. 물론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전제하에! 산행 하루 전이자, 출발 일인 금요일 확인한 기상청 설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맑고, 기온은 -17℃~-12℃ 사이에, 바람은 3㎧로 약하게 불지만, 체감온도는 -24℃~-18℃로 중기예보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의 산행이라, 복장을 단단히 하고,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핫팩도 몇 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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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 정각 양재역 국립외교원 앞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심야 버스라, 수면제를 곁들여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배낭을 쌌다. 그래봐야, 평소 가지도 다니던 배낭에 만약에 대비해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방한 조끼 하나 더 넣을 뿐이지만. 그리고 핫팩도 몇 개 챙긴다는 건 깜빡했다. 이후, 기상청 날씨누리로 들어가, 설악산의 특보 발효 현황과 일별 예보를 다시 확인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의 산행이니, 한파 특보와 건조 특보는 당연하고,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조망은 기대해도 좋은 듯하다. 내가 그래서 한계령에서 시작해 중청으로 가는 거지만. 그리고, 산행 중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기온은 -16℃~-10℃ 사이에, 바람은 2㎧~4㎧로 약하게 불지만, 체감온도는 -22℃~-16℃ 사이로 역시 이번 겨울 산행 가장 춥다. 그런데, 다들 국립공원 통제 정보를 주시하고 있었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빈 좌석이 꽤 있었는데, 출발 몇 시간 전에는 만석이다. 한계령에서 끝청까지 구간이 개방됐다는 소식에 나와 같은 산꾼이 신청한 게 아닐까?
산행 준비를 끝내고, 인터넷을 뒤적이며 이후 산행에 관해 연구하다, 10시 40분경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24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역으로 내려갔다. 이후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주머니에 있던 김밥을 꺼내, 여분으로 가져온 방한 조끼로 둘둘 말아 배낭에 넣었다. 영하 10℃보다 낮은 기온에서 얼음과자가 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다. 그렇지 않으면 종일 쫄쫄 굶을 수도 있다. 이후 열차를 타고 양재역으로 향해, 23시 36분에 도착했다. 애초 계획은 불광역에서 23시 5분 열차를 타고, 23시 45분에 도착할 생각이었으나, 너무 일찍 불광역에 도착하는 바람에 하나 이른 차를 탔다. 양재역에 일찍 도착해 개찰구를 통과해 봐야 어디 앉아 있을 곳도 없고, 그렇다고, 출구로 나가면 이 추위에 떨고 있어야 해, 승차장 의자에 앉아, 열차에서 읽던 책을 계속 봤다. 이후, 애초 타려고 했던 열차가 도착하는 걸 보고, 밖으로 나갔다.
양재역 1번 출구 나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마을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등산객 몇이 보인다. 여기는 과거 가끔 이용했던 안내산악회 정차지다. 그럼, 그 산악회도 심야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는 건데, 어딜까? 그 안내산악회가 갈 만한 산을 추측하며,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 오랜만에 내 지정 위치에서 외교원 앞에 있는 등산객을 관찰했다. 그리고, 23시 58분경 속속 도착하는 심야 안내산악회 버스를 구경하다,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 앞 유리창 LED에 '설악산 종주'라는 글이 반짝이는 두 번째 버스에 탔다. 처음에는 배낭을 짐칸에 넣을 생각도 했으나, 한계령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 게 복잡할 듯해 그냥 배낭을 들고 타, 산행에 불필요한 것들을 꺼낸 후 배낭을 앞 좌석 아래로 밀어 넣었다. 이후 안대를 쓰고, 잠을 청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계령으로 향하는 동안, 비몽사몽 중간에 승객을 태우고, 휴게소에서 휴식하는 것도 알았으나, 버티고 잠을 청해, 대승령을 지난 후 안대를 벗고 일어났다.
그 시점에 버스도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먼저 백담사로 하산하는 인원을 점검해 당연히 손을 들었다. 뒤는 보이지 않아 모르지만, 내 앞에는 한 명도 없어, 몇 명 없을 줄 알았는데, 대장이 생각보다 많다는 말을 해, 약간 놀랐다. 이후 설악산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될 수 있으면, 공룡은 피하라고 권하고, 대장도 한계령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대장의 설명이 끝난 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스패츠를 착용했다. 물론 아이젠은 평소 사용하던 사점 방식이 아니라, 심설 산행용 등산화와 잘 맞는 짚신형을 가져왔다. 그건 산행 중 착용할 예정이다. 이후 3시 33분경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한 버스에서 배낭을 들고 내리며 보니, 앞에 다른 안내산악회 버스라, 소속이 어딘지 궁금해 앞으로 가, 앞창을 봤지만, 다들 붙이고 다니는 산악회명과 목적지를 쓴 종이가 없어, 확인을 못 했다. 결과적인 얘기로 그 버스에서 내린 등산객과 같이 달린 덕분에 그들 입을 통해 소속을 알 수 있었다. 그 또한 코로나 이전 애용했던 안내산악회다.
두 대의 버스가 떠난 후 산길샘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기상정보를 확인했다. 그래봐야 양양 서면의 날씨지만. 어쨌든 서울에서 확인한 것보다 기온이 높다. 몇 시간 사이에 기온이 달라진 거다. 그런데, 현재 기온은 예보보다 5℃ 이상 높은데, 미래 기온은 서울에서 몇 시간 전에 확인한 것과 같은 게, 기상청보다는 무당이 날씨를 알려주는 게 나을 듯하다. 날씨 확인 후, 한계령 표지석, 정확히는 '백두대간 오색령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 방향으로 가며 미인의 눈썹으로 표현하는 초승달을 사진에 담았으나, 역시 참을성이 부족한 인간이고, 5년 넘게 쓴 핸드폰이라, 뭘 찍었는지 구분도 안 된다. 어쨌든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위성 수신이 끝난 두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917m~943m다. 몇 년 전부터 들머리 고도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여기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게 일 년에 많으면 서너 번, 적어도 한 번은 있으니, 그 자료를 다 모아 평균을 내보며 정확한 고도가 나오지 않을까?
이후 화장실로 가 기상 의식을 치른 후 밖으로 나와, 잘 찍히지도 않는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등산로가 개방되는 4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3시 59분이 조금 지나서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4시가 됐음에도 문이 안 열린다. 타이머로 작동하는 자동문이라 알고 있는데, 혹시 문이 얼어서 안 열릴 수도 있어, 문으로 다가가 흔들어 봤다. 문은 이상 없다. 그럼, 혹시 다시 통제? 와중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등산객이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주변이 시끄러운 중에 성질 급한 등산객 한 명은 담치기를 해 넘어간다. 그런데, 평소 담치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지, 방향을 잘못 잡아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 물론 나도, 어디로 넘어갈지 이미 확인해 놓은 상황이라, 담치기 준비를 하고 있는데, 4시 2분경 문이 열렸다. 그럼, 타이머가 아니라 사람이 원격에서 문을 여닫는 거다. 고로 잘못 알고 있었다. 어쨌든 문이 열렸으니, 이제부터 초록뱀의 해 첫 설악산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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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뒤에서 선두가 올라가는 걸 지켜본 후 약간 여유를 두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문이 늦게 열리는 바람에 상황 파악을 위해 문 바로 앞에 있었던 덕분에 선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게 계단이 빙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했을 텐데, 문에 가려 계단 상태를 보지 못했다. 해서 계단 난간을 잡고 올라가, 정자에 도착하자, 배낭을 벗어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그런데, 짚신형 아이젠 고무가 얼어, 잘 당겨지지 않아, 억지로 당기다가 아이젠의 날카로운 날에 손톱 아래가 찔려 피를 보기도 했다. 이거 시작부터 상황이 안 좋다. 그 정도로 아이젠이 등산화 바닥에 밀착했으니, 아이젠이 말썽부릴 걱정은 안 해도 좋다는 건 호재다. 이후 기념으로 거기에 있는 '설악산 국립공원 안내도'를 기록으로 남기고, 아이젠을 착용하는 사이 앞질러 간 선두의 뒤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시작한 산행이고, 와중에 랜턴 배터리가 거의 다 됐는지 불빛조차 희미해 보이는 게 없으니, 물론 찍을 것도 없어 주요 이정표만 기록으로 남기며 그저 위만 보고 올라갔다.
4시 22분 500m 단위 이정표 기준 높이 1,085m로 해발 1,000m를 넘긴 걸 기념해 사진 한 장 남기고, 4시 49분 '중청대피소 6.7km' 이정표에 도착해 그것과 500m 단위의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현 위치의 높이는 1,299m로 직전 이정표 기준 214m를 올려, 직전 이정표 기준 거리로는 500m, 고도로는 214m를 올리는데, 27분이 걸렸다. 이후 5시 12분 '한계령 삼거리 0.6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중청대피소 기준 6.0km 거리다. 고로 0.7km 거리에 23분이 걸렸다. 그럼, 직전 500m보다 시간이 덜 걸렸으니, 이 구간에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 있다는 얘기다. 그걸 증명하는 게 500m 단위의 이정표로 현 위치 고도가 1,292m로 오히려, 7m 낮아졌다. 사실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 고개로 내려왔다. 어쨌든 여기서 해발 1,596m인 한계령 삼거리까지 304m를 올려야 하는 0.6km가, 만약 공룡을 달리지 않는다면, 이번 산행 최고의 깔딱이다. 그나마 다행은 오르막 구간 대부분이 갑판 계단이라, 그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르기에 좋고 빠르다. 시간 단축에는 계단 이상 가는 게 없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그 계단을 올라, 삼거리가 멀지 않은 지점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5시 29분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말인즉, 거리 0.6km, 고도 304m를 올리는데, 고작 17분이 걸렸을 뿐이다. 힘든 거와는 별개로 계단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방증이다. 삼거리에는 인솔 대장 포함 선두 몇이 삼거리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삼거리 정상으로 올라가, 북쪽과 주 능선 방향을 바라봤다. 바로 앞에 보이는 불빛이 소청대피소라, 사진을 찍었으나, 결과물은 흰 점 하나만 보일 뿐이다. 거기서 뒤로 돌아 이정표 주변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미련 없이, 대청을 향해 가다가, 귀청 방향의 상태를 확인하는 걸 깜빡했다는 걸 깨닫고, 뒤로 돌아 삼거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귀청 방향으로 가서 등산로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대로다! 심설에 찍힌 인적 그것도 혼자다. 돌아온 흔적은 없다. 요원이라면 혼자 가지 않고, 그냥 가지 않는다. 러셀하며 가지! 역시 대단한 대한민국 산꾼이다. 예상이 맞은 걸 기뻐하며 다시 걸음을 돌려 본격적으로 끝청을 향해 갔다.
물론 보이는 게 없으니, 그저 랜턴이 비추는 것만 바라보며 가는데, 배터리의 수명이 다했는지, 그나마도 잘 보이지 않아, 6시 20분경 가던 길을 멈추고, 헤드랜턴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배낭에서 보온병과 약을 꺼내 그걸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마셨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선 후 여명과 함께 초승달을 사진에 담은 후 뒤로 돌아 어렴풋이 드러나는 귀청 또한 담았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진행 방향인 주 능선 상의 끝청, 중청의 모습이 보여 그 모습도 한 장에 담았다. 왼쪽 위는 소청대피소, 아래는 봉정암의 불빛이다. 이 환경에서 비박하는 산꾼이 없다면! 양양 서면 기준, 오늘 일출 시각이 7시 6분이고, 현재 시각 6시 32분으로 어렴풋이 보이던 귀청이 점점 뚜렷해진다. 물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뚜렷해질 거다. 하지만, 대청을 향해 가고 있으니, 점점 고도를 높이고 있어, 비록 날이 밝아도 앞은 보이는 게 없으니 아니, 볼 게 없으니 찍을 것도 없어, 수시로 뒤로 돌아, 귀청과 가리봉, 점봉산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았다. 고로 그 셋의 사진이 이번에 찍은 전체 사진의 30% 정도 된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할 낭비다.
6시 33분 '중청대피소 3.6km' 이정표를 지나, 5분가량 가니, 앞에 끝청이 막아선다.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 7시 30분 '중청대피소 1.3km' 이정표에 도착했다. 현 위치 높이는 1,496m로 1,708m인 대청봉과 고도차는 212m로 다 왔다. 고로 끝청이 바로 위라, 진행 방향 첫 번째 청봉으로 향해 11분가량 오르자, 전망대가 될 만한 작은 바위가 있어, 그곳으로 올라가, 뒤로 돌아서니 서북 능선과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와 그 모든 걸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와중에 가리봉과 주걱봉의 모습도 보인다. 이후 다시 끝청으로 향해 20여 미터를 오르니 또 전망대다. 해서 이번에는 귀청을 중심으로 한 서북과 가리봉, 주걱봉만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해 정상으로 오르다, 머리 위로 끝청이 보여,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7시 47분 끝청봉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끝청 정상이 아니라, 정상 아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탐방로 안내' 기둥에 산꾼의 별명인지, 산악회 명인지 알 수 없는 '아랑구렝'이 만들어 붙인 '끝청봉 1,610m' 명패가 붙어 있어, 정상 취급하는 곳이다. 그나마 여기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넓어 '탐방로 안내'와 '설악산국립공원 경관 안내'가 서 있을 뿐이지, 조망 또한 정상 바로 아래가 훨씬 좋다.
끝청봉에 도착했으니, 그냥 갈 수는 없는 거라, 중청과 대청, 아니 진정한 끝청봉 정상이 시야를 방해하는 북동사면을 제외한 남서사면의 모든 걸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원래 동해에서 떠오른 해의 모습을 제대로 남기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카메라와 작가에게 문제가 많아, 그저 사진에 해가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후 삼각대를 눈에 꽂고 그걸 이용해 인증을 남긴 후 조금 위 진정한 전망대로 갔다. 하지만, 이미 바로 아래에서 찍은 것과 큰 차이가 없어, 그저 설악산 서북능선과 공룡능선만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끝청을 떠난 시각이 8시경으로 아침 먹을 시간이다. 원래 이 구간 무박 산행은 중청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게 원칙이나, 그럴 환경이 아니라, 준비한 불광역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중청으로 향했다. 그런데, 끝청봉에서 중청으로 향하는 암릉이 서북과 공룡, 그 안의 용아장 등 내설악을 감상하기에는 가장 좋은 전망대라, 김밥을 먹으며 가는 중에도 계속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해가 높이 뜨지 않아, 용이빨은 주 능선의 그늘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게 유감일 뿐이다. 하지만, 진정한 끝청봉 정상에서 한눈에 감상하는 중청봉과 대청봉의 모습이 그걸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8시 19분 '중청대피소 0.5km' 이정표를 지나, 조금 오르자,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교행하는 등산객이다. 아마, 중청대피소 아니, 소청대피소에서 자고, 귀청을 향해 달리는 등산객이 아닐까? 귀청은 개방 전이니, 한계령 삼거리에서 내려가나? 그거야 그가 알아서 할 문제고, 요원이 심설을 뚫고 만드는 과정에서 정규 등산로로는 뚫는 게 쉽지 않아, 잡목 위로 길을 낸 곳을 지나며 뒤를 돌아보니, 끝청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끝청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겨울이라, 잎이 다 떨어지고, 내린 눈이 잡목 위로 길을 낼 정도라, 볼 수 있는 듯하다. 1989년 3월 2일인가 산방 기간인지 모르고 오색에 왔다가, 새벽에 담치기해 올랐을 때는 오색에서 소청으로 향해 끝청의 모습은 기억이 안 난다. 당시 얼마나 눈이 내렸으면, 아무 생각 없이 봉정암을 향해 가는데, 발 아래 눈 속에서 사람이 나와 깜짝 놀랐었다. 말인즉 소청대피소가 눈에 파묻혀, 발아래 있었다. 요즘은 그 정도 눈 구경은 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옛 생각도 하며, 다시 길을 재촉하며 보니, 예상대로 중청 정상 방향은 러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 같은 산꾼이 한 명은 꼭 있어, 올라간 인적이 눈에 남았다.
당연히 나도 좌회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중청을 향해 올라, 8시 31분 기상레이더가 차지한 중청봉 정상에 도착했다. 중청봉에 정상석이나 정상 표지가 있는 게 아니라, 정상석을 대신하는 레이더돔을 기록으로 남긴 후, 대청부터 끝청까지를 한 장의 사진에 담으며, 그 사이로 보이는 해발 1,424m의 점봉산을 보고 있으려니, 늘 해발 1,700m가 조금 넘는 산이라고 무시한 설악산이 보기보다 높다는 걸 실감했다. 물론 끝청에서 중청 사이의 내설악과 그 뒤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향로봉, 금강산도 한 장에 담았다. 정상에 흰 눈으로 덮인 중앙의 봉우리가 칠절봉으로 2023년 7월 천고지 산행으로 매봉산에 오른 후, 이왕 오른 거 백두대간을 연결할 욕심에 칠절봉을 찍고 진부령으로 하산하다, 군부대 초소에서 우발 사건이 있었던 그 매봉산과 칠절봉이다[산행기]! 지금 생각해도 당시 내가, 뭘 잘 못했는지, 이해 못 하고 있다. 어쨌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레이더돔을 배경으로 중청봉 인증을 남겼다. 끝으로 대청과 끝청의 단독 사진을 찍은 후 중청을 떠나려고 보니, 늘 다니던 철책 옆은 눈이 쌓여 있어, 뚫고 내려가는 쉽지 않아 보여, 왕복은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왔던 길로 내려가, 정규 등산로에 도착했다.
언제 완공될지 모를 중청대피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대청으로 향해, 8시 42분 백담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누군가 벗어놓은 배낭이 있다. 보기에는 인솔 대장의 배낭으로 보이는데, 확실한 건 아니다. 어쨌든 산행의 기본을 아는 산꾼이 벗어 놓고 갔다. 역시 나도 배낭을 벗어, 그 옆에 두고 핸드폰과 삼각대만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대청으로 향하며 왼쪽을 보니,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라, 죽음의 계곡 방향으로 진입을 막는 목책을 넘어 전망대로 가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음지에서 사진을 찍은 후 양지를 향해 목책을 넘는데, 대청에서 맨몸으로 내려오는 인솔 대장이다. 그럼, 최소 나보다 20분 이상 빠르고, 역시 갈림길 이정표 아래 있던 배낭은 대장 것이 맞는 듯하다. 대장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대장은 소청을 향해 나는 대청으로 향했다. 물론 가끔 뒤로 돌아 중청을 배경으로 한참 공사 중인 대피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실 이 길은 일 년에도 몇 번씩 다니는 길이라, 길목의 바위나 코스 등을 거의 외울 정도라, 따로 기록으로 남길 이유가 없으나, 산행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다음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미 익숙한 풍경임에도 주변의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기며 오르다, 이 추위에도 정상석 주변에서 인증을 찍고 있는 청춘들이 보이는 위치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9시 3분 도착해 평소보다 30분 늦었다. 위에서 인증을 남기는 청춘을 보며 오늘 인증 남기기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하며 올라갔는데, 의외로 정상석 주변은 비어 있고, 정상 주변의 다른 경치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다. 처음에는 요즘 청춘은 인증을 이렇게 남기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이미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만큼 남겼고, 그래도 아직 미련이 남아 주변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진실인지는 물어보지 않아 모른다. 어쨌든 일단 정상석만 찍은 후 상봉이자 암봉 전망대인 정상에서 360도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해가 뜬 후 느낀 거지만, 설악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날씨라, 최근 몇 년 내 최고의 조망으로, 절로 감탄이 나는 경치다. 그래서 청춘들도 대청을 쉽게 못 떠나는 게 아닐까? 덕분에 나도 목표보다 대청봉 도착이 늦었다. 이후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물론 청춘에게 부탁할 수도 있으나. 이 추위에 사진 요청은 엄청난 민폐라는 알고 있는 인간이 그럴 수는 없었다.
사실 기상청 예보만 보고 바짝 긴장해 산행 준비를 했는데, 실제는 땀을 흘릴 정도로 날이 따뜻, 아니 춥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그래도 손이 시린 건 어쩔 수 없어, 다들 사진을 손가락이 아니라, 터치펜으로 찍는다. 저런 문명의 이기가 있다는 걸 왜 나는 몰랐을까? 그렇게 정상에서 할 일을 다 한 후 올라올 때 지나쳤던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며 다시 중청대피소 아니, 배낭이 있는 백담사 갈림길로 갔다. 설악산 국립공원이 백담사 갈림길에서 마등령 삼거리까지 소요 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책정하는데, 현재 시각 9시 15분, 그럼 3시 50분경 도착이다. 물론 내 기준으로는 평소 5시간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면 4시간 15분 정도 걸린다[산행기]. 하지만 오늘은 빙판이라는 걸 고려하면, 2019년 1월 등산방 친구들과 중청대피소에서 1박 후 달린 소요 시간이 더 합당할 듯한데, 그때는 5시간 30분이 걸렸다[산행기]. 그럼, 마등령 삼거리 도착이 14시 45분, 거의 15시다. 즉 3시다. 그런데, 천불동 기준 산행 마감이 15시 30분이다. 말인즉 마등령에서 백담사나, 신흥사 어느 방향으로 내려가도 낙오다!
애초 공룡보다는 봉정암에서 오세암 또는 가야동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으니. 그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나, 거기는 공식적으로 러셀 하지 않아 시간이 더 걸릴 위험이 있다. 물론 비공식은 어떤지 모르지만! 해서 2018년 11월 이후 오랜만에 ‘천불동계곡’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겨울 천불동 절경은 경험한 바가 없다. 사실 이 생각은 끝청봉을 떠나며 마감 시간과 남은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이고, 대청봉에서 내려가며 확정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해서 서두르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물론, 만나기 힘든 조망 최고의 설악산을 사진에 담으며 가, 9시 30분 배낭이 기다리는 백담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확실한 건 아니나, 인솔 대장의 배낭이라 생각한 배낭은 없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향로봉과 그 뒤 금강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나마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조금이나마 그것들과 가까워 거기서 찍기로 했다. 그리고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뻗어가는 진정한 '백두대간'도 한 장의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그것도 희운각으로 가는 길목의 바위 전망대에서 찍기로 했다.
원래, 백두대간은 대청봉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그 대청봉 기준 그 오른쪽에 있는 '죽음의 계곡' 덕분인지, 등산로가 폐쇄됐다. 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소청에서 다리를 건너 무너미로 가는 코스를 백두대간 취급하고 있다. 물을 피해 다니는 게 산경표의 본질인데, 다리를 건넌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진정한 대간꾼은 여전히 대청에서 바로 무너미로 내려가고 있지만! 나도 몇 년째 오른쪽이 ‘죽음의 계곡’이라 위험한 겨울이 지나면 한 번 시도해 볼 생각만 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대청봉을 배경으로 공사 중인 중청대피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진정한 백두대간의 모습을 어떻게 한 장의 사진에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며 계속 사진을 찍으며 가, 당시는 몰랐으나, 산행 후 파노라마에 찍힌 백두대간의 모습을 확인했다. 위 파노라마의 오른쪽 끝이 대청, 거기서 위로 뻗어가는 능선이 화채능선, 당연히 그 화채능선 위 앞의 뾰족한 봉우리가 화채봉이다. 그리고 백두대간이 뻗어 내려간 고개가 무너미, 그 직전 건물이 ‘희운각대피소’고, 다시 솟아오른 암봉이 신선대다! 백두대간은 무너미에서도 암봉을 우회해 신선대로 간다.
당시는 백두대간에 관심이 없을 때라 몰랐으나, 백두대간으로 신선대에 두 번 올랐다. 처음은 2017년 9월로 산행 기록을 남기기 전이라, 1년 후인 2018년 기억을 더듬어 산행기를 썼던 산행이고, 두 번째는 2019년 10월 단풍철 설악산이 인산인해를 이룰 때다[산행기]. 현실로 돌아와, 당시는 파노라마를 확인하지 못해, 대청봉에서 시작해 신선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기록했는지 모르고, 어떻게 사진에 담을지 고민하며 갔다. 그런데, 땀이 날 정도로 날이 따뜻해 대청봉에서 ‘날씨알리미’로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경치에 정신을 뺏겨, 그냥 내려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대청이나, 중청이나 날씨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확인했을 때보다 약간 기온이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영하 9.3℃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바람이 약하게 불기 때문이 아닐까? 날씨를 확인하고 소청을 향해 고개를 돌자, 아래로 내설악이 장관이다. 물론 저 멀리는 매봉산, 칠절봉, 향로봉 능선이, 그리고 그 뒤로 금강산도! 그걸 파노라마도 남기고 소청으로 향해, 9시 47분경 도착했다.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소청이고, 정상석이나 어떠한 표지도 없어, 인증을 남기기도 쉽지 않은 봉이라, 소청봉 인증은 희운각 갈림길 이정표 기둥에 박힌 '소청봉' 명패를 배경으로 남긴다. 그런 환경의 정상에서 대청에서 뻗어가는 화채능선과 백두대간을 파노라마 한 장에 담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갈림길로 갔다. 그리고 9시 50분경 도착해 인증을 남기기 위해 희운각 방향, 봉정암 방향에 각각 서 있는 두 개의 같은 이정표의 기둥을 보니, 없다. 소청봉 명패를 누군가 없앴다. 국립공원에서 제거했을 확률이 100%다. 그래서 언제 없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거 산행기를 찾아보니, 2023년 10월 중청대피소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거기서 1박 후 가야동으로 내려가다, 찍은 사진에는 분명히 있다[산행기]. 하지만, 그 이후 산행기의 이정표 사진에는 없는 거로 봐서, 중청대피소를 정리하면서 주변의 이정표도 다 정리한 듯하다. 그건 그거고 이 삼거리에서 봉정암으로 내려가, 오세암 또는 가야동, 구곡담 중 하나로 갈지, 아니면 희운각으로 내려가 공룡 또는 천불동으로 갈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현재 시각 9시 51분, 천불동 기준 마감은 15시 30분, 백담사 정확히는 용대리는 16시로 봉정암 방향이 30분 길다. 그런데, 남은 시간을 계산하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때 산악회 신청 페이지로 들어가 시간을 확인해야 했는데, 내가 아는 걸 토대로 계산만 하고 말았다. 내 기억으로 한계령에서 백담사, 즉 용대리까지 12시간이 주어졌다. 그럼 4시 출발이니 거기다 12를 더하면 16시가 맞다! 천불동은 그보다 30분 일찍 출발하니, 15시 30분! 여기서 놓친 게 한계령에서 공룡을 거쳐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것도 역시 12시간이 주어졌다면, 설악동 기준 16시 마감에, 용대리는 16시 30분이다. 당시에는 미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계산에 허점이 있다는 의혹만 강하게 들었지, 어디에 실수가 있었는지 몰랐다. 해서 대청봉에서 내려오며 결정한 대로 일단 희운각으로 내려갔다. 당연히 어떻게 하면 백두대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길목의 모든 바위 전망대에는 다 올라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와중에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강조해서 주의를 줬던 희운각 방향의 급경사는 누군가 서서 가는 걸 포기하고, 주저앉아 미끄러져 내려간 모습이다.
원래 먼저 하는 사람이 힘들지 뒷사람은 쉬운 법이라, 계속 그렇게 내려갔는지 눈썰매장이다. 와중에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노년의 산꾼도 밧줄 잡고 가던 걸 포기하고 썰매장 슬로프로 가 주저앉는다. 그런데, 슬로프 좌우를 자세히 보면, 계단식으로 러셀한 게 있다. 즉 눈 계단이다. 그런데, 그 계단을 의외로 잘 만들어 전혀 미끄럽지 않고, 아주 빠르게 내려갈 수 있었다. 그래봐야 엉덩이 썰매보다야 늦지만. 아니, 그렇게 내려가다가, 내 등산화와 아이젠 조합만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려가는데, 등산로 오른쪽에 바위 전망대가 있어 당연히 그곳으로 올라가, 아무 생각 없이 바위 끝까지 간 후 뒤로 돌아 문제의 능선을 사진에 담았다. 그래봐야 원하는 사진이 안 나왔지만, 그리고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니, 오른쪽은 2~3m 높이에 불과하나, 왼쪽은 낭떠러지로 무서워서 고개를 밖으로 내밀어 아래를 보지도 못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망대에 올라왔다는 걸 깨닫고, 올 때의 당당함은 버리고, 암릉을 기다시피 돌아가,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10시 25분 희운각 바로 위에 있는 쉼터에 도착해, 공사가 끝난 듯한 희운각의 모습을 찍었다.
그 쉼터에서 내려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간에서 역시 사진을 찍어 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이 다리가, 소청에서 내려온 능선이 백두대간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어쨌든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미 멀리 갔을 줄 알았던 대장이 뒤에서 공룡으로 갈 건지 물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만약 가게 되면 산악회 버스로는 서울로 못 간다고 추가한다. 그 소리를 듣고 정확하게 시간을 계산했다고 확신하고,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미련을 버렸다. 공룡에 관한 미련을 버리니, 비록 15시 30분 마감이라도 여유가 넘쳐, 새롭게 단장한 희운각 대피소로 가, 이곳저곳 구경했다. 물론 그사이 인솔 대장은 먼저 가겠다고 인사 후 떠났다. 그런데, 분명 식수대가 있었는데, 안 보여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계곡 옆에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1987년 가을 처음 수렴동에서 가야동 계곡을 따라 올라오다, 대피소를 찾지 못해, 300여 미터 아래에 텐트를 치고 자며 계곡물을 마시고 밥도 짓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대피소를 향해 계곡을 따라 올라오며 보니, 거기서 여성 청춘들이 물론, 나도 청춘이었지만, 머리 감는 모습을 보고 기함했던 게 뇌리에 생생히 박혀 있다. 그 이후 절대 산에서 씻지 않는다. 물론 알탕은 빼고!
해서 계곡 방향을 보니, 얼어서 그런지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관이 보여 그곳으로 갔다. 원래 희운각에 오면 이 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가장 먼저 반겨주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해 위치를 찾지 못했던 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물은 계곡물이니 마시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시절, 아니, 몇 년 전까지 이 물을 누구나 마셨는데, 지금은 마시지 말란다. 말인즉 판매하는 생수만 마시라는 거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래봐야 내가 저걸 찾은 이유는 그 물맛을 보기 위함이지만.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적당한 시기에 새롭게 단장한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 후 유유자적 공룡을 달리기로 하고, 대피소를 떠나 무너미로 향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는 이정표를 보는 순간 무너미의 위치가 떠오르지 않는다. 직진을 공룡이고, 무너미는 대피소 부근이었던 거 같은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게 다 설악산에는 많이 왔지만, 희운각으로 내려온 건 2023년 6월이 가장 최근이라 그렇다[산행기]. 해서 이정표 주위를 우왕좌왕하다, 무너미가 공룡 갈림길이란 게 생각나 일단 공룡 방향으로 가, 10시 38분 무너미에 도착했다.
친구로 보이는 두 등산객과 도착한 무넘기 이정표 옆에는 등산객 한 명이 누구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함께 도착한 두 등산객은 복장을 정비하더니, 기다리고 있던 사람과 몇 마디 나눈 후 공룡을 향해 출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혹시 우리 일행일지도 모른다던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렸다. 정확히 남은 시간만 계산하면 공룡으로 가도 문제가 없으나, 당시 마감 시간을 착각하고 있어, 우리 일행은 공룡으로 가면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럼, 그 둘은 한계령휴게소에 함께 도착한 다른 안내산악회 회원이다. 사실 한계령에서부터 여기까지 유유자적하는 그 산악회 회원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유유자적할 수 있는 건 지금 동행한 안내산악회를 제외하고 마감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산악회가 의외로 없어서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등산객이 어디로 갈 건지 묻는다. 해서 천불동계곡을 가리키며 저기로 간다고 했다. 그러자 같이 가잔다! 응? 그럼 같이 갈 사람을 기다렸던 건가. 해서 그러자고 하고 오랜만에 천불동계곡을 내려갔다. 와중에 그가 공룡에 관해 몇 마디 물어 답해 줬는데, 물론 소요 시간에 관한 거다. 그런데, 의외로 이 코스도 급경사 너덜이다. 와중에 돌 사이사이는 빙판으로 오히려 소청에서 희운각 구간보다 더 위험했다. 덕분에 급경사 빙판 너덜에 집중하느라 그걸 기록으로 남기는 걸 깜빡했다.
어쨌든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비록 급경사 빙판 너덜일 망정 곳곳이 철계단 또는 잔도 형태의 등산로라, 페이스를 유지하면, 3km/h 이상의 속도가 난다. 천불동도 좌우의 기암괴석이 천개의 불상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말인즉 처음 몇 개를 보면, 이후는 다 비슷해 보인다. 고로 찍을 게 없어, 지체가 없으니, 시간은 더욱 단축된다. 물론 천불동에서 유명한 폭포, 즉 거의 일주일 넘게 영하 10℃를 오르내렸으니, 빙폭으로 변한, 그 폭포를 보고자 했던 게 겨울 천불동계곡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해서 계곡에서 폭포를 찾으며 내려가, 11시 10분 천당폭포 상류에 도착해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철계단으로 내려가, 정면에서도 한 장 남겼다. 이후 11시 14분 양폭에 도착했다. 양폭 바로 하류는 계곡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화채봉 방향이 음폭골로, 2022년 5월 천당리지에 오르기 위해 들어간 계곡이다[산행기]. 과거 산행을 추억하며 그 들머리를 기록으로 남기며 내려가는데, 배가 고프다. 하긴 소청을 조금 지나, 김밥을 먹었으니, 배가 고플 때도 됐다. 해서 배낭 허리띠 주머니에서 단백질 바를 꺼내 먹으며 아래로 내려가, 11시 18분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양폭대피소에 도착했다.
양폭대피소 직전 천불동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음폭골의 모습을 다시 사진에 담은 후, 걸음을 재촉하며 내려가다, 계곡이 언 빙판에 찍힌 네발 동물의 정체를 추측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려가자, 과거 이 코스로 내려가며 해빙기에는 천불동계곡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절벽이 이어지는 곳에 도착했다. 낙석이다! 양쪽 절벽 중간, 또는 위에는 언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바위투성이다. 해서 해빙기가 특히 위험해, 그 시기에는 여기에 오지 않겠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오고 싶어도, 그때가 산방 기간이라 올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절묘하게 산방 기간이 해빙기와 겹쳐 인명 사고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해, 11시 29분 오련폭포 상단에 도착해 그 빙폭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하류에 도착해서도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조금 아래 화채능선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천불동계곡으로 합류하는 얼어붙은 계곡을 사진에 담으며 자세히 보니, 분명 올랐던 계곡이다. 그런데, 언제 어디를 가기 위해 진입한 계곡인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 해서 이 글을 쓰며 산행기도 찾아봤으나, 저 계곡의 이름을 몰라, 검색할 수 없다.
오련폭포 아래 지계곡의 이름이 뭘까? 구글링을 통해 ‘용소골’이라는 걸 확인했는데, 산행기를 찾아봐도 용소골은 없다. 용소골이라는 계곡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거니, 산행기에 쓰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기는 올랐다. 아니, 내 착각인가? 확인차 봉 감독에게 연락해 조만간 산행을 잡아야겠다! 어쨌든 지금도 기슭을 따라 토사가 조금씩 흘러내리는 곳에 설치된, 잔도? 갑판 등산로를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38분 '비선대 2.6km'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해, 아직 빙판이 남아 있기는 하나, 돌길에 아이젠은 쥐약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벗었다. 물론 등산화, 아이젠 궁합이 찰떡이라, 그 조합을 사진으로 남겼다. 5~6년 전에 선물 받은 짚신형 아이젠으로 요즘의 값싼 아이젠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그래서 무거워 심설 산행이 예상될 때가 아니면 아예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벗은 아이젠은 배낭 멜빵에 걸린 카라비너에 걸고 계속 하산해, 11시 52분 화채봉 방향의 큰형제바위골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저기는 등산이 아니라 하산한 계곡의 입구다. 하지만, 이 계곡도 기록이 없다. 천불동계곡에 입구가 비슷한 지계곡이 많아 착각하는 걸까?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하산해. 12시 1분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귀신 얼굴을 발견하지 못한 귀면암에 도착했다. 2020년 10월 여기서 계곡을 건너 칠형제봉에 올랐던 그 장소라[산행기], 멈춰 서 건너편을 보며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후 이번 산행 마지막 깔딱이나 다름없는 귀면암 옆으로 설치된 철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 올라, 12시 4분 쉼터에 도착해서 보니, 쉼터 의자는 부부로 보이는 두 쌍이 차지하고 있고, 다른 등산객은 갑판 계단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나야 애당초 앉아서 쉬는 인간은 아니나, 너무 더워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는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기 위해, 정작 의자에 앉지는 않았으나, 그 의자를 가리고 무언가를 하 중년 부부 중 한 남성을 무시하고,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은 후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이후 쉼터 주변에 있는 '안내도' 등을 기록으로 남긴 후 귀면암을 떠났다. 그리고 12시 14분, 2019년 5월은 등산[산행기]을, 2020년 10월에는 하산[산행기] 잦은바위골 입구에 도착해, 그 앞에 있는 경고문과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여기서 비선대까지는 1km에 불과하다.
잦은바위골에서 15분가량 내려가자, 설악골이다. 설악골은 2018년 11월 대학 동기 몇과 올랐던 공룡의 노인봉 산행의 들머리[산행기]이자, 2019년 5월 잦은바위골을 들머리로 오른 희야봉의 날머리[산행기]였다. 다시 여기로 산행할 거 같지 않아, 설악골 입구를 기록으로 남긴 후 길목에 버티고 있는, 중턱에 금강굴이 있는 장군봉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며 가, 12시 35분 마등령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관광객 탐방로라, 특별한 기상 상황이 아닌 이상 365일 개방하는 구간이고, 암봉인 장군봉에는 암자가 있는 금강물이 있어 함부로 통제할 수도 없어, 여기에 통제 초소가 있다. 12시 37분 개방 구간과 통제 구간의 경계인 자동문을 지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간에서 관광객 몇이 장군봉을 보며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어, 뭔지 궁금해 나도 장군봉을 살펴봤다. 다른 게 아니라, 금강굴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거다. 해서 금강굴 들어가는 철계단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비선대를 감상하며 신흥사를 향해 갔다. 그런데, 희운각에서 나보다 몇 분 일찍 출발한 인솔 대장을 중간에서 추월해서 같이 하산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못 봤다. 물론 대장이 빠른 건 알지만, 하산 페이스로 봐서는 충분히 추월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든 생각이 혹시, 나는 천불동으로 보내고 대장은 공룡으로 간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해서 핸드폰으로 산악회 산행 신청 게시판으로 들어가, 이번 산행 마감 시간을 확인했다. 한계령 기준 용대리 소요 시간은 12, 설악동은 13으로 한 시간이 더 길고, 와중에 30분의 여유 시간까지 있어, 설악동 기준 5시 30분, 즉 17시 30분, 용대리 기준 6시 즉 18시다. 그런데, 난 그보다 2시간이 이른 15시 30분과 16시로 알고 있었다. 돌아버린다. 그럼, 대장이 공룡으로 갔을 확률은 반반이다. 많을 때는 월 3번 이상 회원을 인솔해 설악산에 오는 대장이라, 그때마다 공룡을 달리지는 않을 거니, 반반이라는 거다. 하지만, 날 천불동으로 보내고 공룡으로 갈 대장은 아니다. 그건 날머리에 도착해 대장이 없으면 확인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어쨌든 이제는 계산 착오로 추가된 2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해서, 하산길 주변 별거 아닌 것도 기록으로 남기며 최대한 유유자적 내려가며 머리를 굴려봤다. 속초 시내로 나가는 거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해서 일단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고민하기로 했다.
1시 20분 신흥사 통일대불에 도착해, 일단 부처에게 신고 후 그동안은 시간에 쫓기거나, 힘든 산행에 심신이 지쳐, 지나쳤으나, 현재는 둘 다 아니라, 통일대불 내에 있는 법당을 구경하기로 했다. 해서 대불 뒤로 돌아, 아래로 내려가서 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라, 등산화 벗고 신는 게 귀찮아 그냥 되돌아 나왔다. 귀차니즘에 내부 불당 구경을 포기하고 나와, 1시 23분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유원지 안내 거대 문을 향해 가며 주변에 있는 식당의 메뉴를 살폈다. 마음에 드는 게 없다. 해서 생애 처음으로 케이블카 탑승장에도 가 봤다. 물론 케이블카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객은 생각이 다른 듯한 게, 그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로 봐서는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렸다가, 케이블카를 타는 거 같았다. 거기도 마음에 드는 메뉴가 없어, 1시 34분 거대 문을 지난 후 산길샘의 '기록 멈춤'을 눌러 산행을 종료하고, 주차장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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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45분경 소공원 주차장 버스 탑승장에 도착하는 순간 막 버스가 떠나는 걸 보고, 언제 다음 버스가 올지 궁금해하며 버스 정류장 표지가 있는 화단 석축에 주저앉았다. 물론 방금 차가 떠났으니, 내가 제일 앞이다. 이후 하나둘 관광객과 등산객이 도착하더니, 차례대로 앉거나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는 중에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날머리가 아니라 시내버스를 타고 아예 시내로 나갈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버스의 경유지를 확인했다. 고속버스터미널과 회로 유명한 대포항이 경유지에 있다. 응? 이건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다. 아니, 과거에 이걸 타고 대포항으로 나갔던가? 그런데, 혼자 나가봐야 역시 여기나 마찬가지 상황이라, 이 동네에서 버티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1시 50분경 버스가 들어와, 순서대로 버스에 탔다. 물론 가장 먼저 타, 자리를 잡고 앉았으나, 버스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해서 2시 출발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1시 55분에 소공원 주차장을 떠나, 2시 정각에 설악동 C 지구상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며 보니 나를 포함 4명이 등산객이다. 그리고 그 넷 다 같은 산악회 버스로 온 일행이다. 물론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저 위로 보이는 산악회버스를 향해 갔다. 가면서 지난번 처음 간[산행기], 버스가 대기 중인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길목의 다른 식당에는 먹을 만한 게 있는지 살펴봤으나, 마찬가지라 그냥 그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공룡으로 가지 않고 먼저 와서 늦은 점심을 먹는 인솔 대장 옆에 앉아, 정식이 아니라, 안주인 ‘황태구이’를 주문했다. 물론 빨갱이도 같이. 이후 대장과 합석한 노년의 산꾼과 셋이서. 등산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하산주를 마셨다. 그리고 순두부찌개를 주문해 통째로 밥을 말아 먹다가, 빨갱이 한 병을 더 주문해 조금 남기고, 계산하고 나온 거까지 기억나고 이후는 기억이 없다. 그리고 죽전에 내리는 인솔 대장의 하직 인사에, 잠에서 깼다. 이후 대충 챙긴 후 양재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마감 시각을 착각한 덕분에, 처음 계획과는 달리, 공룡능선을 뺀 '한계령휴게소 → 끝청 → 중청 → 대청 왕복 → 소청 → 희운각 대피소 → 천불동계곡 → 쌍폭대피소 → 비선대 → 신흥사 → 설악동 탐방지원센터 → 소공원 주차장'의 24.77km(산길샘) 코스를 9시간 37분 동안 달렸다. 이동 8시간 45분, 휴식 52분!
일 년에 많으면 예닐곱, 적어도 두 번 이상의 산행에서 이번이 가장 탁월한 조망을 보여준 설악이다. 물론 과거 학창 시절은 기억이 안 나니, 빼고, 덕분에 시간을 지체하고, 마감 시간까지 착각해 애초 계획한 코스를 변경해 거의 5년 만에 천불동계곡으로 한산했다. 물론 겨울 천불동은 처음이다.
목요일 공주 갈미봉, 무성산 연계 산행 이후 달린 설악임에도, 산행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났으나, 아직 종아리가 아픈 게 몸이 나빠진 건지, 심설 산행이 힘들었던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둘 다? 아니, 무성산행 후 하루만 쉬고 바로 설악을 달려서 그런가?
늘 하는 말이지만, 역시 국립공원은 사람이 실망해서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한 산행이다.